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아리랑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강릉시청까지 스물두 리, 산기슭 박물관은 열 리 남았네요. 오후 세 시까지 닿아야 하니 발걸음이 재촉돼요. 돈키: 고갯마루에선 뛰어야지. 옛날 선비들은 굽이마다 곶감 하나, 아흔아홉 개를 먹어야 정상에 닿는다고 했다지. 그래서 대관령이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호새: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라는 이름도 있잖아요. 고갯길 굽이마다 굴곡이 깊은 까닭이겠지요. 돈키: 그래도 이 고개를 넘으면 동해가 한눈에 안겨. 푸른 물결이 가슴을 시원히 열어주지. 이백오십 리 걸어와 닿으니 감격이 솟아오른다네. 아리랑 고개여…. 호새: “인생 굽이 몇 굽이냐”는 노랫말처럼, 우리 삶도 굽이굽이 고갯길이죠. 어머니들도 자식 키우며 얼마나 많은 인생고개를 넘으셨을까요. 돈키: 그래. 누구나 한번쯤은 고개를 넘어야 하지. 대관령에 서니 지난 날이 아리랑 가락처럼 밀려오네. 아리 아리 아라리요…. 호새: 괴테는 “눈물 젖은 빵을 먹지 않은 자, 인생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죠. 대관령을 넘은 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할 거예요. “아흔아홉 구비를 넘지 않은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 돈키: 허허, 그 말 또한 아리랑이네. 강릉 벗이 전해
한강의 근원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집에서 마시는 상수도 근원이 오대산이라면서요? 돈키: 그렇다네. 정상인 비로봉이 해발 1156미터야. 백두대간 줄기라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가지. 두물머리에서 본 남한강 물줄기의 일부가 바로 여기서 시작해 흘러간 거야. 호새: 와… 그 물이 여기서부터 흘러간다는 게 신기하네요. 얼마나 걸려 흘러갔을까요? 돈키: 글쎄. 사실 얽매인 일상의 울타리를 잊으려 집을 나섰는데, 오히려 시간을 헤아리게 되더라고. 오르막 산자락엔 소나무, 잣나무, 떡갈나무… 이름 모를 풀꽃들이 발길을 붙잡아. 사람 손길이 덜 닿은 곳이라 제 모습대로 자라나 참 자연스럽지. 호새: 산책길 분위기가 그려지네요. 돈키: 해발 800m쯤 오르니 조용해.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고, 차량도 인적도 드물어 아침 산자락이 고요하더군. 그 순간, 오랜만에 고독이 찾아와 내 안의 나를 만났지. "왜 이 길을 걷고 있나?" 스스로 묻는데, 출발시 마음이 산새소리처럼 스쳐가더라고. 호새: 다시 걷고 싶어도 쉽지 않은 길일 것 같네요. 돈키: 그럴거야. 심심할 틈 없는 산책길이야. 매미가 허물을 벗듯 하얀 살결의 자작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마치 지친 몸을 풍욕하는 듯
함께 그리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동탄복합문화센터에서 여러 단체들이 저마다 특색 있는 공간을 꾸며 휴일 힐링 가족 맞이 행사를 열었다. 흰 천 위에 여러 색 크레파스로 마음을 그려보는 필자가 소속된 코너가 눈에 띈다. 몇번이나 제몫을 못한 탓에 봉사를 위해 하루를 내놓은 날, 서둘러 나섰으나 장소를 착각해 30분 지각을 하고서야 도착했다. 어린 시절, 흰 도화지에 하늘과 해, 구름과 나무, 꽃과 풀, 소와 토끼를 그리던 미술시간이 떠올랐다. 그때의 웃음소리가 울타리에 앉은 참새 재잘거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의 그림은 사뭇 다르다. 로봇, 배, 자동차, 인형, 강아지…. 젊은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곁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참 다정하다. 오빠, 누나, 아빠, 엄마 얼굴도 종종 등장한다. 핵가족 사회이지만 가족사랑은 여전히 든든히 자리하고 있구나 싶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된다. 그 면에 빨강, 파랑, 까망, 노랑 색깔이 채워져 가니 자동차, 하늘, 머리, 가방으로 살아난다. 빨강 자동차에 동그라미 두 개를 붙이니 금세 달려가고, 파랑 하늘 틈새에 흰 구름이 걸린다. 까만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올린 건 아마도 엄마의 파마일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15세기, 명나라의 황제 영락제는 바다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본 인물이었다. 그는 국력을 과시하고 해상 교역을 장려하고자, 환관 정화(鄭和)를 대장으로 임명해 전례 없는 규모의 대항해를 감행한다. 240척의 선박, 2만 5천 명의 인원을 이끌고 아시아 ,중동, 인도, 아프리카까지 7차례에 걸쳐 항해를 이어간다.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해양 원정이었다. 하지만 영락제가 세상을 떠나자, 새로운 정권은 배의 설계도를 불태우고 항해 자료를 폐기했다. 정화(鄭和)의 탐험은 역사 속에 묻혔고, 명나라는 해양 진출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되었다. 이 결정의 결과는 뼈아팠다. 바다로 나아가지 못한 명나라는 북방 여진족 청나라에 의해 멸망했고, 그 뒤를 이은 청나라도 서구 열강의 해양력 앞에 홍콩과 마카오를 빼앗긴 뒤 몰락의 길을 걸었다. 결국, 바다를 소홀히 한 제국은 하나같이 쇠락했다. 역사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다. 지정학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던 이 작은 반도국가는, 해상 물류와 교역을 기반으로 세계 10위권의 무역 강국으로
물레방아 도는 생태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둔내에서 진부 가려면 봉평 방면으로 우회하는 도로가 있대요. 근데 그냥 6번 도로 타고 가기로 했어요. 돌아오는 길에 들러도 될 것 같아요? 돈키: 그래, 아쉬움은 상상으로 채우면 되지. 봉평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덕분에 유명한 고장이지. 허생원과 동이, 물레방아, 장터내 정취…. 그 시절의 로맨스가 다 들어있어. 호새: 오! 봉평은 5일장이 열린다면서요? 돈키: 글쎄, 재래장이야말로 먹거리, 풍물, 이야기, … 있을 건 다 있는 문화공간이지. 호새: 지금도 메밀의 먹거리가 인기가 있다네요? 돈키: 그럼, 여름철 더위 식히는 데는 메밀국수, 메밀전병이 최고지. 흐드러진 메밀꽃밭 걸으며 메밀 막걸리 쨍하며 한 사발 쭈욱 들이키면 금상첨화 아니겠어? 물레방아도 쉼 없이 돌아가니 운치있고, 보름달 휘영청 밝은 날에 하얀 메밀밭 둔덕에서 흰머리 뽑는 아내에게 이팔청춘 기운 좀 불어넣고 싶다니까. 호새: 근데, 요즘 연애는 다 LED 조명 반짝이는 데서 한다던데… 돈키: 그렇지, 허나 그건 좀 인공적이잖아. 산골 물레방앗간에서 사랑 나누는 게 진짜 로맨스지. 산새소리, 물소리, 흙내음 속에 초롱초롱
동서를 연결하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동서를 잇는 영동고속도로! 참 감회가 새롭네요. 돈키: 그래, 고갯마루 정상에 세워진 개통 기념비가 백두대간의 기상처럼 우뚝 서 있지. 수도권과 강원도의 생활경제를 완전히 바꿔놓았어. 호새: 길이 길을 열어간다는 말이 딱 맞아요. 가지가 뻗고, 줄기가 이어질 듯 강원도의 척박한 땅도 관광, 레저, 힐링의 공간으로 변했잖아요. 돈키: 맞아. 고랭지 채소, 수산물, 특산물이 수도권으로 공급되니 농민 삶도 달라지고. 이제는 지인들도 강원도에 농가나 세컨하우스를 두고 있더라고. 호새: 그러고 보니 대학생 시절이 생각나요.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어깨동무하고 부르던 ‘고래사냥’!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그 흥겨움이 강원도 여행의 시작이었죠. 돈키: 그 청년들이 어느덧 중년 고개를 넘어, 이제는 쉼터를 찾아 강원도로 발길을 돌리지. 봄맞이, 피서, 단풍놀이, 스키… 사시사철 즐기는 레저 공간이 됐으니. 호새: 예전엔 “이래요” 같은 방언과 옥수수, 감자 같은 구황식품이 먼저 떠오르던 강원도였는데, 영동고속도로가 열리자 국민 관광지가 되어버렸어요. 돈키: 그렇지. ‘팔도사투리 경연대회’도
가을을 보내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가을이 깊어가니 맘이 서늘하네요. 강원도에 산이 많아 곧 울긋불긋한 단풍이 번지겠네요. 돈키: 그래, 9월이 오는 소리려더니 어느새 10월이 성큼 다가섰구나. 호새: 이제 산중으로 들어서니, 그간 유람하며 묻어둔 마음자락 시 한 수 읊어보면시면 어떨까요? 돈키: 중장년에 접어든 인생길의 감회가 이 가을에 제격이지. 앞이 캄캄하던 시절에 끄적이며 다듬었던 글, 오늘은 그 시를 내어 놓을까. <가을을 보내며> 노란 국화이고 싶다. 놓을 수 없는 정에 살을 에인 오래된 상처, 햇살에 온몸 드러낸 채 거친 바다에서 돌아온 노인처럼, 가슴에 쌓인 말로는 다 못할 노래들. 만날 날, 노란 국화이고 싶다. 세월의 제 모습 이려니, 봄날 두 손 모은 기도는 물결 따라 멀어져 가는데, 내 안에 든 너는 아슴한 향기의 가을을 남긴다. —— 시집 그대가 향기로울 때 中 호새: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중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라는 구절이 떠오르네요. 돈키: 그렇지. 저 높푸른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참 곱구나.
칙칙폭폭이 날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눈 내리는 날에 차창 밖 풍경,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돈키: 겨울방학전 흥부전 연극무대가 기억이 나네. “눈 내리는 겨울밤에 어디로 가나 형님께서 저러시니 애달프고나”… 초등학교 때 불렀던 노래야. 휘익― 호새: 저 레일바이크도 눈 덮인 채 멈춰 있네요. 호수마저 적막하니, 오늘은 관람이 어렵겠어요. 지난번엔 공사 중이라서 못 타봤는데… 돈키: 그래도 왔으니 주변은 둘러봐야지. 호새: 철도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고 싶어요. 돈키: 웹서핑을 해보니, 최초 철도 부설에서 지금까지의 역사와 미래까지 잘 정리되어 있더군. 호새: 결국, 달리는 말이 기차로 발전한 셈인가요? 돈키: 꼭 그렇진 않지만, 편리한 이동수단이 된 건 사실이지. 옛날 ‘역참(驛站)’이란 통신제도가 있었는데, 거기에 쓰인 역말을 기차가 대신한 거야. 1899년 종로통 전차와 경인선, 1900년 한강철교,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 이렇게 연달아 개통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지. 다만 일제강점기엔 물자 공출에 악용된 아픈 역사가 있어. 여기까지 왔으니 인근 물류기지도 한번 살펴볼까? 호새: 칙칙폭폭 기차에서, 이제는 쌩 달리는 KTX와
큰바위 얼굴 우리가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 실린 큰바위 얼굴 문득 오늘 비가 점심쯤 한두방울 내리기에 엄마 걱정이 되어 찾아보니 허리는 꼬부라져 지팡이 의지 한채 불과 5분이면 들어오실 거리를 쉬엄 쉬엄 족히 1시간 걸처 오신다. 그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뜨겁고 빗줄기는 쏟아붇고 도저히 부추전에 진도 울금막걸리 한잔에 달래본다. 큰바위얼굴 너새니얼 호손이 미국 정착한 새로운 미국정착민들을 위한 낭만 계몽 단편 작품이다. 이민자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마을 어귀 인간의 형상을 닮은 큰 바위를 바라보며 삶의 의미와 관대함을 주인공 어니스트를 통해서 어릴적 어머니를 통해 전설을 들으면서 다양한 꿈을 이루면서 삶을 뒤돌아 보고 결국은 작가는 동요같은 보이지 않는 큰바위 얼굴을 통해 미국 이민자들께 이야기 하고픈게 아닌가 싶다. 문득 옛생각이 난다 늘 시골 어귀엔 큰 느티나무가 있고 또 모여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그 모습 오랜 느티나무가큰 바위 얼굴 우리네 풍습도 같다. 저 꼬부랑 할머니가 쉬엄쉬엄 오는 내 엄마 문득 그 모습에 당당하고 모질고 힘든 묻어 나는 온갖 세월에 큰바위 얼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육십 나이 중반에 다 내려 놓고 오랜 친구들
시화호 방조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어른들 말씀에 집에만 있으면 병난다 했어. 코로나는 염기엔 약하다니 바닷가로 Go! 호새: 쏴아아~ 파도소리 들리네요. 노을에 갈매기, 폼나는 댄싱만 하면 되는 거죠? 돈키: 그렇다고 길가며 눈감고 귀막으면 안 되지. 닿는 대로 가보자구. 호새: 지난 여름엔 심훈의 상록수 관련해 둘러봤으니, 이번엔요? 돈키: 안산엔 성호 이익 선생의 발자취가 있어. 조선시대는 성리학이 치세의 바탕이었지만, 명분에 치우치다 보니 중기 들어 실용사상, 곧 실학이 기호학파를 중심으로 번졌지. 영·정조·순조 시대의 개혁에도 큰 영향을 주었어. 특히 유형원(1622)을 비롯해 이익(1681), 유수원(1694), 안정복(1712), 위백규(1727), 홍대용(1731), 이긍익(1736), 박지원(1737), 우하영(1741), 이덕무(1741), 유득공(1748), 박제가(1750), 정약용(1762), 이규경(1788), 최한기(1801), … 등 많은 실학자들이 농업·상공업·역사·과학에 두드러진 저술을 남겼어. 지금 읽어도 눈길을 끌지. 토지개혁과 농업을 중시한 중농학파, 상공업과 유통을 중시한 중상학파, 두 흐름이 큰 줄기야. 호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