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붕자원불역낙호아(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오랜 세월을 건너 다시 만나는 인연 앞에서 이 말은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달포전 약속된 군동기생들의 문화탐방, 관내 융·건릉을 찾았다. 젊은 시절 푸른 제복을 입고 청춘을 함께했던 이들,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따뜻해진다.
융·건릉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역사적 의미를 넘어, 이곳은 누구에게나 열린 사색의 공간이다. 인기 드라마 속 군주(이산)의 서사와 달리, 오늘의 이곳은 고요한 산책길로 우리를 맞는다.
진달래와 개나리, 솔과 참나무가 어우러진 봄의 풍경 속에서 바람마저 부드럽게 흐른다. 자연은 계절을 노래하고, 사람은 그 속에서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해설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조라는 인물이 단순한 군주를 넘어 개혁가이자 사상가,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를 지닌 존재로 다가온다. 화성을 중심으로 한 도시 구상과 지역 개발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기생 중 한 명의 해설이 이어지며 탐방은 더욱 풍성해진다. 각자의 삶을 살아온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역사다.
을묘년, 아버지를 향한 효심으로 시작된 원행의 길. 그 길 위에 남겨진 이야기들은 화성행궁과 서장대, 지지대, …., 그리고 수많은 의식과 행사로 이어져 지금까지 전해진다.
화산의 솔향 속에 피어난 봄꽃들은, 굽이굽이 인생을 걸어온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확인한다.
벗이 있어 길이 기쁘고, 시간이 흘러도 마음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