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문화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아침나절 아내와 팔탄 지인의 집에 들르니 몇 가족이 모여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는 날이란다. 절인 배추를 ‘김장대’로 나르는 가장들의 발걸음에 부인들이 재재바른 손놀림에 갈색 김치통이 하나 둘 착착 쌓여간다. 외신기자(?)로 분해 얼크러 설크러진 말가닥을 이어 입말로 시간을 보채며 주부들에게 ‘김장 소감을 물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는 느낌”이란다. “누군가 맛나게 먹을 거란 생각에 기쁨”이 있단다. 한편으론 “시어머니 말씀에 긴장하는 날”이며 “친정 엄마의 교육방식과 자녀에 대한 생각”도 머문단다. 저마다 가슴속에 갈무리한 배추속 같은 이야기에 공감이다. 새김하니 내 동네 이야기요 어릴 때 내 어머니 모습일게다. 내겐 앞밭에서 어머니가 다듬은 배추 무를 우물가로 나르고, 어둠이 짙은 방에서 채칼에 무를 썰며 씩씩거리던 기억이다. 절인 배추를 드럼통에서 꺼내시던 부모님, 이제 싸놓은 갈색 김치통에 담긴 김장날의 희미한 ‘갈색 추억’이 된다 싶다. 어디 김장양념 레시피만 전해오랴! 어머니 손맛에다 야단스런 짜라락~ 토크쇼 마저도 전해오니 이 모두 김장문화인게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된 값진 문화인게다.
‘송년의 밤’ 수상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연말 송년회가 해를 한달여 앞서간다. 화성시 송산동 소재한 ‘안용중학교 12회 동창회 송년의 밤’이다. 의술 발전(?)을 위해 다섯해 동안 헌신한 필자에겐 오랫만에 즐거운 만남이다. 장소에 들어서니 무대 스크린에는 모임 때마다 동창들이 남긴 정다운 영상이 돌아간다. 반세기 흐른 그 옛적 아침모임 때마다 “역사 깊은 세마대를 앞에다 두고” 목청 돋워 부르던 교가도 등장해 쓸쓸한 날씨와 달리 맘이 따뜻해진다. ‘정직, 믿음’은 우리의 사명이라 합창하던 그 까까머리와 새침떼기들이 어느덧 손주들을 거느렸고 낼 모레면 ‘인생칠십고래희’다. 임원진의 고운 정성이 어울려 푸짐하게 마련된 송년모임이다. 늘 농사일에 분주한 동네 동창생도 만사를 제쳐두고 채를 잡고 식전 무대에 올라 동창들의 앞날의 행복을 기원하는 <비나리>를 풀고, 이어간 다른 동창생의 색소폰 연주가 흐느끼니 굽은 심신에 조용한 울림이려. 인생길 이골 저골에 넘나들던 반세기 세월의 강을 거스른 즐거움이다. 우정출연한 밴드단 연주에 스무너댓명 동창들의 목소리가 트였다. 굴렁쇠도 굴렸을게다. 메밀꽃 지천이던 물방앗간의 사랑이 생생하더라. 징검다리 개울 ‘윤초시
‘퍼뜩’ 스치는 환한 빛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수 많은 만남과 읽은 책갈피에서 값진 두 어휘는 결핍과 풍요다. 전자의 순기능은 정진이요 역기능은 좌절이다. 이에 후자는 베품과 교만인가도 싶다. 영화계에 발 들인지 얼마되지 않아 간접 경험을 얻고자 젊은 촬영감독과의 만남을 위해 서울로 나들이다. 글제를 이어갈 자연스런 말은 스치는 영감인게다. 우리말은 새김질 할수록 맛이 난다. 이 ‘퍼뜩’이란 말을 어떻게 번역할까? 언어학을 공부한 바 없어 글을 지으며 든 생각이다. ‘퍼뜩’ 스친 생각에 쉼없이 작품을 써내려갔다는 작가들의 경험담이요 때때로 우주유영도 했다니 말이다. 이 어휘가 가져온 세상의 변화에 말빨을 늘인다. 뉴턴이 정녕 사과가 떨어지는 모양새로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했을까? 분명 ‘퍼뜩’ 스친 생각이겠다. 하여 ‘퍼뜩’ 스친 영감이 자연과학자에겐 위대한 발견이요, 문학가나 예술가들은 이로써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니 ‘퍼뜩’이 인류문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생각이다. 뇌세포의 순발력인가? ‘퍼뜩’ 샅바를 잡는 것은 스친 영감을 끄적댄 메모장 때문이다. 그 영감이야 계량할 수 있으랴만 노트를 저울에 달면 십여키로그램이요, 엄지 검지 벌린 두께에 이른다. ‘퍼
상주 곶감 마라톤대회에 다녀오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마라톤 삼총사의 상주행이다. 상주는 중.고시절 배운 통일신라 행정편제인 9주 5소경 가운데 한 곳이요, 드라마 왕건에 등장한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의 활동무대다. 특산물 곶감으로 유명세를 지닌 터라 곶감 1Box는 귀가길에 필히 동반해야겠다. 화성에서 오후나절 출발한 탓에 저녁나절에 도착해 운동장을 휘둘러보니 전마협 관계자들이 참가팀들을 위한 텐트 설치와 무대설치 등 사전 점검중이다. 어둑해지는 운동장에 조명탑 뒤로 둥실 떠오른 유난히 덩치 큰 달이 마치 고향동네 뒷동산에 달맞이 정감이려. 곶감! “곶감 빼먹기”란 달짝지근한 얘기와 “울던 아이 울음도 그친다”는 설화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한페이지 넘기니 설사치료, 주근깨 제거, 감기예방, 숙취해소, 피로회복에도 ‘감’이 좋다니 겨울나기에 필수품이겠다. 맑은 공기에다 물 맛 좋고 유난히 큰 저녁달에 주렁물렁한 홍시에 울 엄마도 생각나, 저녁 밥상에 배부른 포만감에 세상 번뇌도 잠이 든다. 후루륵 간단히 아침식사 후, 출발지 주변에 도착하니 7천여명이 북적거려 주차가 기록갱신보다 어렵겠다. 운동장에 들어 바로셀로나 마라톤 영웅 황영조를 따라 몸풀기를 끝내고
가을 냉이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지역 후배가 주말에 농장에서 김장한다며 들르란다. 정성스레 가꾼 배추를 절이고, 씻고, 속을 만들어 켠켠이 넣어 싼 김장통을 건네줄 모양이다. 씨 뿌려 결구까지 들인 정성이 큰 것을 알기에 여간 큰 맘이 아닌게다. 주말 선약으로 사전 일손이라도 보탤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 도중 주변의 불타는 가을산에 눈이 붙들리고 FM라디오 음악방송에 귀가 붙들려 네바퀴도 천천히 구른다. 동탄 장지리를 벗어나 안성방향 도로에 올라 달려가는데 어찌된건지 유턴하란다. 나사가 풀린 요즘 세상처럼 네비게이션이 말썽을 일으켜 가는 길을 헤매다 정오에야 도착했다. 때 맞춘 점심에 눈 인사로 악수를 대신한 채, 손품은 팔지 않고 맛난 비빔국수에 입품만 열심히 팔아 두 그릇이나 비웠다. 이리 맛나니 서민봉사로 비빔국수집은 어떠냐며 우스개 소리도 좌중에 비볐다. 가을들녘에서 참 맛있는 비빔국수다. 비빔밥, 비빔국수, …. 그래, 비벼야지. 해야 맛도 나고 세상도 돌아가니 말이다. 하늘보고 두 손을 비벼볼까? 비나이다 비나이다. 0000님께 비나이다. 오늘은 이 세상이 제대로 돌게 하옵소서! “비빔국수가 맛있다”, “배추 결구가 실하다”는 등 입품을 다팔아 머
인공지능이 바꿔 놓을 미래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글제는 모교 총동문회가 대학교내에 마련한 <서강사랑 지식포럼> 강연 주제다. 4차산업혁명에 관한 수위 주제인 ‘인공지능’이 향후 세상을 덮을까 싶다. 수년간 이곳저곳에서 눈.귀로 접해도 주머니 안에 넣고서 만지작거리기나 했는데 때 맞춘 강연이다. 4차산업혁명의 주요 핵심기술이 매체에 기사화 된지 오래요 도서관 서가에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으니 인공지능 (AI)을 비롯해 사물 인터넷 (IoT), 블록체인 활용 영역, 가상현실 (VR), 증강현실 (AR), 고성능 로보틱스, 양자 컴퓨터, 뉴로모픽 컴퓨팅 등은 현대인의 교양과목이라 할만하다.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신기술을 배우랴 적응하랴 꽤 분주한 일상이다. 몸에 편리성과 일의 효과, 효율을 가져오니 이는 개인에겐 능력이요 집단과 국가에겐 비교우위를 가늠할 경쟁력이겠다. 귀에 익은 기업들이 시대적 흐름을 통찰하지 못해 사라진 경우가 허다해 선택의 문제가 아닌 배우고 익혀야할 과제란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처할 국제적 규약도 거론하는 형국에 기술 습득은 서두를 일인게다. 어딘가로 고속으로 돌진하는 세상의 변모다. 숲에서 활쏘던 ‘부시맨
노벨문학상과 한국문학의 세계성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글제는 경기언론인클럽에서 마련한 강연회 주제다. 발표는 문학평론가이신 000 원로께서 맡으셨다. 2011년 노벨상 시상식에 초청받은 강연자의 참관기를 읽고 자리에 앉았다. 당시의 감동을 회고하는 서너장 사진에 대해 설명이 있은 후, 평론가로서 수상작가와 작품에 대해 응축된 평설을 이어갔다. 수상작의 연원과 문학성을 살펴감에 멜빌의 <백경>, 카프카의 <변신>이 작품뼈대로 등장한다. 돋움하여 저명한 서양철학자 니체, 하이데거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동양의 붓다사상과 노자의 무위사상,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주의, 킹목사의 사회운동까지도 엮어 작품세계를 꿰었다. 그외에도 아득한 고대 그리스 호메로의 서서시 <일리아드//오딧세이>와 단테의 <신곡>, 최근의 BTS의 K-Pop까지 호출한다. 창작을 위한 수상자의 치열한 연단과 작품세계를 시간여 평론으로 어찌 알랴만, 최고 권위를 상징하는 노벨문학상이기에 채 국내에 머문다는 한국문학이 지향할 세계성이 관심사다. 이에 대한 청중의 물음에 평론가는 수상작품에 담은 원형을 짭게 축약하며 우리만의 평가와 주장으로는 노벨문학상에 접근
이렇게 좋은 날에 시인/영화감독 이렇게 좋은 날이 있으랴! 신혼부부 탄생에 “축하한다”며 신랑과 어울려 지낸 세월을 곁들인 친구의 덕담에다 감미로운 맞춤형 축가 <청혼>이 발길한 하객들에게 기쁨을 더한다. 천재 화가인 000선배의 자제 결혼식이다. 두어달 전부터 다짐했기에 다른 일정을 비켜둔 채 오랫만에 서울로 나들이다. 뭐든 시작은 설레는 일이라 화혼은 만인으로부터 축복이 마땅한게다. 해맑은 미소로 식장을 환히 밝힌 신랑과 신부에게 거듭 박수를 보내니 이렇게 좋은 날이 있으랴! 식후, 호텔을 나서니 광장을 중심으로 시청사, 덕수궁, 고층건물, 소공동 지하상가, 호텔이 빙둘러 서 오후 햇살을 맞고 있다. 광장에 설치된 지방특산물 전시코너를 힐끗하며 지나치니 도로가에는 대규모 집회가 진행중이고 건너편 건물 지하에는 제36회 <2024년 대한민국실내건축대전> 행사중이다. 이사한 아파트에 가구들의 제자리가 어설프다 싶어 행사장에 들어섰다. 주거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하니 출품작의 공간구성에 눈을 넓게 열었다. 건축 또한 예술인 까닭에 작가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창작물로 지난한 정진이 따르기에 쾌적한 생활공간은 물론이요 멋진 도시공간을 창출할 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