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박물관 / 반구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내 이름 경상도 울산아가씨~ 상냥하고 복스런 울산아가씨~” 울산 온 호새가 소식 전하더라. 울산엔 멋스런 자동차도 많지만, 그래도 울산이라면 큰 애기들이 제일이라나. 호새: 주인님도 자동차 회사 다녔잖아요? 자동차 하면 뭐가 떠올라요? 돈키: 차 이름 말해볼까? 프라이드, 르망, 엑셀… 호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네요. 요즘은 수소차, 자율주행차 시대라구요. 돈키: 그렇지. 코티나에서 포니, 그리고 넥쏘까지… 현대·기아·대우 삼사가 자동차 시장의 트로이카였지. 자동차는 500여 종류의 2만여 부품으로 이뤄져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호새: 철판, 나무, 고무, 유리, 섬유, 전자, 화학, 음향… 정말 모든 산업이 다 들어가네요.---휘릭 호새: 해변 백사장에서 애마부인보다 자동차 매니아 울산 아가씨랑 한 컷, 그게 더 멋지지 않아요? 돈키: 고집하면 안 되지. 백사장에선 애마와 걷고, 울산 아가씨랑은 드라이브도 해야지. 호새: 이젠 삼돌이도, 마도로스도 드물어요. 대신 과기대 청년들과 글로벌 두뇌들이 넘쳐나죠. 눈빛이 하늘까지 닿을 만큼! 돈키: 스포츠카 타고 올 걸 그랬나? 호새: 태화강변
타임캡슐센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박물관에 또 가요? 돈키: 그래. 경북과 경주 일대의 유물이 한데 모인 곳이지. 역사를 품어 미래를 통찰하는 ‘타임캡슐센터’라 부를 만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백견이 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이라 했잖아. 직접 보고, 느끼고, 걷는 것만큼 확실한 공부가 없지. 호새: 기록과 유물로 그 시대의 문화를 엿볼 수 있겠네요. 돈키: 그렇지. 역사는 승자가 쓰지만, 깨진 파편을 맞추면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나. 이곳은 한반도의 천년을 복원하고, 그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야. 호새: 저기 저건 성덕대왕신종 아닌가요? 돈키: 맞아. 흔히 ‘에밀레종’이라 부르지.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울음이 전설로 얽힌 종이지. 그 이야기를 모성의 노래로 다시 쓴다면, 지금 세상도 울릴 수 있겠지. 호새: 박물관에서 서너 시간을 머무셨던 이유가 있나요? 돈키: 천년을 지탱한 힘이 무엇이었고, 왜 신라의 문이 닫혔는지가 궁금했어. 예전엔 전쟁과 영웅 중심의 역사를 보았다면, 오늘은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을 살피고 싶었지. 박물관은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여는 문이니까. 호새: 결국 어떤 눈으로 보느냐가 중요
천년의 세월 담겼어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토함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앉았어라, 가슴속에 품었어라… 천년의 풍파, 세월 담겼어라.” 송창식이 부르던 그 경주불국사의 그림 말이야. 구름을 품고 안개를 토하던 토함산의 풍경이 딱 저 노래 한 자락이지. 호새: 저기 저 멀리 감포 앞바다… 문무왕 해저릉인가요? 돈키: 그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비문으로 남긴 왕이지. 학자들 말로는 신라는 백제나 고구려, 마한과는 계통이 다르다고도 해. 흉노계 북방 유목민이 바다 건너 남하하여 이곳에서 꽃 핀 나라로 기마도, 금장식, 화폐, 부장품들. 그 이동의 흔적들이 말해주는 이야기야. 호새: 역사는 대충 훑고 지나가면 안 되죠. 원효대사,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처용가도 빼놓으면 섭하지요. 호새: 경주거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어요. 원효대사의 “수허몰가부, 아소지천주”, 그 도끼 말이에요. 돈키: 7세기 중반, 원효대사의 ‘도끼송’ 이야기네. 그로 인해 ‘과부재가금지’법이 생겼다는 설도 있어. 두뇌회전이 빠르고 귀가 컸다는 태종무열왕이 과부였던 요석공주와 원효를 맺게 해서 이두문자를 다듬은 설총을 낳게 했다지. 호새: 신라는 935년에 사라졌으니 원효 이
영일만 친구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오늘은 영일만 친구 만나러 간다. 호새: 바닷가 오두막 짓고 살던 그 어릴 적 친구요? 호미곶에서 일출 맞으면서요? 돈키: 아침해가 세상을 깨우는 법이지. 하지만 이번엔 그보다, 지구촌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지기’의 숨결이 모인 곳. 등대박물관부터 들러볼 참이다. 호새: 그럼 먼저 과메기 한사라 하고 둘러보죠? 돈키: 먹는 게 먼저냐? 배부르면 눕게 돼. 둘러보는 게 먼저지. 예의 차릴 때나 "Lady First" 하고, 싸움판에서는 먼저 선제공격이 흐름을 바꾸는 거야. 예전 6일 전쟁도 그랬어. 선방으로 승부가 갈렸거든. 호새: ‘먼저’가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네요. 선제 조건이 나머지 자원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전략인가요. 돈키: 그래. 하이테크가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기술은 바로 밀려난다.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한 이유야. 국가안보도 그 흐름 위에 서게 돼. 호새: 결국 미래전략적 사고와 기술력이 국력이겠네요. 돈키: 맞아. 미래를 내다보는 두뇌, 그리고 그걸 뒷받침할 경제력이지. 호새: 그럼 포스코나 포항공대가 바로 그 축이겠어요? 돈키: 그렇지. 이곳이 바로 그런 인재들을 길러내는 자리야. 호새: 포항제철 용
들국화 여인– 황구지천변 기행17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주말 아침, 천변 산책에 나섰다. 며칠 전 평생지기가 거실에 들여놓은 들국화 향기가 아직 코끝에 남아있다. 눈을 돌리니, 천변 비탈에도 노란 들국화가 올망졸망 무리지어 피어 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들판에 나가 데이지 꽃을 더 많이 꺾어보리라.” 시인 나딘 스테어가 85세에 남겼다는 그 구절이 떠올라, 손끝으로 한 가지를 조심스레 꺾는다. 노란 꽃잎에서 진한 가을 향기가 피어난다. 이승을 떠난 가수 현철이 상사병의 처방전처럼 부르던 노래, <들국화 여인>의 그 고운 빛깔이 이렇지 싶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맑은 가을을 남기고 서늘한 바람 속으로 사라질 꽃, 들국화다. 천변 오른편 안녕뜰은 이미 추수를 끝내 텅 비었다. 한때 푸르게 물결치던 이곳도 누렇게 익은 끝에 마음을 비워내니, 자연의 섭리요 생명의 순환이다. 어제, <화성 동서남북 문화기행> 영상과 웹툰 마무리를 위해 원로 문인을 찾아 들렀던 충남 당진의 풍경과는 사뭇 달라, 잠시 고개가 갸웃해진다. 왼편 물길 한가운데 모래톱 위에는 가마우지와 청둥오리들이 앉아 제 몸단장에 열심이다. 제 자리에 제 있음에 눈인
봄의 교향악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대구에 가면 누가 안내를 해주나요? 돈키: 옛말에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 했지. 대구는 큰 언덕, 달구벌이라 비빌 자리도 많아. 어제 전화했더니 군 동기가 흔쾌히 도와준다더군. – 휘릭 이박사: 합천에 다녀왔으니 이번엔 천천히 가보세. 계산성당, 청라언덕, 제일교회, 근대로, 김광석 거리, 그리고 팔공산까지. – 휘릭 이박사: 가야산에서 조금 지체했지. 날 어두워지기 전에 다 갈 수 있을까 모르겠네. 여기가 135년 역사의 계산성당일세. 저 건너편이 청라언덕. 계산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을 볼 수 있는 귀한 건물이지.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 사제 서품을 받은 곳이네. 탑이 쌍탑인데, 저기 보이는 경북 최초 개신교 교회인 제일교회도 쌍탑이야. 돈키: 큰 언덕 위에 쌍탑이라… 섬김의 짝이 되는 모습 같네. 한 손으로는 교만이 되기 쉽지. 두 손이 모여야 섬김이 되고, 섬김이 만남을 이루고, 만남이 곧 사랑이 아닌가. 사랑이 깊어지면 두 팔 벌려 서로를 포옹하잖아. “편편황조 자웅상의”라, 세상도 서로 어울려야 아름답지. 호새: 여기가 청라언덕이군요. 라인강을 내려다보는 로렐라이 언덕이나, 예술혼이 불타는 몽마르트 언덕
[ 포에버뉴스 김경순 기자 ] 경기도장애인체육회 백경열 사무처장이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출사표를 던지며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출전에 대한 소감은? 백경열 처장은 “경기도는 이번 대회 종합우승 5연패를 위해 우리 선수단은 30종목의 977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며 “지난해부터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최정예 선수 선발, 효율적인 종목별 훈련 운영, 훈련용품 등 지원을 신속히 추진해 모든 출전 준비를 이상 없이 마쳤다”고 언급했다. 이어 “경쟁시도의 견제와 선수 유출 등으로 선수단 구성 및 경기력 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종목별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며 “이번 대회에는 모든 선수가 충분한 기량을 발휘,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 기필코 종합우승 5연패를 달성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장애인체육 중심 경기도′의 위상을 제고하여 도민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회 목표 및 예상 성적은? 백 처장은 “배드민턴 및 사격종목의 우수한 성적의 선수가 대한민국 국적 미소지자로 출전불가 등에 따라 전력 손실 등이 발생해 어려움이 있으며, 경쟁시도인 서울은 총 634명의 선수가 참가(전년도보다 30명증가)
산정불심(山靜佛心)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협천이라 하지 않고 합천이라 하네요? 황강이 합천을 가르며 낙동강에 합류한다면요? 돈키: 세 지역이 합쳐진 고장이라 하기도 하고, 한자음을 가차(假借)한 이름이라 보기도 해. 가야·백제·신라가 서로 교류하고, 때로는 싸우며 강을 따라 바다 건너 왜까지 이어진 길목이지. 특히 5~7세기 신라의 융성과 가야의 쇠락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 무대야. 호새: 고대의 왕들도 요즘 통치자들처럼 강이나 바다를 건너 큰일을 벌였던 모양이에요. –휘릭 호새: 장경각에 뭔 경판이 저리 많대요? 돈키: 오다가 관리소에서 들었는데, 가야산의 만물상이 유명하대. 세상은 군상이 모여 사는 곳이니 그릇 크기에 따라 법문도 많아지는 법이지. 부처님의 팔만 법문을 새긴 곳이라 생각해봐. 호새: 홍보실장이 여기가 한국 화엄종의 ‘1번지’라던데, 그 뜻을 헤아리다 보면 한세상 다 저물겠어요. 돈키: 어찌 자성의 깨달음에 그리 많은 법어가 필요하겠느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처럼, 마음자리에 다다르면 내가 곧 부처지.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스스로 등불 삼아 진리의 길을 비추라는 뜻일 게야. 크고 넓은 시공을 초월한 깨달음, 그
정신문화의 수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안동인가요? 돈키: 그렇지. 어떻게 영남학파의 본향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이 고장엔 안향, 우탁, 이제현, 김계행, 그리고 퇴계 이황 선생까지… 성리학의 물줄기가 깊고 넓게 흐르지. 호새: 학문뿐 아니라 사람 이야기도 많을 것 같아요. 주먹왕 김두한도 안동김씨라고 하던데요? 돈키: 하하, 그럴 수도 있지. 안동은 이름난 집안이 많거든. 안동댐, 역동서원, 묵계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 하회마을, 학봉고택… 하루 이틀로는 다 둘러보기 어렵다네. 호새: 유림의 본산이라면 예절도 엄격하겠어요. 그럼 오늘은 안동소주 대신 안동찜닭은 포기인가요? 돈키: 그럴 리가. 오늘은 안동간고등어 조림 밥상을 차릴 거야. 짠한 사랑가가 들려오는 월영교도 돌아볼 거고. 호새: 우탁 선생 제향이 매년 열린다던데, 역동서원 이름은 왜 ‘역동’인가요? 돈키: 우탁 선생이 ‘역’을 깊이 공부하고, 이 땅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이야. 고려 후기의 대학자지. ‘지부상소’로 올곧은 뜻을 밝힌 분이고, ‘탄로가’와 여러 한시가 전해오지. 퇴계 선생께서 서원에 사액을 청하고, 직접 현판을 쓰셨다네. 정신적 사부로 모
솔바람 소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주변에도 소나무 숲이 많은데, 굳이 그 먼 울진까지 가야 하나요? 돈키: 거긴 금강송 군락지잖아. 제대로 된 소나무의 품격을 볼 수 있을 거야. 태백산에 같이 갔던 일행도 함께 간다네. 돈키: “숨쉬는 땅, 여유의 바다” 울진이라… 이제 사람만 있으면 완벽하겠네. 농장맨: 태백산도 좋았는데, 이번 금강송단지 원행도 기대됩니다. 게스트: 이름부터 범상치 않네요. ‘금강송’이라니… 휘릭― 해설사: 국민 10명 중 6~7명은 소나무를 가장 좋아한답니다. 우리 삶 속에 늘 가까이 있어 마음이 편안한 나무죠. 리틀맨: 그래서 그런가요, 굽은 소나무도 선산을 지킨다잖아요. 농장맨: 정이품송은 임금에게 절도 올렸다던데요. 해설사: 맞아요. 또 유배지에서 이상적에게 완당 선생이 건넨 <세한도>의 주인공도 소나무죠. 혹독한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으니, 참 우리 민족의 기상과 닮았습니다. 돈키: 근데 ‘금강송’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그렇게 불렸을까요? 해설사: 일본 학자가 붙인 이름이에요. 원래는 ‘적송’인데, 울진·봉화에서 금강산까지 이어진 소나무를 묶어 ‘금강송’이라 부른 거죠.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라서 참나무랑은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