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 마루 북소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구요 금일도 상봉에 님을 만나 보겠네...’ 호새: 몽금포타령이네요? 돈키: 국악 한마당 노래소리야. 흥이 솟드만... 호새: 남도민요, 서도민요, 경기민요… 차이가 있나 봐요? 돈키: 어찌 알겠어. 그저 아는 게 황해도와 평안지방에 불리는 노래를 서도민요라 하는 정도지. 이즘 민요소리가 차즘 줄어드는 것 같아. 지방의 소리결이 민요야. '아리랑' 가락이 우리네 정서이 듯 이어가야해. 내도 민요18번이 있어야 겠어. 호새: 황해도 바다뜰 장산곶과 백령도 사이에 인당수는 심청이가 퐁당한 “효행” 콘테스트 해상 다이빙 장소로 유명한 곳 이잖아요? 돈키: 시쳇말로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이라 해야겠지. 호새: 이즘에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돈키: 사람사는 세상에 그 보다 더한 일이 없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살펴봐. 심봉사, 곽씨부인, 뺑덕어멈, 안씨부인, 선주, 용왕, 그리고 주인공 심청이가 끌어가는 스토리 말이야. 세상살이 예나 지금이나 같지 않아. 세상일은 행하는 자, 박수치는 자, 평가하는 자가 잘 어울려야 그 울림 자연스레 후세에 전해지는 거야 호새: 발효된 김장맛이란 거네요. 허
고려왕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개성! 반천년 고구려의 뒤를 이은 고려의 왕도였지. 호새: 서울서 한 시간이면 가는 거리네요. 돈키: 호랑이, 에비, 순사보다 무서운 게 인간 욕심이야. 이념이니 뭐니—오감 다 잃고 70년이나 흘렀다니까. 호새: 개경은 고려 왕도(송도). 서경·남경·동경과 어울리던 영토의 중심이겠네요? 돈키: 고려 474년, 조선 518년… 도합 천 년 왕조의 한 축이었는데 아직도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지. 호새: 후삼국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10세기~14세기, 연구거리 많겠습니다. 돈키: 제도 말고도 종이·활자·천문·금·은·화약·나전칠기… 바닷길 무역에 실어 나르던 고려잖아. 상감청자는 그 시절의 ‘반도체 기술’급이었지. 호새: 그 융성의 원천은요? 돈키: 한마디로 개방성! 조선의 사농공상과 달리 고려는 상공업이 활발했다구. 벽란도는 송·거란·서남아시아·유구까지 드나드는 국제무역항. 악기·상아·향료 사오고, 종이·금·은 팔고… 지금 치면 반도체·자동차·선박·K-뷰티쯤? 호새: 항구는 돈 돌고 사랑도 돌고… 로맨스의 무대죠? 돈키: 그럼! 16세기 베니스의 ‘베니스 상인’처럼, 고려엔 ‘벽란도 상인’이 있었지. ‘쌍화점’의 “회회아비 내
상상터 북한땅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저기 철조망 너머… 진짜 ‘갈 수 있는 땅’ 맞나요? 돈키: 그래. 우리가 부르는 “피어린 600리” 바로 그 이북 땅이지. 본능과 경험, 그리고 상상이 세상을 여는 법. 오늘은 염력 보태서 상상열차 한번 타보자고. 호새: 임진각이나 강화도, 백령도에 가면 망원경으로 보인다던데… 돈키: 그렇지. 눈앞에 보이지만 발은 못 디디는 북녘. 지도에서 38도선을 쓱 넘겨보면 펼쳐지는 그 땅 말이야. 코로나 때문에 원래 영·호남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이쪽으로 돌아왔는데, 나도 뜬금없이 공상을 좀 해본 거지. 호새: 공상 치고는 너무 설렌다니까요? 돈키: 하하, 부산에서 화성, 화성에서 강릉까지 걸었던 사람 아닌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날아갈 기세지. 호새: 그런데 이게 고대 여행인지 미래 여행인지 헷갈려요. 돈키: 아득한 옛날을 떠올려봐. 압록강 너머, 선인들이 말 달리고 눈물 흘리던 곳. 사극에서나 보던 요하, 용정, 북간도…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의 그림자가 스친다. 학자들이야 깊이 들여다보겠지만, 우리는 오늘 서너 곳만 데생하듯 그려보자고. 호새: 애국가에도 나오잖아요. 동해·백두산… 돈키: 압록강, 두만강, 묘향산,
대양이 부른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비바람 부는데 비행기 운행하나요? 돈키: 한라산이 있잖아. 호새: ??? 돈키: “제주도에 왜 갔어?” 하고 묻는다면? 호새: 옛 아씨들처럼 서방님 대신 주인님 따라온 거죠. 뜀맨1: 도심을 떠나 바다에 솟은 섬이라 마음이 눕고, 생각도 정돈되잖아. 뜀맨2: 한생각 덜어내서 좋구만. 돈키: 메인 일정에 정신이 분주했어. 특산물, 방언, 무속, 해녀, 사찰, 유학자들의 유배지… 추사관 옆엔 제주 출신 1호 이종도 목사 순교지가 있고, 김대건 신부 표착 용수성지, 천재화가 이중섭의 집터, 최근 테마파크들까지… 한라산, 곶자왈, 오름들이 제주 향을 피우더라니까. 호새: 내일 이야기를 좀 풀어봐요. 돈키: 학자들 연구자료를 보면, 한반도 역사는 이렇게 나뉘지. 1기는 고고학 대상기, 2기는 고대근현대, 4기는 다가올 시대, 특히 바다 중심의 해양사. 그 중심에 제주가 서야 해. 면적도 싱가포르 두 배 반쯤 되고. 뜀맨1: 러시아·중국·일본 이해관계가 얽힌 동남아 해로 한복판… 기대된다. 뜀맨2: 중국, 유럽, 일본 상선들이 제주를 경유하거나 표착했던 근세 기록만 봐도 가능성이 보이지. 호새: 벚꽃·유채 소식도 북상하고, 태
흰사슴 놀이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삼총사가 함께 오르나요? 돈키: 제주 일정은 한반도 유람의 맺음지지. “One for all, All for one!” 13, 4년을 함께 달려온 마라톤 동료들이야. 이번 유람도 마라톤 같은 여정, 그 피니시 라인이 바로 백록담이거든. – 휘릭 호새: 하늘에서 내려다봐도, 땅에서 올려다봐도 안기고 싶은 산이라면요. 돈키: 어머니 품 같지 않겠니? 옛적에는 영주산이라 불리며 설화가 끝없이 전해졌고, 누구나 찾는 영산이라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해. 뜀맨1: 여러 번 올라왔지만 오를 때마다 식물군의 변화가 참 묘해. 난대식물에서 초원, 활엽수림, 침엽수림, 관목림, 그리고 고산식물 띠까지. 그 모습이 우리네 삶 같아. 어머니 품에서 옹알이하던 아기가 아장거리다 풀밭 뛰놀고, 세상이 다 내 것 같던 청년은 어느새 둥그런 중년의 얼굴을 닮아가고, 마침내는 비워가는 노년의 경지에 닿는 것처럼. 뜀맨2: 솟구치던 청년의 기상이, 노년에 와서는 정으로 굳어 못이 되는구먼. 이곳은 이승과 천계의 경계라 했고, 흰사슴이 물을 마시던 곳, 은하수가 담긴 곳이라했지. 신선이 노닐던 산. 우리 삼총사도 삼신산에 오르는 셈 아니겠어? 소동
혼저옵서예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무슨 바람이 불어 바다까지 건너려는 거예요? 철인삼종 준비한다고 수영해 갈 것도 아니고, 날트리라도 타겠다는 건가요? 돈키: 하하, 차라리 드론이라도 타고 날아갈까 싶구나. 호새: 그러다 마라톤 삼총사가 한라산 정상까지 뛰어올라 가는 건 아니겠죠? 돈키: 등산만 해도 충분하지. 그래도 보물섬 제주로 간다니, 마음이 괜히 한 번 더 뛴다. 호새: 남한에서 가장 큰 산을 이고, 바다 한가운데 둥근 뚜껑처럼 누운 섬이니, 해양국 코리아의 숨결이 모여든 곳이지요. 돈키: 저 높은 한라의 기상과 먼 바람의 그리움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땅이지. 제주엔 바람이 많다던데, 바람이 있어야 비로소 제 맛이 나는 섬이라더라. 호새: 노래도 많죠. “내 이름은 바람이란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바람이려오…”, “바람이 분다 연평바다에…”. 사람들은 어찌 그리 바람에 마음을 매달았을까요. 돈키: 바람이 있어야 숨이 살아. 인생도 제때의 바람을 맞아야 한다네. 때를 놓치면 입 돌아가듯, 사는 일도 금세 뒤틀리더라고. 바람 많은 탐라국에선 어떤 이야기가 피었다가 사라졌는지, 그게 자꾸 궁금해져. 호새: 돌 많은 섬이라 하죠. 돌아다니다 보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꿈꾸는 마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오늘 순천만에 영화시나리오 쓰려 가나요? 진도, 완도, 해남, 강진에 가볼 곳 많은데... 돈키: 진도아리랑도 듣고 싶고 장보고관, 땅끝마을, 하멜기념관, 나로호우주센터, 녹차생산지, ...다 가보고 싶은데 여의치 않네.-휘릭 실버맨1: ‘벌교에서 주먹자랑 말고 순천에서 얼굴자랑마라’는 옛말입니다. 호새: 국가정원과 순천만 늪지와 순천의 이미지가 되어가나봐요? 실버맨1: 순천에 오셨으니 짱뚱어탕 드셔보세요. 정원엔 아직 꽃이 덜해 산책하시면 될겁니다.-휘릭 호새: 뜨락 꽃밭에 나무 들어서고 물웅덩이 만들면 정원 아니에요? 꽃이 아직 이네요? 돈키: ‘제인에어’ 읽어봤지? “파도가 지나간 자리” 영화는 어때? 호새: 뜬금없이 소설과 영화래요? 네덜란드 정원에 풍차 보러 오는 줄 알았어요. 돈키: 응, 나라별 정원의 특색을 볼수 있다잖아. 서구 유럽에 영주들 저택을 둘러싼 농장이 큰 정원이라고 생각해. 장원이 정원으로 축소되었다고나 할까? 서구풍이 이러저러 경로를 통해 우리주변에도 익숙한거지. 중국, 일본에 이은 우리의 정원과 서구풍이 어떤지 봤잖아. 호새: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되어야 꾸밀까요? 베란
바닷길을 나서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드뎌 관심 갖던 해양문화재를 살필 장소네요. 돈키: 근해 바다는 고대 유산의 수장고니, 이를테면 타임캡슐이지. 알 수 없었던 일들이나 당시의 생활양식, 나라 간 해상교류를 살필 자료실이야. 호새: 고대 해양문화를 살피려면 우리말 변천과 한자 어원, 일본말도 알아야겠어요. 돈키: 고고학자·역사학자·국문학자들이 연구하는 분야지. 그냥 그렇구나 이해하고, 물길에 관한 거니 물 ‘수(水)’자 정도는 공부해야지. 호새: 샘이 냇물이 되고, 내가 강이 되어, 바다로 가는 거네요. 돈키:『설문해자로 어원을 살피면 샘 ‘천(泉)’, 내 ‘천(川)’, 강 ‘강(江)’, 바다 ‘해(海)’, 대양 ‘양(洋)’의 의미가 분명해지지. 마시는 물인지, 건너는 물인지, 낚시 할 물인지, 아니면 수평선을 바라보며 배를 타고 나가는 바다인지를말이지. 해양문화재는 바람을 이용해 목적지에 오가다 풍랑을 만나 침몰한 배에서 나온 유물들을 정리한 것들이 많아. 호새: 어느 시기에 어디서, 누가, 왜, 무엇을 싣고 가다 침몰했는지 살필 수 있겠네요. 대하드라마 소재도 되겠어요. 돈키: 연구를 많이 해야지. 당시 시류, 풍습, 언어, 생활양식… 기본지식이
목포는 항구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A=B다. 도시 중 가장 명쾌하게 정의된 곳이 목포야. “목포는 항구다”(작사 조명암, 작곡 이몽룡)라고 하잖아. 이난영 선생이 부른 노래 말에 나오더라. “영산강 안개 속에… 삼학도 등대 아래…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이별의 부두.” 목포는 항구라는 말이야. 항구라, 그만큼 아픔이 있다는 이야기지. 담양에서 발원해 광주, 나주, 영암을 거쳐 삼학도를 품은 영산강의 종착지라네. 호새: 옛적에 통통배들이 선창의 모습을 수놓았으니, 아직도 그분이 부르던 “사공의 뱃노래…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 때,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목포의 눈물’(작사 문일석, 작곡 손목인)이 흐를까요? 돈키: 식민과 동란의 아픔이 삼천리 어느 곳엔들 없을까만, 항구라서 그 정이 더욱 깊겠지. 호새: 그 정이 깊어 “흑산도 아가씨”(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의 가슴이 검게 타버렸대요. 돈키: 그 노래엔 사연이 있어. 작곡가가 ‘흑산도 어린이들 서울 구경’이란 신문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지. 흑산도 아가씨만 그렇겠어? 순정을 바친 섬 아가씨들 마음이, 총각들이 뱃
청출어람 청어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실버맨: 나주는 천년의 역사를 지닌 고장입니다. 미래를 위한 고장이기도 하지요. 돈키: 듣자하니 왕건과 얽힌 샘물 이야기라든가, 영산강변에서 홍어축제가 열린다던데요. 실버맨: 역사가 깊어도 젊은이들이 머물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할 텐데요. -휘릭 호새: 어디 가요? 돈키: 이 고장은 의미로운 발걸음이 될 것 같아. 도로명이 ‘백호로’라잖아. 이름값처럼 고구려대학이나 천연염색박물관, 낭만시인 임제문학관이 있다니 들러야지. 호새: 어찌 고구려 명칭을 이 지방에서 썼을까요? 돈키: 백제, 신라, 가야, 고려, 조선 모두 대학교 이름으로 쓰이나, 이곳에 고구려대학이라. 진취적인 기상을 잇겠다는 뜻 아닐까? 호새: 곤충산업과가 있던데요? 미래 식량원으로 개발된다면요? 돈키: 생소하지만, 친환경 먹거리로 훌륭할거야. 어릴 적엔 메뚜기도 볶아 먹었거든. 그뿐이겠어? 아주 멋진 개그도 곤충과 어울려 친숙한 먹거리가 될거야. 호새: 개그요? 돈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마라”가 “공자 앞에서 문자 쓰지 말라”와 같은 뜻이야. 얼마나 자주 생활 속에서 쓰이는 말인가. 주변을 살피면 세상에 얼굴 내밀 게 많아. 호새: 지방 특산물을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