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에 오시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제1회화성영화제가 열리는 제부도에 오시라. <화성소나타>, <화성동서기행>, <화성남북기행> <한반도소나타>등 역사문화기행 도서출판과 <제부도폰영화아카데미>, ‘스마트홍보단 창립’, <제부도 연가> 노랫말 만드느라 여러번 다녀온 섬이라 꽤 인연이 깊다. 제부도는 서해바다에 작은 섬이다. 인근의 뭍에 고대삼국시대 대당 신문물의 창구로서 지정학적 위치 탓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이던 ‘당성’과 뱃놀이 축제가 매년 열리는 ‘전곡항’, 섬안팎으로 레져시설 요트장 제부마리나와 전곡항마리나가 위치한 곳이다. 이곳 제부마리나 광장에서 영화제가 열린다. 제1회화성영화제다. 무엇보다 하루에 두 번 열리는 바닷길이 열리는 바다 섬에의 영화제를 상상하시라. 파도소리 은은하고 바람결에 나래치는 갈매기도 제부도 풍경에 한몫이다. 혹여 전곡항과 제부섬을 연결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갯펄을 건넌다면 물빠진 갯고랑이 마치 고대 암각화를 보는 듯하다. 주변의 지질연대가 고생대이니 이곳 저곳에 드러난 아득한 원시지층이 이채롭다. 근세사에 동북아 정세의 판도가 바뀐 장소가 제부 앞바다
이천으로 가는 길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삼포로 가는 길> 노래 가사 두 마디 구절이다. 걷는 대신 산 미팅에 모처럼 이천행 드라이브다. 이천에 가거든 쌀포대 가져오라는 아내의 배웅을 뒤로 한 채 애마에 올라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아~ 뜬구름 하나” 뿐이랴! 뭉게구름과 새털구름도 간간하다. 쭉쭉 내 뻗은 고속도로에 상행선은 정체되어 있고 하행선은 소통이 원활해 목적지로 향하는 네바퀴가 쉼없이 구르니 주변이 휙휙 지나간다. 얼마만인가! 무려 반년여 만에 홀로 영동선 나들이니 신나게 노래나 불러볼까 하다 도로 양옆에 스치는 풍경에 온정신을 매달았다. 언젠가 자동차로 북미횡단을 꿈꾸고 있는터라 연실 눈길 훈련인셈이다. 제한속도를 감안해 달리건만 이따금 속도위반으로 날아드는 과태료 고지서로 스트레스 높이가 서너척은 될듯 해 속도 표지판에 연실 눈길이다. 휘릭휘릭 주위가 뒤로 물러나더니 금새 목적지에 다다랐다. 채 라운딩이 끝나지 않은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창너머 솔숲새로 뵈는 잔듸에 한바퀴 뒹근다. 참 포근한 촉감이겠다. “꿈 속에 그려보는 머나 먼 고향아 옛모습 변치않고 지금도 잘있느냐 사랑하는
신인 문학상 식장에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최근 수 년간 영화제작에 정신이 팔려 두터운 책을 멀리한 탓에 그간 애써 외면하던 글모임이건만 단단한 맘으로 신인 문학상 시상식으로 발길이다. 글과 어울린 세월이 30여년은 되었으나 체계적 배움이 없고 오래된 포신처럼 고벽이 있어 좀체 글발이 깊어지지 않아 고민하던 날들이었다. 정말 헐레벌떡 식장에 들어서니 자리한 분들이 모두 연륜이 있음이요 문학계에 고명하신 분들이라 여간한 분위기가 아니다. 더구나 젊은 날 발길하여 체화된 맘을 갈무리한 글 멋과 글 맛이 내를 이룬 분들이라 야단스런 여타의 모임 분위기와는 다른 게다. 오호라! 아마 자리한 모든 분들이 그럴게다. 글발에 발이 있어 그곳에 갔었고, 눈이 있어 산천 풍광을 담았으며, 귀가 있어 대자연의 전음을 들었으리라. 울멍줄멍한 맘을 소리없이 토하노니 살아온 날들의 깨임이 작은 가슴을 울려 몇줄로 노래하였노라. 심사하신 분, 수상하신 분, 축하하시는 분들 모두 앞 뜨락에 나무가지처럼 담장을 넘어 촉촉한 글발을 세상에 알린 분들이다. 말보다 글, 글 보다 맘이란 원로작가의 말씀에 왠지 겨울녁 바람결에 떠는 문풍지처럼 내 맘이 떤다. 소리말이 자음과 모음이 모인 글말이
황구지천기행8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여보 여보 태극기 안달어?”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과 개천절 아침, 휴일인지라 몸마디가 늘어져 잠자리에 뒤척이다 아내에게 한마디 들은 바다. “어어 달아야지. 어이구 늦었네” 팬트리에 보관한 태극기를 베란다 창가에 게양하니 마침 불어온 힘찬 바람결 따라 펄럭인다. 엉성한 몸동작이 휘날리는 태극기로 인해 바로서고 이내 눈길도 꿋꿋해진다. 젊은 날 제복을 입은 너와 나의 모습이 언뜻언뜻하다. 보무 당당한 거리 퍼레이드에 내 맘도 반듯해지고 ‘현무’, k9 자주포, 탱크, 전투기 등 국산 방산무기 위용엔 절로 어깨가 으쓱이다. 숭례문에서 광화문 세종로에 늘어선 시민의 맘도 그럴테다. 얼마나 그렸던가! 펄럭이는 태극깃발의 자랑스런 국군이여! 하루 휴일이 아쉬워 한칸 건너 휴일이니 기분이 그만이다. 못다쓴 원고정리와 갈풍경을 눈에 담으려 타지 나들이를 작정했건만 몸이 먼저 휴일을 알고 쫘악 자리를 편다. 에헤라 모르겠다. 오후나절 모임 후에 천변풍경이나 감상할거나. 일찌기 한민족의 명절로 단군 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날이 개천절이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 ….아득한 선조일테니 내 태어날 때 어미 자궁 열며 고고성이 우주에 파동이 일
돈타령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주말이다. 초교동문회, 지인결혼식, 예술영화제, 예술단체 미팅 등 아침부터 헐레벌떡이며 발길을 재촉한다. 사회생활하느라 빚진(?) 품앗이다. 온종일 세 다리로 걷고 계단도 오르내리고 꽤나 힘이 부친다. 장애인의 계단 오르내림을 에베레스트 등정에 비유했다던가?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노인분들의 힘겨운 나들이와 장애인들의 불편한 몸짓에 스스로 깨이는 반성이다. 점심 후 숨을 고르느라 화폐박물관에 들렀다. 결혼식 혼주의 덕담 중에 bank of korea의 머릿 글자를 함께 놓으면 ‘복’이라 하니 로또 대신 ‘복’이라도 지을 양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내 어머니 이고 가신 장터 야채와 곡물이 현재 화폐로 발전하기까지와 세계각국의 화폐 역사에의 눈길이다. 왜 ‘돈’이라 불렀을까? ‘돈’의 어원으로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천하의 돌고 도는 ‘돈’이라는 설과 칼(도)과 같은 모양새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다. 관람객의 대다수가 학생들이다. 박물관은 “오래된 미래”의 현장으로 훌륭한 배움터라 박물관 전시물 해설에 귀를 쫑긋하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여기저기에 데구르르 구른다. “사람나고 돈 났지, 돈나고 사람이 났다더냐” 오죽하면 이런 노래가
당랑박선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당랑박선’, “눈앞의 이익만을 탐하다 뒤에 닥칠 위험을 깨닫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은 장자(莊子) 산목편(山木篇)에 나오는 고사다. ‘장자’까지 들먹일 필요가 있으랴! 우리네 삶속에 흔히 벌어지는 일이니 말이다. 말을 튀기면 ‘소탐대실’의 맥락에도 닿을게다. 이 말을 뒤척이면 소인과 대인을 가르는 말일 수 있고, 한뼘 더하면 지도자의 자질로 으뜸인 통찰력에 이를게다. 바둑의 명인 조훈현 저서 <고수의 생각 법>에 쓰인 말인데 어느 통치자분도 인용했단다. “9급 10명의 생각이 1급 1명의 생각을 따르지 못한다는 말”, 이는 사고의 깊이로 1급에 이른 부단한 연단의 과정에 방점이 있을게다. 흔히 평등이란 의미를 너와 나의 등가로 가볍게 여겨 교육의 가치마저 부정되고 경험 자산을 무시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종종 매스컴에 등장되는 큰 분(?)들의 말씀을 곱씹자니 장자의 얘기-"눈앞의 이익만 좇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구나(見利而忘其眞)"는 나라의 지도자들이 새겨야할 경구이자 미래를 그려가는 뜻을 지닌 분들이 받들 명심보감이겠다.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르자”는 김
당신은 누구시길래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한가한 호수가에 산책이다. 갈바람 탓인 게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내 마음 가져 갔나요 당신 때문에 울고 있어요 당신 때문에 웃고 있어요] 위 노래 <당신은 누구시길래>를 부른 여가수는 비가오면 절절히 생각나는 <그때 그사람>도 불렀으며 대단한(?) 유명세를 지녔었다. 특히나 그녀의 번안곡 <백만송이 장미>를 듣노라면 독특한 음색과 어울린 선율따라 조용한 차오름이 있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사랑? 바로 일상의 만남인가도 싶다. 명절 고향방문엔 너나 나나 그리운 사랑이 있다. 어린시절의 추억 보따리엔 가슴설레던 아랫마을 발그레한 순이도, 뒷동산에 달마중 함께 가며 살랑대던 검둥이도, 안골밭엔 바람결에 어벙하게 춤추는 긴허리 수숫대도 있을테니 말이다. 눈에 선한 내 동네마을, 고향에 어린 사랑이지 않을까! 추석연휴 동안에 이런저런 핑계로 미룬 여러 어른들을 찾아뵈었다. 떠나신 부모님, 이종.고종간 친지와 처가의 친지분들이겠다.
때가 왔습니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후나절 발안에서 상경길이 벌써 체증이다. 여름 더위에 늘어진 탓에 추석을 빌어 충주호 인근의 처가행이다. 며칠간 분주한 발길이 멎자 누적된 피로에 눈이 스르르 잠겨 주변풍경은 귀가길에나 즐겨야겠다. (휘리릭) “여보, 일어나요 다왔어요” 아내가 깨우니 처가집 마당이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안에 들어 챙겨둔 정담을 나눈 얼마 후, TV방송엔 <2024년 추석 씨름대회 한라장사 결승전> 중계가 한창이다. 추석 명절엔 역시 씨름대회가 제멋이다. 젊은 선수들의 우람한 체격과 멋진 기술에 체육관에 모인 관중들의 탄성이다. 으랏차차~, 모래판 위에 두 사내의 젊음이 불꽃을 튕겨, 아슬한 순간엔 절로 주먹이 쥐어지니, 듬직한 그들 모습에 내 젊은 날도 절로 추억한다. 너도 나도 뛰고, 걷고 뒹굴며 보낸 절은 날이겠다. 설악산 대청봉, 한라산 백록담에서 야호~ 강릉바다에서 수평선을 향해 야호 야호~했던가! 중복더위에 도보로 한반도 종.횡단의 열정도 있었다. 화살처럼 흘러간 그 세월에 젊음을 맘껏 튕겼었다. 어느 여가수의 탱탱한 젊음도 생각난다. 당시 세인의 눈길을 사로잡던 제3한강교를 냅따 흔들어 “젊음은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질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그렇게 저렇게 세상을 떠난 분들의 안식처다. 비봉추모공원에 부모님과 형님을 모셨다. 예년과 달리 추석을 이틀 앞두고 공원을 찾았다. 자녀들이 다녀가셨나? 묘소 주변에 온통 꽃이다. 아장아장 어린 손주들부터 청소년, 중장년에 이르는 다양한 분들의 발길이다. ‘아름다운 질서’란 생각이 든다. 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님, 누나, …생전의 모습을 추억하는 그리운 만남이다. 의식 한켠에 머무는 분들이기에 소중한 인연이다. 이 땅에 두발 딛고 사는 별 부스러기인 내 연원이 아닌가! 연휴 탓일까? 주차장이 혼잡해 공원 밖에 주차 후, 부모님과 큰 형님께 설 이후 그간의 생활 모습을 여쭈니, 여느 때 처럼 환한 얼굴로 맞아주신다. 생전에도 자주 뵌 모습이기에 말없이 이승과 저승의 지난 세월이 유리벽을 넘어 오가는 눈인사로 마음길을 낸다. 농한기에 동네 분들과 제주도에 놀러가셨을 게다. 말에 올라 앉으신 아버님의 환한 모습이다. “꽃가마 타고 말탄님 따라서 시집 가던 길”의 아씨처럼 아버님 뒤편에 작은 말에 앉아 계신 어머님 모습이다. 잠시동안의 추모시간에 내 살아온 날들이 스쳐간다. 아버님! 어머님! 평안하시죠? 저
중추절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저녁나절 비가 내린다. 계절 가을이다. 비까지 더하니 젖어든 맘 쟁반에 추억들이 또르르 또르르 구슬처럼 구른다. 가을비가 선물한 창가에 단상이다. 팔장을 낀 가을비, 여름 장대비와는 달리 싸늘히 가슴에 파고들어 나름 홀로 맞는 고요한 시간이다. 가을날의 고독을 노래한, 70년대 후반 거리를 휩쓸던 <오동잎>이 생각난다. 대동강물 팔아잡순 봉이 김선달 후예답게 오동잎을 팔아 인기차트 상위에 오른 가수가 생각난다. 그가 노래한 ‘미련때문에 그리운 연인을 “찾아 헤매다 <가을비 우산속> 이슬 맺힌다”는 아련한 추억’도 45년전의 일이다. 허스키한 목소리와 뻗어내지 못한 혀말음이 어울린 그 아쉬움이 마치 내 가슴앓이인 양 청춘들은 <오동잎>을 열심히 불러댔다. 며칠 후면 중추절이다. 미뤄둔 이일 저일을 챙기려 농협에 들르니 마트엔 명절맞이 주부들의 밝은 오고 가는 발길이 바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속담이 제값을 하나싶다. 집에 돌아오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는 군대동기 정성으로 자반고등어가 나들이를 왔다. 청춘시절의 소중한 인연 탓에 환한 보름달이 가슴에 둥실 뜬다. 가까운 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