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서 우리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야, 인마, 너 누구야?” 한때 TV 앞을 떠나지 못하게 했던 <야인시대>에서 툭 튀어나오던 그 한 마디. 중절모를 깊게 눌러쓴 사내들이 골목을 휘젓고 다닐 때, 그들은 먼저 ‘자기’를 세우고 상대를 흔들었습니다. 그 속에는 묘하게도,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나’의 그림자가 어른거렸죠. “나?” 하고 어깨를 치켜올리고, “알아 뭐하게?” 하고 시선을 던지던 그 시절의 우리는, 아니 그때의 나는 참 많이도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했습니다. 검은 안경, 중절모, 단단하게 여민 검은 재킷 속에 세상이 뭐라든 꿋꿋하고 싶은 제멋의 ‘나’가 숨어 있었던 겁니다. 얼마 전, 문인들의 카톡방에 맞춤법 전문가를 모신다니 괜히 쓱 떠오르는 생각. 그동안 내가 그냥 흘려 쓴 말들, 조심성 없는 조사 하나, 연결어미 하나가 어쩌면 ‘내 마음’보다 더 나를 말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불쑥 생각이 나더군요. 그 옛날, 노래 속에서 만났던 ‘내가’와 ‘나는’이란 언어의 의미.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 .노래 <여러분> 중에서 노랫말 속 ‘내가’에 강한 기운이 돕니다. ‘내가’
독산성 송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중학교 동창들과 함께 독산성에 올랐습니다. 반세기 전, 까까머리 중학생이던 우리가 아침마다 조회 때 불렀던 옛 교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역사깊은 세마대를 앞에다 두고 우리는 한결같이 배우고 배워 성실과 믿음은 우리의 사명 우리를 길러주는 안용의 학원” 어린시절,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다녀가 ‘존슨동산’이라 불리던 구릉에 이웃한 바로 우리의 배움터, 안용중학교였습니다. 그 교정을 떠난 지 어느덧 반세기. 그 세월을 건너 고향 친구들과 다시 만난 날입니다. 앞산인 독산자락을 따라, 우리 추억이 새겨진 세마대와 양산봉을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올랐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 바라본 사방의 풍경은, 마치 우리의 지난 시간을 위로하듯 다정합니다. 마음속에 쟁여 놓은 시어, 자연스레 흘러나온 <독산성 송가>입니다. 한걸음 두걸음 머언 발길들 불어라 들바람 고개 너머로 금암리 선인들 머문 쉼터에 천년의 고인돌 고요 하구나 진달래 개나리 고운 몸단장 독산성 둘레길 노을이 지면 솔숲에 울리는 말울음 소리 그 이름 부르니 세마대로세 화산뜰 감아도는 황구지천아 오신 곳 어느 뫼 어데로 가나 서해로 떠나는 이백리 물길 애끊는 사부
<오거리 샹송> 시비 제막식에 부쳐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어느새 <오거리 샹송> 소식이 휴대폰 너머로 전해졌다. 젊은 날, 꿈을 향해 뜨겁게 내딛던 발걸음이 이제는 고향을 품은 손길로 옮겨진 걸까? 몇 해 전, 고향을 사랑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목포를 사랑한 사람들>을 펴낸 그가, 이번엔 목포 시내 오거리에 여러분의 정성을 모아 시비(詩碑)를 세우다니, 이보다 진한 고향 사랑이 또 있을까? ‘오거리에 앉아 부르는 샹송’ <오거리 샹송>엔 옛 목포 도심의 풍경과 정서가 고스란히 스며 있나싶다. 삼학도의 파도처럼 잔잔하고, 유달산 중턱에서의 탁 트인 전망처럼 시원한 시어들. 들으며, 보며, 읽다 보면 누구나 자신이 걸어온 삶을 되돌아 볼게다. 맛(味鄕)과 예술(藝鄕)의 도시, 목포. 그 위에 시심(詩心)을 더해 문향(文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오거리 샹송>은 언젠가 노래가 되어 전국에 울려 퍼질게다. <비 내리는 호남선>처럼 애잔하고도 흥겨운 선율로, 그대와 마주 앉아 조용히 흥얼거려보고픈 노래가 되리라. 바람결에 초대장이 날아든다 ‘오거리로 오세
직립 보행과 현장 발품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인류 진화의 여러 요인 중 하나가 직립 보행이다. 인류문명사를 살피건대 짙게 밑줄 칠 일이다. 경기언론인 클럽 창립 23돌을 맞아 우수기자 시상 및 언론인 자녀에게 장학금 전달식이다. 클럽이 주관해 매월 열리는 과학, 문학, 봉사, … 등 품격 높은 강연회에 참가한 인연으로 경기아트센터로 발길이다. 머문 시간속에 지방자치시대에 어울린 지방언론의 제역할에 대한 공명이다. 중앙집권과 대비된 지방분권이 생동하여 국제화에 이어 지방화도 뻗어낼 장축이겠다. 정치.경제.교육.금융 등은 중앙에 채 종속되어 있는 형편이나 지방화 핵심인 문화영역 만큼은 나름 특색이 있어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라 다행이다. 이름 모를 지역에서의 독특한 일들도 SNS을 통해 국제적 이목을 끌고 있으니 말이다. 지방자치제의 본연은 둥지 튼 고장의 산수를 다스려 정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울내 지리도 사람도 알아야 하며 행정.의정.기관.단체가 마땅히 협동해야하나 현실은 사뭇 다른 모양새다. 연일 요란한 겉치레 현수막 게시와 꽹과리를 두들겨 대며 ‘모여라’ 외쳐대니 ‘그 어느날 오후’에 옆구리 뻥뻥 터질까 참 걱정이다. 권력의 감시와 사
경계에 서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옳고 그른 경위가 분간되는 한계이거나 땅을 구분 짓는 끝자리”를 일컫는 말로서 적확한 표현의 늘림 말 없이도 서로 알아 듣는 말일게다. 휴일에 충청지방으로 기대가 부푼 외출이다. 경기도 회색빛 공간을 벗어나 짙푸른 연녹색이 뒤덮은 산야를 흘기며 세월아 네월아 지방도에 달려나가니 달포만에 두 눈과 두 귀의 호사겠다. 자동차, 신호등, 난간, 전봇대, 간판, 전선줄,담벼락, … 무질서한 모습들이 눈길을 훌치던 도심 거리와는 사뭇 다른 대자연의 선물이다. 한입 베어낸 솜사탕 같은 흰구름 모양새는 이따금 저멀리에 날아가는 새들과 어울린 멋진 배경인지라 사사삭 <구름 타고 나는 새>의 크로키 스케치다. 충주를 오가느라 경유하는 용인, 수원, 동탄지역내의 숨막히는 건축물 모양새와 달리 무심히 눈길을 조용히 끌어간다. 충주호에서 흘러내린 잔잔하게 누워 흐르는 물줄기인 용탄과 새바지의 둑방길에의 여유다. 동량면 조동리에서 선사시대의 고인돌을 마주하니 먹고사느라 아둥바둥한 몸짓이 수천년의 시.공간속에 한점에 불과하니... 찰나에 천년을 오고가니 경계에 선 깨달음(?)인가? 수원 구도심을 지나 광교로 향한 터널을 이따금 지나니 서
물(水)을 노래하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물(水)의 크기는 천(川), 강(江), 해(海), 양(洋)으로 뻗어난다. 이에 어울린 큰 패싸움이 언뜻 스친다. 유명세를 지닌 안성천, 양자강, 남해, 태평양 등에 얽힌 싸움이다. 청일전쟁, 적벽대전, 명량해전, 태평양전쟁으로 나라의 흥망을 가른 물가에서의 전쟁이다. 아마 담대한 전략과 어울린 제위치 제역할로 승패가 갈렸다싶다. 며칠전, 코리아내 동서대전(?)이 끝났다. 75년전 남북대전(?)으로 허리가 잘린 임진강에 진저리를 쳤건만 그 후유증 탓에 깊은 물골이 패였나도싶다. 애민과 부국, 합리적 시스템 운영을 강조하니 그 물골을 지켜볼 일이다. 어찌 지난날 핏빛의 흙탕물길만 있으랴! 물오른 버들가지는 호들기로 제격이요 물 좋은 생선은 입맛에는 그만이니 물의 의미는 싱싱한 생명력을 함의한게다. 장맛비에 동네에 우당탕하는 도랑물이 들판 냇물에 어울려 한동안 제빛깔 고집하나, 그 기세 잦아들면 몸을 뉘어 주변을 살피며 조용히 흐른다. 하폭도 넓히고 모래톱도 만들어 가며 강으로 바다로 향한다. 우리네 삶의 모양이요 자연의 섭리겠다. 어제 오전나절 주전부리를 싸들고 평생지기와 양산봉에 올랐다. 팔각정에 앉아 지난 세월의 강을
6.25 참전 학도병(선배님들)을 추모하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내일은 제70회 현충일,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해 산화하신 님들을 추모하는 글말이다. <그날이 아프다> 허리에 철 울 두른 채로 일흔다섯 해 모로 누워도 그날이 아프다 포성이 멎은 적막한 달빛 풀벌레 소리 찌르 찌르르 소쩍새 소쩍 소쩍 소쩍꿍 가신 님들 누운 곳에도 노란 애기똥풀 지천일까 하얀 망초 꽃은 피었을까 “곧 돌아온다”던 고운 님들 울어울어 가슴 시린 세월 하얀 낮달마저 서러워라 아, 어찌 잊으랴 님의 모습 고향 모교 뜰에 기리오니 꽃 님들이시여 영면하소서 —--------------학도병 참전기념탑 수원고 뜰에서 “압록강 맑은 물 흐르고 흘러 끊임없이 모이는 우리 건아들~”, 선.후배가 기념비에 모여 힘차게 부르는 교가, 추모행사를 하니 그 정신 길이 이어질게다. 다시금 님의 뜻 새기노니 고이 잠드소서. 한송이 국화꽃을 바치옵니다.
나는 누구인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삼일절 노래의 한 구절이다. 왜 ‘의’와 ‘생명’이라 했을까? 다시금 새김하니 깊은 뜻을 지녔다 싶다. ‘나’뿐 아닌 ‘자유대한’이 살아있음이니 두 팔 뻗은 만세소리가 이어졌겠다. 글제의 해답을 찾으려 위 노랫말을 살핀다. 내일은 이어달리기 대회가 끝난다. 모두 잠에서 깨어났을 터라 얼마나 장엄한 날인가? ‘자유대한’ 퀀텀도약을 위해 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우자. 그간 얼마나 구토할 정치권의 민낯을 보았는가? 수없이 외친 ‘국민을 위해서’란 정치인들의 달콤한 수사가 “허공속에 묻어야 만 될 슬픈 옛 이야기”가 될게다. 배고픈 시절엔 배불리 먹게 해주겠다는 공약이 으뜸이요, 산업화 시대엔 수출강국을 표방한 경제개발과 교통망 건설이 우선이요, 금융.정보화 사회에 신도시.부동산 정책이며 이젠 지구촌 문화시대이니 지도자 품격도 가늠의 요소인가 싶다. 인왕산 마루에 청년시절의 기상이 솟았나? 우울한 날들인지라 난영 선생의 <목포의 눈물>도 방방곡곡에 제격이라는 말이다. 반만년 이은 ‘자유대한’을 융성케 할 지구촌에 우뚝 서게 할 능력있는 런너가 과연 누구신가? 두 눈을 감고 생각하자.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