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1 (토)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78>-울산 큰 애기

고래박물관 / 반구대

고래박물관 / 반구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내 이름 경상도 울산아가씨~ 상냥하고 복스런 울산아가씨~”
울산 온 호새가 소식 전하더라. 울산엔 멋스런 자동차도 많지만, 그래도 울산이라면 큰 애기들이 제일이라나.

호새:
주인님도 자동차 회사 다녔잖아요? 자동차 하면 뭐가 떠올라요?

돈키:
차 이름 말해볼까? 프라이드, 르망, 엑셀…
호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네요. 요즘은 수소차, 자율주행차 시대라구요.

돈키:
그렇지. 코티나에서 포니, 그리고 넥쏘까지…
현대·기아·대우 삼사가 자동차 시장의 트로이카였지. 자동차는 500여 종류의 2만여 부품으로 이뤄져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호새:
철판, 나무, 고무, 유리, 섬유, 전자, 화학, 음향… 정말 모든 산업이 다 들어가네요.---휘릭

호새:
해변 백사장에서 애마부인보다 자동차 매니아 울산 아가씨랑 한 컷, 그게 더 멋지지 않아요?

돈키:
고집하면 안 되지. 백사장에선 애마와 걷고, 울산 아가씨랑은 드라이브도 해야지.

호새:
이젠 삼돌이도, 마도로스도 드물어요. 대신 과기대 청년들과 글로벌 두뇌들이 넘쳐나죠. 눈빛이 하늘까지 닿을 만큼!

돈키:
스포츠카 타고 올 걸 그랬나?

호새:
태화강변 도로 달리면 폼나겠어요.

돈키:
십리대숲길이 명품이라던데…

호새:
회초리 만들려구요?

돈키:
하하, 대숲 바람소리 들어봤어? 바람을 머금은 대피리가 세상을 울리지.
대나무는 자성을 일깨우고, 쇠를 달아 적을 물리치기도 해. 푸르러 세상을 버티는 게 대나무야.
‘명사십리’엔 해당화, ‘청죽십리’엔 강바람… 대숲 사이 아침 햇살, 멋진 ‘화풍광'에 마음이 반짝인다. –휘릭–

호새: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고래 잡으러~” 청춘들이 간다는데, 우린 “Free Willy” 감상하러 고래박물관 가요!

돈키:
Will you be there! 마이클 잭슨이 불렀지.
돌고래쇼를 볼 때마다 인간 속 욕망이 비쳐 보이더라.
이젠 인간도 길들여 돈이 돌아가는 세상이 됐으니…

글맨:
박물관엔 범고래, 귀신고래, 긴수염고래, 향유고래 등 20여 종이 전시돼 있어요.
천전리 각석엔 뭍동물이 새겨져 있지만, 반구대 암각화엔 고래사냥 장면이 섬세히 표현돼 있죠.
배, 작살, 부구, 새끼 업은 고래까지… 놀라울 정도에요.
유네스코 등재지로, 인류 최초의 고래사냥을 기록한 유적이라 합니다.
7천 년 전이라니, 반만년 우리 역사보다도 더 먼 숨결이 느껴집니다.
다만 사연댐 수몰로 보존이 어렵다고 해 안타까운 일입니다.

돈키:
진경(眞景) 생물도감이자 예술의 원류네.
이조 중엽 진경산수화의 뿌리도 여기에 닿아 있겠지.
알타미라나 라스코 동굴벽화처럼 잘 관리됐으면 좋겠어.

호새:
반구대 암각화, 다뉴세문경, 직지심체요절, 상감청자, 반도체까지…
우린 예로부터 창조적 DNA를 지닌 민족인가 봐요.

글맨:
울산은 자동차와 조선뿐 아니라, SK 등 액체물류 중심의 울산항 덕에 세계 3대 허브항으로 꼽힙니다.
‘말뫼의 눈물’을 닦은 정주영 회장이 1달러로 수주한 골리앗 크레인,
그 배포와 도전정신은 지금 세대가 본받을 만하죠.
대왕암, 슬도의 바람소리, 반구대의 7천년 정신 —
울산은 바다와 산업, 그리고 예술이 만나는 도시입니다.

돈키:
그러니 “해봤어?”라는 큰 소리가 곧 “Boys, be ambitious!”였던 셈이네.
IT·BT·신재생에너지 시대, 울산은 여전히 진화 중이야.

호새:
‘울산 큰 애기’ 다시 불러봐요.

돈키:
저편에 팽팽한 청춘들이 쏘렌토, 아반떼, 티볼리 몰고 울산 아가씨 데리러 간다네.
설악산으로 울산바위 구경 가려나?

호새:
울산바위가 설악산에 있다구요?

돈키:
금강산 만든다던 사발통문 돌아서, 지방의 바위들이 모였는데
울산바위가 막 도착할 즈음 만원이라서 거기 털썩 주저앉았다더라~

호새:
이젠 그런 구전 대신, 공모전 열어보죠.
태화강, 대숲길, 학성공원, 울산대교, 고래박물관, 울산항, 대왕암, 슬도, 반구대까지…
울산의 풍경으로 ‘울산 큰 애기’ 리메이크!
인어공주가 코펜하겐만의 전유물이 아니듯,
울산바위 형제들도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해야죠 —
자동차로, 액체로, 고래로, 바람소리로!

돈키:
나는 비단구두 사오는 ‘오빠 생각’에 그저 ‘바위고개’만 떠올랐는데…

호새:
“삼돌이가 부르는 사랑의 노래~”
저 소리 안 들려요? 빨리 붙잡아요!
“동그라미~ 그리려다~” 흰 고무신(백신)도 히치하이킹 중이라니까요.

돈키:
정감 있게 울산의 바람이 분다.
대숲의 푸르름, 고래의 숨결, 산업의 불빛,
그리고 상냥한 울산 큰 애기의 미소까지 —
모두 하나로 어우러진, 따뜻한 도시가 울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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