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마는 달리고 싶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프라이드’라는 자동차 알아? 호새: 음… 예전에 기아에서 나온 소형차 아닌가요? 돈키: 맞아. 자동차 산업합리화 정책으로 꽉 막혔던 승용차 시장에 기아가 첫 모델로 내놓은 게 바로 ‘프라이드’야. 호새: 이름부터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돈키: 그게 단순한 차 이름이 아니라, 사람 마음속 ‘정신 에너지’ 같은 거였어. 내 인생에서 버팀목이었고, 누구나 그걸 품고 살아가는 거야. 호새: 그래서 기아자동차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시는 거군요. 돈키: 그렇지. 현대자동차와 합병 전 창업주 김철호 회장의 열정을 담은 ‘수레바퀴 한평생’을 읽으면 가슴이 뜨거워져. 화성공장 정문 앞, 거대한 두 바퀴 조형물을 봤니? 호새: 본 적 있어요. 무슨 의미인가 했는데… 돈키: 마치 구도자의 길 같아. 쉼 없이 나아가는 인간의 집념 말이야. “어디로 가는 것인가?” 스스로 묻게 돼. 호새: 기아자동차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어요? 돈키: 군 제대한 뒤, 80년대 중반에 입사했지. 당시 취업이 쉽지 않았거든. 해외지사관리·국내마케팅, 복지, 지역관리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어. 그게 지금껏 살아오며 다 큰 자산이 됐지. 호새: 그래서
아침마당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굿모닝! 호새: 굿모닝, 돈키님! 오늘은 뭐 하실 거예요? 돈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있으니, 오히려 생각이 굴러가네. 오늘은 좋은 ‘아침’이야. 차 한잔 하고 강의자료 준비하려고—휘릭. 호새: ‘아침’이라… 오늘따라 특별하게 말씀하시네요? 돈키: 영어로 ‘모닝’이란 말, 자동차에도 이름표처럼 붙이잖아. 하지만 진짜 의미 있는 건 ‘좋은 아침’이지. 하루를 여는 서곡이야. 어둠이 밝음으로 넘어가는 경계, 닫힘이 열림으로 변하는 순간, 모름에서 앎으로 나아가는 때… 난 이걸 모두 ‘아침’이라고 생각해. 호새: 아침… 듣고 보니 깊네요. 돈키: 커피향처럼 피어나는 순간이지. 옛날엔 “아침은 먹었니?” 하는 인사가 진짜 정이었어. 제때, 제모습, 제멋… 이런 말들처럼 말이야. 기운이 오르고, 흘러가고, 울리고, 결을 만들며 인생이 돌아가는 법이지. 호새: 결국 제길을 걷는 게 중요하단 말씀이군요. 돈키: 그렇지. ‘어쩔 수 없어서’ 걷는 길이라면 슬픈 일이지. 깨어나 제길을 걸어야 행운을 맞는 법이야. “아침에 도를 깨우치면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처럼 말이야. 성현들, 위인들, 부모님까지… 모두 ‘아침
애니콜–노르망디 상륙 컨덕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오늘은 입 좀 닫고 조용히 생각 좀 정리해야겠다. 특별한 날이거든. 호새: 무슨 날인데요? 돈키: 화성에 큰 변화를 가져온 이건희 회장이 타계했다는 소식이야. 내가 태어나고 자란 화성이야. 고향은 사람한테 기(氣) 충전소 같은 곳이지. 사계절 변함없는 뒷동산처럼 말이야. 나이 먹으니 고향에 높은 산과 흐르는 물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되더라. 게다가 문화유적지나 위인이라도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 영국인이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는 자부심을 갖듯, 삼성은 화성의 자랑이니 말이야. 호새: 고향 자랑이군요. 돈키: 맞아. 요즘은 먹고사는 게 전쟁 같지만, 해외 공항에서 국내 대기업 입간판을 보면 태극기 만난 것처럼 뿌듯해. 삼성, 현대차, 기아, LG, SK, 롯데, 포스코, 한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이잖니. 더구나 그런 일류기업이 내 고향에 있으니 자랑이지. 특히 화성에 소재한 삼성반도체 화성캠퍼스는 보물이야. 호새: 화성식의 재정규모 큰 이유가 다 그런 기업들 덕분이군요. 돈키: 그렇지. 근세사에 우리나라가 겪은 가장 큰 아픔이 식민의 설움이고, 가장 쓰라린
관점과 관심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관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창이고, 관심은 그 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바람이다. 어떤 풍경을 보느냐, 무엇을 담아내느냐는 그 사람의 시각과 마음의 방향에 달려 있다. 며칠 전, 자녀 교육 특강을 맡은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핵심 내용은 “부모가 아이를 알지 못하면 소통은 어렵다”는 강의란다. 왜 어려운가 묻자, 그분은 잠시 웃으며 말했다. “부모가 전하려는 말에 아이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래를 물으면, 꿈이 없다고 고개를 젓는 아이들. 이 낯설지 않은 풍경은 오래전부터 주변에 흘러 다녔다. 네 살에 둘러멘 작은 가방이, 여든이 되어도 내려놓지 못하는 인생의 무게가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그 책임은 제도일까, 아니면 타오르는 교육열일까. 수없이 논쟁하지만, 선뜻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진국의 제도를 연구하고, 사회적 병폐를 살피며, 더 나은 길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삶이란, 제때 제모습을 피워내는 일이다. 어린 시절, 오감으로 세상을 맞이하며 피어오른 호기심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이 말과 글이 되어 행동을 낳는다. 부모와 스승의 몫은 그 호기심에 불씨를 지펴 아이가 꿈길로 걸어가도록 길을
대한청년에게 고함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듣기만 해도 설레는 청춘’이라는 말 들어봤니? 호새: 민태원의 <청춘예찬> 첫 구절이잖아요. 돈키: 맞아. 도산 안창호 선생은 청년의 눈빛만 봐도 그 민족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했지. 융건릉 주변에 대학이 몇 개나 있는지 아냐? 호새: 글쎄요… 수원대, 협성대, 장안대, 수원과학대, 수원카톨릭대, 수원여자과학대, … 그리고 오산 쪽 한신대, 오산대까지 합치면… 아홉곱 곳이네요. 돈키: 그렇지. 교수와 교직원만 해도 수천 명, 학생은 수만 명이야. 지성과 젊음이 한데 모여 있는 셈이지. 삼성, 현대, 기아 같은 대기업과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인력까지 생각하면… 그 에너지는 마그마 같다고 봐야 해. 호새: 그럼 그 에너지를 어떻게 분출하면 좋을까요? 돈키: 정조 시대의 어가 행렬을 떠올려봐. 조직문화, 의상, 음악, 미술, 음식, 문학분야까지… 그야말로 당대의 야외 종합 패션쇼였지. 이런 격조 높은 전통문화의 동적 에너지를 지금 시대에 맞게 살려야 해. 호새: 옥토버페스트나 리우 삼바축제처럼요? 돈키: 비슷하지만… 품격과 내용은 다르지. 애민과 경로, 개혁사상이 담긴 왕과 백성이 함께 하는 이야
1위는 품격이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장면: 화성시 반월동과 동탄동 끝자락, 삼성반도체 공장 앞. 간판이 보인다. (드론뷰로 입간판 비추며 시작) 호새: 우와! 저 간판 봐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진짜 화성에 이런 세계적인 기업이 있다는 거, 좀 실감 안 나요. 돈키: 그렇지. 여기가 바로 '세계 1위' 반도체 생산기지가 자리한 곳이야.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호새: 외국 공항에서도 삼성 간판 보이던데, 정작 화성에 사는 친구들은 여기 안 와본 애들도 많아요. 돈키: 그게 참 아이러니지. 화성 시민인데, 삼성 사장이 누군지도 모르고, 화성소재 대학생이 얼마나 입사하는지도 잘 몰라. 현대·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고. 호새: 지역에 그렇게 큰 기업이 있는데, 정작 지역 청년들은 취업문 넘기 어렵다는 게 씁쓸해요. 돈키: 맞아. 그러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해. ‘큰 나무 덕을 본다’는 속담이 있지만 현실에선 꿈을 꿈으로 접는 경우가 많지. 그런 고용 구조도 좀 바뀌어야 하지. 호새: 삼성, 현대, 기아! 다 화성에 있는 기업들이네요. 정말 도시의 자산이자 자부심인데… 돈키: 진정한 지방자치는 그 기업들이 지역민의 자랑이 되어야 가능해. 부모
황구지천변 기행16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입추가 지나서일까. 아침 공기가 한결 서늘하다. 여름의 기세와 가을의 숨결이 맞물린 경계에서, 스물네 절기의 한마디가 왜 그리 지혜로운지 새삼 깨닫는다. 휴일마다 오르던 산행을 잠시 접고, 이른 아침 평생지기와 천변 둑방길을 천천히 달린다. 이미 이 길 위에는 하루를 앞당겨 시작한 발걸음들이 지나갔다. 다릿발 아래 족구장에선 청년들이 날렵한 몸짓으로 공을 차며 기합과 웃음을 터뜨린다. 그 소리에 풀꽃들이 깜짝 놀라, 밤새 맺었던 이슬을 털어내는 듯하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냇물 위로는 청둥오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작은 새들도 나뭇가지에 포롱포롱 날아오르고, 째재재 지저귀며 저마다의 아침을 연다. 길가 무성한 풀잎들은 예초기의 날에 잘려 바닥에 누웠다. 풀향이 아침 공기에 번져 숨결마저 상쾌하다. 보폭은 고르게, 팔은 앞뒤로 부드럽게 흔들며, 약간 기울인 상체로 달린다. 들숨과 날숨이 귓가를 스치고, 온몸이 천천히 깨어난다. 오직 아침 향기와 나만이 있는 둑방길. 오감이 이 길과 하나로 섞여 자연이 된다. 너는 너, 나는 나 경계를 지우지 않아 이미 걷는 사람도 달리는 이도 자연의 일부인게다. 오가며 나눈 몇
떡을 먹어야 나라가 산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필자의 생장지요 권역을 구석구석 걸어본 탓에 타지역에 비해 정감을 갖는 곳이다. 화성.오산.수원 지자체는 이전에 수원군으로 동일 행정권역이었던 탓에 교통, 경제, 문화, 역사, 교육… 제분야에서 문화를 공유한다. 이 권역의 성장 에너지는 광역지자체 수준에 비견되어. 별도 편으로 구성하였다. 수년전 발품을 팔아 쓴 ‘화성소나타’에 실린 내용이나 몇편을 발췌해서 지자체별로 싣는다. (돈키호태와 호새, 병점역 부근을 걸으며) 돈키: "떡을 먹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 들어봤나? 호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떡하고 나라가 무슨 상관이죠? 돈키: 병점 얘기야. 병점역 부근에 '떡전거리'란 곳이 있어. 조선시대, 한양 가는 길목이라 떡을 팔던 거리였대. 그래서 이름이 '떡전거리'가 된 거지. 요즘도 매년 떡전거리 축제를 연단다. 호새: 오, 재밌네요. 요즘엔 도시화돼서 그런 모습 찾기 힘든데. 돈키: 그러게 말이다. 시골정경이 하나둘 사라지니, 사람들 마음에도 옛 추억이 그립나 봐. 떡메로 떡판을 칠 때마다 둥근 보름달이 마음속에 뜨던 그 시절… 아련하지. 호새: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경험 못하죠. 돈키: 그래서 말인데, 병
강화도령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때 되었는데 밥 먹죠. 배에서 북소리가 나요. 돈키: 그래, 제때 먹어야지. 저~기 섬에 가서 한 끼 해볼까? 혹시 아냐, 강화순무에 홍당무까지 나올지. 청무, 왜무는 좀 심심하거든. 근데 강화밴댕이, ‘속알 딱지 없는’ 그놈들은 지금 철이 아니라... 아쉽당. 호새: 근데 웬 섬이에요? 돈키: 섬이 그리운 법이지. “섬에 가고 싶다”고 한 시인도 있잖아. 유네스코 등재된 강화 고인돌, 단군이 제사 올렸다는 마니산 참성단, 고려의 강화천도, 강화도령까지... 섬이라 무시할라치면 큰코다쳐~ 호새: 그냥 바닷가 섬 아닌가요? 돈키: 마니산은 말이다, 높이야 470미터지만, 우리 민족 정신의 봉우리지. 1988년 장애인올림픽 성화도 그 참성단에서 채화했다니까. 그리스 올림푸스만 신전이냐, 우리도 영산은 있다, 이 말이야! 돈키: 그리고 말이지, 이 섬은 "정치는 힘이다!" 이걸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 무대야. 무신정권의 꼭두각시 왕, 몽골과의 전쟁, 강화천도... 왜 그런 일이 생겼냐고? 숲속에선 숲이 안 보이는 법이지. 지금의 눈으로 보면 그때가 보여. 거시적 통찰력, 이게 역사 공부의 맛이라니까. 호새: 무신정권은 왕조를 만
오, 인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등장인물: 돈키, 호새, 영호> 돈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호새야, 저 하늘을 봐! 지구촌 곳곳으로 날아가는 저 비행기들 좀 보렴. 무엇을 싣고 있을까? 사람마다 가슴에 등불 하나쯤은 품고 떠나는 거겠지. 인천대교 너머 신공항과 인천항… 그곳은 꿈을 안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설렘의 쉼터야. 호새: 집 나서면 고생이라지만… 출발할 땐 늘 가슴이 두근거리죠. 돈키: 인천항? 쌩난리 끝에 문을 열었지. 처음엔 시원한 바닷바람을 기대했을 거야. 개화의 바람에 단추만 푼 게 아니라, 상투 자르고 웃통까지 벗었지. 문제는… 스스로 벗은 게 아니라 벗겨졌다는 거야. 호새: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돈키: ‘강화도조약’과 ‘제물포조약’… 그 후 반세기 동안 깜깜한 터널을 지나왔지.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유진영의 승리 덕에 우리도 빛을 본 거야. 그래서 “흙 다시 만져보고, 바닷물도 춤을 췄지.” “…한강물도 다시 흐르고, 선열아 이 나라를 보소서…” 호새: 돈키 형은 일이 터지면 가슴에 담아요, 머리에 담아요? 돈키: 하하, 좋은 질문이다. 그 전에, 국제공인 2단 옆차기의 고수, 맥아더 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