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청소년국제폰영화제를 마치고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대회 포스터 디자인 부터 오늘 대회행사에 이르기까지 서너달의 대장정이 끝났다. 축하받고 자축할 일이다. 여름방학동안 땀흘려 제작해 참여한 학생들, 이를 격려하신 부모님, 지도하신 선생님들이 일궈낸 한편의 드라마다. 열악한 환경에서 유관기관, 단체들과의 협조를 이끌어낸 추진위원들과 주변에 널리 홍보를 한 언론매체 등도 이에 한몫을 했다. “달아 달아 놀던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우리 귀에 익은 그 유명한 시인이 “천생아재필유용”이라 노래했듯 인간은 누구나 천재인게다. 말하고 생각하는 생명체로 우주에 제때, 제모습을 피우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응모한 작품들을 보노라면 역시 제때 제모습을 피워낸 내용들이다. 달리 표현하면 아이들은 내버려 둬도 내재된 자생력으로 진화하는 품새를 지녔다. 어른의 할일은 ‘하라’ ‘하지마라’ 보단 그저 그 호기심 돋워 꿈길로 가도록 유인하는 게 좋은 것 일게다. 인간도 새처럼 날 수 있을까? 마침내 인간은 날았다. 그저 하나의 몸짓을 이름을 부르니 꽃이 되었다든가? 얘기골에 들자면 청소년 스스로 해본 창의적 놀이마당인 청소년국제폰영화제의 의미가 새롭다. 누구나 제삶의 멋진 인생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등장하는 싯귀절이다. 여보, 여보 저 구름 좀 봐! 빨래를 너는 아내의 목소리다. 하던 일을 멈추고 베란다로 가니 앞동 아파트 뒤편께 남쪽편에 고요한 흰 뭉게구름이 양산마루위 앉은 자세가 일품이다. 마치 신선이 구름에 올라 지상세계를 굽어본다 싶다. 눈길이 뻗은 그 곳 세계가 진정 선계렸다. 이따금 세상살이가 그냥 좋은 것 처럼 한참을 창가에 서성인다.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에 비견할까? 겸재 정선(1676∼1759)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에 비견할까? 하늘 도화지에 환한 흰색 붓길이 뭉쳐 뭉실뭉실하다. “멀리도 가까이도 아닌 저만큼에서” 나를 부르니 어여어여 가보자. 하늘과 산봉우리 사이 쉼터에 앉았는 ‘흰구름아 말해다오’. 네 기분은 어떻든? 내 마음도 선선하니 말이다. 돌아서 서편쪽을 보니 안녕리 아파트 숲위 뜨거운 불덩이가 곧 자맥질을 하려나보다. 거무티티한 구름사이로 빛발이 내려서 이 또한 푸른 안녕뜰에 어울려 꽤나 경이롭다. 시스루 구름 위에 오색 종이비행기다. 별별거를 다 상상하는 고요의 시간이다. 조용히 휘파람을 불러야 하나? 환한 마음꽃밭에 스러지는 저녁햇
인연은 소중한 자산이다 2010년 무렵 쯤 이니 지금으로 부터 15년전 일이다. 우암종가 13대 봉사손인 현암께서 청주 종가에로 부름이 있어, 달려가 행랑채에 들어서니 한지로 곱게 포장한 족히 1m나 되는 이상한 붓을 보여주신다. 우암 선조께서 생전에 쓰시던 大자 붓인데, 칡뿌리 (갈근)로 만든 붓인게다. 동물털로 만들었다면 아마 수십마리의 털을 모았을게다. ‘우암’선조님은 근면한 생활과 청빈이 근본이며 또한 생명체를 존중하여, 칡뿌리를 으깨 만든 붓으로 현판글씨등 큰 글씨를 쓰셨단다. 아울러 선대로 부터 전해온 붓을 보여주시고 관련한 여러 얘기와 ‘금석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들려주셨다. 특히, 문화적 르네상스 시기인 영.정조때에 우암선조의 사상과 역활에 대해 최완수 간송미술관장님 말씀을 곁들여 집안 내력에 대해 자손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공부를 일러주셨다. 사람은 근본을 지켜야하거늘 요즘은 돈만 알고 자기집안 내력, 고향, 인간의 도리도 모르고 나아가 나라역사도 부정하는 세태이니 걱정이란 말씀이다. 필자는 거의 10여년간 현암 종손께서 많은 가름침 있어 최소한 우암선조에 관한한 나름 이야기를 할 정도는 된다싶다. 15년전, 종친회 대외 행사(유허비 제막식
동아줄과 정신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전 나절의 양산봉 둘레길에서 한담이다. 숨을 고르느라 점심 식사전 산길을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다. 코코넛 열매로 만든 길에 씌운 매트위를 걷는 동안 베트남 다낭에서 수년간 머물다 돌아온 고교동창이 들려준 말을 옮겨본다. 우리말과의 연관성과 무심히 사용하던 말의 연원인 듯해 흥미롭다. 우선, ‘짜옹(웅)’이다. 베트남에선 상대방에 친근어이자 배려한 겸양어이나 우리에겐 금전이 오가는 거래란 뜻이 함의된 부정함이 깃들었단다. 우리에겐 ‘때때옷’은 설날에 아이가 입는 옷이다. ‘땟’은 베트남어로 설이란 뜻이니 우리말과도 상관있단다. ‘알랑방구’, 우리가 어렵던 시절 도움받은 안남미는 귀에 익은 말이다. 안남쌀(미)이 끈기가 없어 방귀가 자주 나온단다. 그 까닭에 배고픈 시절, 이는 나 보다 밥을 더 먹었다는 표현이므로, 누군가를 잘 대접해 혜택을 받았다는 뜻이란 게다. 기억난다. 알랑방구는 학교에 드나드는 부모님 치맛바람의 놀림말이기도 했다. ‘껌’은 씹는 껌을 생각하여 흔히 사용하는 껌값의 의미가 이해되나, 공기밥 값은 받고 반찬값은 안받는 우리식문화와는 달리 베트남에선 2-3모작으로 쌀이 남아돌아 밥은 공짜이며 반찬값을
황구지천변 기행6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양산봉이다. 매일 저녁나절에 창밖으로 눈길이 머물던 곳이다. 마라톤 삼총사 동료들이 행선지를 바꿔 독산성 둘레길에서 몸을 푼다기에 함께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았다. 친구들이 양산봉 둘레길로 바로 떠났다. 바람결에 시끌한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7년여 땅속에 애벌레로 머물다가 유체이탈한 환희려나? 청량한 소리가 감미롭다. 한달여간 여름의 운치를 돋우는 매미다. 쉼터 평상에 앉아 시원한 오전나기에 옛 피서법이 생각난다. ‘다산’선생이 ‘여유당전서’에 남긴 <소서팔사>(消暑八事)중 한 방법으로 동림청선‘(東林聽蟬)-동쪽 숲에서 매미우는 소리를 듣는 것-을 꼽았다. 숲속 평상에서 매미소리를 듣자니 여섯마디 넘어선 필자에겐 참 어울리는 피서란 생각이다. 이즘에 ‘소서팔사’는 어떠려나? 에어컨 팡팡 돌아가는 시원한 곳에서 영화감상일까나? 낮잠이나 독서도 좋은 방편일테요 시원한 화채.팥빙수와의 입맞춤도 좋은 피서 방편이겠다. 지난시절 돌아보니 어릴적 동네 뒷동산에서 또래들의 야단스런 천렵도 멋진 피서요, 이어지는 한바탕 두레놀이도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뉘였던 기억이다. 생각하면 어찌 ‘소서팔사’의 피서법을 ‘다산’선생만 즐
79주년 광복절을 맞으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광복절은 영예롭게 회복한 날이란 뜻으로,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날”을 의미한다. 노랫말을 나름 새김질해본다. [흙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꿈엔들 잊을건가 지난 날을 잊을건가 다같이 복을 심어 잘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에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함께 힘써 나가세 함께 힘써 나가세] ………..광복절 노래(작사 정인보 작곡 윤용하) 빛이 돌아왔다. 35년간 어둠속에 꽁꽁 잠겼던 빛이다. 이름해 ‘광복’이다. 심봉사가 보게된 빛일까나! 당시 유행한 애절한 <귀국선> 노랫말을 새김한다. [돌아오네 돌아오네 고국산천 찾아서 얼마나 그렸던가 무궁화꽃을 얼마나 외쳤던가 태극깃발을 갈매기야 웃어라 파도야 춤춰라 귀국선 뱃머리에 희망도 크다] —---작사 손로원 작곡 이재호 노래 이인권 어디보자! 잃었던 손주 새끼 35년만에 돌아온 그 기쁨이야! 바닷물도 덩실덩실이다. 어쩔거나, 이 기쁜 날에
당근(홍당무) 시인/ 영화감독 우호태 아침마다 야채 접시를 마주한다. 어린시절 당근을 가까이 하지않았던 탓에 밀어내니 “왜 몸에 좋다는데 안먹느냐”는 아내의 핀잔이다. 요놈 때문에 한소리 들어 뭐가 좋다는 건지 자료를 뒤적이니 “당근(carrot)은 쌍떡잎식물 미나리목 미나리과 당근속에 속하는 식물로, 각종 요리에서 널리 섭취되는 채소로 원산지가 아프가니스탄”이란다. 필자에겐 당근이 먹거리보다는 얘기 소재로서 우선한다. 5년여전 지역역사.문화 등의 국토기행글인 <한반도소나타>를 집필하느라 전국팔도를 돌아다녔다. 필자는 돈키호태로 분하고, 대서양을 건너온 로시난테의 화신인 ‘호새’를 동반해 대화체로 엮은 글이다. 경기북부지역 임진각에 도착해 장교의 안내를 따라 북한지역을 바라보니 팽팽한 철조망을 경계지었으나 겉으로 보기엔 참 한가로웠다. ‘호새’는 이 가시울안(DMZ)에 멈춰버린 ‘철마(鐵馬)는 달리고 싶다’는 동족의 소원과 잃어버린 70년 세월의 이산가족의 한맺힌 아픔을 치유하는 방안으로, 서해에서 동해에 이르는 그 피어린 지대에 말테마촌 조성을 제안한다. 물론 지도 ‘말(馬)’이니 좋아하는 ‘홍당무’도 심고 말이다. 기억하리라. “제1차 세계대전
황구지천 천변기행5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저녁식사를 마친 후, 36년지기와 함께 산책이다. 둑방아래 어슴푸레한 물길에 원앙인지 물오리인지 한쌍이 다리께로 유유히 헤엄쳐간다. 며칠전, 경보까지 울렸던 냇물이 줄어들어 물길이 싱겁다. 교각아래 마련된 쌈지공원에서 팔회전, 다리뻗기, 허리돌리기로 몸을 푼 후에 뜰길로 들었다. 길다란 밭두덕에 비 오는 날에 지글지글대며 군침돌게 할 재료인 ‘녹두’가 죽 늘어섰다. 들판길에 들어서니 하얀 초승달이 하늘에 떠 있고, 아파트 숲사이에 붉은 해가 곧 어둠속으로 자맥질하려한다. ‘석양에 총잡이’ 분위기 내어 한번 불러 볼까나? 길가 양옆에서 바람결 따라 살살대는 수수, 수국, 토란, 벼, 콩 방동사니 댄서들의 유혹이다. 앞서가는 지기 외엔 보는 이 듣는 이 없어, 글래머 여가수를 흉내내며 목청돋워 부른다.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엔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랜동안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 길로]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작사 백창우 노래 임희숙 도중에 스친 유독 덩치가 수국(사발꽃)에 그새 갈색 반
커피 한잔/찻잔 시인/영화감독 배드민턴을 치는 젊은 부부와 자녀들의 목소리가 들려 창밖을 내다보니 하루가 저물어간다. 커피 한잔! 멀리 안녕뜰을 바라본다. 푸르름속으로 눈길이 나니 내안에 나를 만나는 고독의 시간이다. 오직 나만을 위한 일용할 시간이다. 꽤나 강물이 깊어간다. ‘고독한 행복이다’. 어린날 허리굽혀 내려본 돌우물에 비친 그 ‘나’와의 만남의 시간이다. 오전부터 오후에 걸친 번잡스런 손.발짓이 멎었다. 오전에 고교동창의 때이른 우주유영을 배웅하러 도심을 배회(?)하고, 오후엔 연례 행사인 동창회 삼계탕 파티에 발길한 탓에 적잖이 휘둘리던 심신이 제집에 찾아들었다. 시간이 강물따라 흐르더니 심해에 이르른다. 한낮을 지내고 한밤을 마중할 경계인 어스름이다. 시(詩) 공부하느라 깨인 눈으로 곱씹던 노래다. <낮과 밤> [햇살 붉은 한낮과 안식의 푸른 밤이 맞물려 낮 기울면 밤 밤 다하면 낮인 거 지극 호사여라 더 하여 그 심오한 갈피에는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구만리 강물] …..김남조, [심장이 아프다]에서 한때, <커피 한잔>에 그대 올때를 기다리는 푸릇푸릇한 시간을 담았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싶다.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와
황구지천 천변기행4 시인/ 영화감독 우호태 저녁나절 천변으로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기승을 부리던 낮더위가 한풀 꺾여 선선하다. 황구지천 건너편 네온 불빛이 하나 둘 피어난다. 잔잔한 수면에 아파트, 상가, 가로등이 통째로 물속에 거꾸로 세워져,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이 즐겨쓴 찬란한 데칼코마니다. 이따금 바람에 물결이 일어 에펙 빛 번짐 효과도 연출되고, 둑방 풀벌레와 물방개 같은 자동차들이 도로위에 달리며 음향을 곁들인다. 상가불빛, 가로등, 아파트, 바람, 하천, 자동차 들이 어울린 예술작품이겠다 산책은 사유의 시간이다. 재미있는 <수궁가>의 굼뜬 별주부와 잰 토선생의 눈길처럼 저 멀리 양산봉 마루턱과 곁에 흐르는 황구지천 수중의 용궁을 왔다리 갔다리다. 죽장에 삿갓 쓴 방랑거사 ‘난고’ 선생은 이 풍경을 어찌 표현하려나? ‘송강’선생이 붓길을 낸다면 ‘황구지천별곡’이라도 탄생할거나? 이백은 강서성 ‘여산’의 폭포수를 바라보며 그 비경을 1km 남짓한 길이의 “비류직하삼천척”이라 과장해 읊었겠다, 허면 양산봉과 독산성에서 바라본 굽이굽이 유유히 흐르는 “황구지천이백리” 물길은 어떻게 묘사하려나! 젊은이들이 다릿발 아래 마련된 족구장에서 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