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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156(12월 20일)

-겨울 뜨락을 거닐며

 

볼때기 에이는 찬바람에 겨울 들판길도 좋겠다. 오감의 치열한 다툼은 내가 살아 있음이다. 사내라면 '나라 지킨다'는 신념으로 눈보라 치는 들판을 무박으로 행군한 청춘시절이 있을테니 벽장속에 넣어둔 그맘이 이따금 겨울뜨락에 나설테다.

 

 

웬 팥죽? 운수 좋은 날이다. 오후나절에 겨울뜨락의 정경을 담으려 산사에 들렀다가 우연한 자리에의 동지팥죽을 몸속으로 밀어 넣으니 날씨에 어울린 제멋에 제맛이란 생각이다. 덥힌 몸을 추슬러 천천히 발길하니 군데군데 쌓인 눈발에다 경내 뒤켠 소나무 가지에 내려앉은 흰눈에로 무심한 눈길이다.

 

곁에 부축을 받으며 한발한발 뽀드득 발아래 부서지는 눈발이 청각을 깨운다. "돈키호태, 너는 좋으냐? 눈 밟는 소리가!"

 

 

늘씬한 자태로 하늘향해 높게 솟은 미루나무(?)의 까치둥지에는 짙은 노을이 비켜 들었다. 이내 떠날 온기의 햇살이 아쉬운가? 우듬지에 날아 앉은 까치의 까아~악 시원스레 손님맞이 인사다. "그님이 들으려나? 그래 내가 왔다. 네 얼굴 그리다가 한세월 묻어놓고 내가왔다" 하시는 곁에서 걷는 선배 문우님의 젊은날 겨울연가가 노루꼬리만한 햇살속에 산사뜨락에 애잔하다.

 

 

손바닥정원단"이 마중하는 산자락 성철스님 한말씀(해우소)에 들어 시름 풀어 좋은 날이다.

 

 

중년 사내의 노래소리 겨울 산자락을 열어간다. 앞서간 세상 사람들이 걸었을 그 길을 가고 있나 싶다. 아리아리 아라리려, 어허허 어허허려. 우는 맘이 간간히 배여 사무친 그리움도 안고 갔을테니 불러 좋고 가신 님들은 들어 좋으려나? 만나면 즐거웠던 고향에 내맘속 외나무다리려! 개울 건널 징검다리에 앉은 윤초시네 증손녀를 향한 능금빛이었으면…

 

 

선배문우의 옷차림새에 겨울뜨락이 따스하다. 바스락.뽀드득 소리에 흰눈 쌓인 오솔길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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