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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18

-저 달 보고 물어본다

 

저 달 보고 물어본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님을 보내고 돌아서니 하얀 낮달이 슬프다"던가? "쨍하고 깨질 것 같다는 벽공"에 하얀 낮달을 올려본 날이 그 언제던가?

생각하면 그 옛적 <처용가>, <정읍사> 고전 향가에 등장한 "서울 밝은 달에…", "달하 노피곰 도다샤…"의 그달도, 어린시절 자주 불러 놀던 "이태백이 놀던 쟁반같이 둥근달"도 모두가 우리네 벗이겠다.

 

글제 유행가 후속 문구는 "님 계신 곳"이나, 그 '님'이야 묻는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르니 헤아려야 할 일이나, 오늘은 내 고향 산마루에 둥실 떠오를 환한 보름달을 보며 시린 가슴 어룰게다.

 

며칠전 부터 '나박김치'를 비롯해 먹거리 만드느라 부산하던 손놀림이 아침상에 드뎌 선보이자, 둘러 앉은 가족들이 저마다 둥글둥글 덕담을 건넨다. 동그라니 웃음꽃이 방안 그득히 몽글몽글 피어나 진안동 내동네 가을 아침햇살에 그네를 탄다.

 

노환이 깊어진 탓에 차례를 대신해 아침식사를 마친 후 정남면 묘역의 선산길에 나섰다. 채 이슬 머금은 풀섶을 한 발 한 발 밟으니 천지인의 청정한 어울림이다. 투둑 툭, 산길에 떨어지는 알밤소리에 귀와 눈길이 채여 앞에 난 산길이 환하다.

 

사방에 펼쳐진 온 가을 수채화여!

오, 이 가을의 거룩함이여!

넘침 모자람 없는 제모습이나이다.

당신품에 한자락 물들어 내 맘에 담겠나이다.

선조들이 걸어온 그 세월이 참 위대하나이다.

내 작은 몸뚱이로 이어 달려 이 아침을 노래할 수 있어 두 손을 모읍니다.

우러러 가을 하늘에 기도합니다. 내 살아 있음에, 나를 사랑할 수 있기에, 사랑합니다 당신을…

 

성묘를 마치고 찾아 뵌, 한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에 들어서신 고모님과 외삼촌께서 들려주신 말씀이 "건강하시게"다.

"여보, 저기 다리난간 불빛 좀 봐. 와, 이쁘다. 달이 너무 잘 생겼네, 그치?" 손님치레를 마치고 드뎌 어스름녘 친정(처가)을 향하는 길마저 환하다.

강변길 따라 달빛아래 환한 달덩이 아내와 가을밤의 밝은 드라이브인셈이다.

 

하루를 접으며 오늘 발길을 새김질이다.

더도 말고 한가위 오늘만 같아라.

무탈한 가족들의 모습, 이웃한 분들의 환한 모습들이 내일 모레로도 이어가길…

 

고마워라, 잘생긴 보름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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