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날 때, 나는 나를 넘어선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랜 시간 응축된 에너지는 마침내 한순간에 터져 나온다. 봉오리가 열리는 그 찰나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전환이다. 안에 머물러 있던 가능성이 바깥으로 드러나며,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꽃은 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그 피어남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색을 내고, 향을 퍼뜨리며, 바람과 빛을 받아들인다. 그 순간 꽃은 더 이상 ‘자기 자신’에 머물지 않는다. 주변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더 큰 흐름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이해하고, 내면을 충분히 채운 사람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향한다. 그것은 과시가 아니라, 나눔에 가깝다. 자신 안에 쌓인 것을 세상과 나누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연결을 만들어간다.
피어남은 완성이 아니라 확장이다. 나라는 존재가 하나의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와 이어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진정한 성장은 혼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타인과 세계를 향해 열릴 때, 비로소 완성에 가까워진다.
꽃은 피면서 자신을 소모한다. 그러나 그 소모는 사라짐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나눔이다. 향기는 흩어지고, 꽃잎은 바람에 실리지만, 그 흔적은 새로운 생명을 준비한다.
피어날 때, 나는 나를 넘어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