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고장은 누워 쉬는게 상책이란 말에 동해산 오징어, 제주귤, 충주사과, 형아 땀방울 머금은 고구마, …등을 벗삼아 몇날을 이리저리 뒹굴뒹굴 하던차에 젊은 날 신세진 군대동기 자당의 부음 소식이다. 차일에 선배 문우님과의 수원역사박물관 안내를 약속한 터라 애마에 꾸깃한 몸을 싣고 화성을 어여 출발해 수원, 용인, 이천, 여주, …남제천, 영주, 안동에 이르는 왕복 1000여리 장도에 올랐다. 혹여 덜 깬 몸에 울림을 주고자 팝송을 켜놓고 네비게이션의 길눈을 열었다. 영동고속도로변 SK하이닉스를 지나고 여주를 거쳐 중부내륙고속, 평택-제천고속, 중앙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도심지가 멀어지니 덩치 큰 산들이 주욱 웅크린 채 만추의 햇살을 포근히 안아 동면을 준비한다. 천둥산 휴게소를 지나치려니 "도토리 묵을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던 "박달재 금봉이"가 생각나 한잔 걸치면 좋으련만 어림해 7시간 왕복길이라 한사코 우는 갈증을 누른 채 산척터널, 제천터널, 적성터널, ...하늘 닿은 도로에 이르도록 꿋꿋히 달려나간다. 듬성듬성 산자락에 나타나는 단양팔경, 풍기인삼, 영주부석사, … 큼직한 홍보판에로도 눈길이다. 오후 3시경, 밖의 온도는 영상10도다. 저홀로 돌아가는 팝
국제도시, 서울을 향해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도중 의례껏 듣던 FM방송을 접고 혀말아가며 영어공부다. 1863년도 행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이다. 여섯마디 들어선 탓일까? 몇번을 되돌려 들어도 여간하지 않다. 제때 제공부 하지않은 탓인가보다. "The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는 '지구상에서 결코 사라지진 않을 것'이란 맺는 말은 귀에 순하건만… 할로윈 사태, 월드컵축구열기 못지않게 거리가 각종 집회로 야단스럽다. 상식과는 점점 멀어지는 일련의 사태 흐름이 매우 걱정이다. 참으로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내나라 현실을… 저만큼에 이웃나라에선 폭탄이 투하되고 조만치선 미사일이 날아가는데도 선인들이 그토록 피흘려가며 지킨 '자유'는 왠일로 이땅에선 헐떡거리고 있으니 고개가 갸웃갸웃하다. 동네 한바퀴 쌩하듯 '용서고속도로'를 왕복하며 수원에 들려서 선.후배와 이러저러 이야기를 나눈 오후나절이다. 저녁나절에 동창과 함께 들어선 '누드 만두집'이다. 낙지와 쭈꾸미를 다져넣은 속살이 훤히 비쳐 '누드만두'란다. 플로베르의 소설속 "보봐리부인"의 투실한 속살일까? 혜원 신윤복의 그림속
매듭달 초하루다. 경기예총에서 주관한 "AI윤리와 이슈"와 "인공지능시대 예술" 강연을 들으려 중식 후 분주한 몸놀림이다. 강연후, 2022년 영화부문 경기예총 특별공로상도 수상한다기에 두어번 거울에 앞태 뒤태를 살핀 후에 집을 나섰다. 찰칵찰칵, 환한 얼굴들로 매듭달의 오후를 여니 수상자나 시상자 모두 여간한 복이 아닐테다.1년여를 영화제작과 영화제에 시간을 보낸터라 영화인으로서 발길들인 필자에겐 수상은 곱배기 복일테다. 상패, 부상품, 향내 폴폴나는 꽃다발을 챙겨서 환한 걸음이 '본수원갈비'로 향한다. '수관회'의 송년회 자리다. 고교동문으로 50대에서 80대 중반에 이르는 선후배들 모임이다. 행정관료, 정치인, 기업인, 교원, 법조인, 언론인, 사회단체...다양한 이력이니 세상이 모이는 셈이다. 70대 초반의 '김'선배님이 앞자리에 앉아 겨울나기(동면) 잘하라며 구운 양념갈비를 후배들 앞에 연실 밀어 놓는다. 선배님이 마련한 음악회에도 참가했었기에 유태인의 항쟁을 그린 스펙터클한 "영광의 탈출(EXODUS)" OST를 음악회에서 지휘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 탓일까? 양념갈비를 불판에서 휘적이며 봉사(?)하는 모습이 여간한 솜씨다. 자원봉사센터 회장직을
모임의 년말 총회, 애.경사를 비롯해 11월이 부산하다. "어이 시간 좀 내". 군산 고군산도로 나들이란다. 60대에서 80대로 구성된 동네 다람산회 총무님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꾸뻑꾸뻑 인사하며 버스에 오르니 프랑스와 덴마크, 호주와 튀니지전의 월드컵 축구경기 주요장면이 재방영중이다. 오라잇! 시간여 달렸을까? 차창가에 스치는 들판에로 눈길이다. 한여름 무성하던 들판이 텅 비운 가을멋의 갈색뜰이다. 베품의 계절이랄까! 널부러진 김장 밭에 나훈아 선생이 "테스형, 세상이 왜이래" 한바탕 소리내어 흔들어대나보다. 휘릭 휘리릭~ 그놈의 "정이 웬수야". 정말 "가야해 나는 가야해" 흐느적이던 가락이 생'밤' 고장의 정안휴게소를 지나 백제휴게소에 멈췄다. 듬성듬성한 관광버스의 '상추객' 차림새를 보니 가을이 저편 멀리로 떠나갔나싶다. 잠시 휘두른 눈길이 차내로 들자 "루루루…" 서너개 단추 풀은 채 두손 모은 가락이 흐른다. 만고의 진리이려나? "인생이란 사랑빼면 뭐 있드냐" "한번 딱 한번 인생인데 '쏜 화살' 같은 세월에 무엇을 그리 주저하였든가! "이러는 내가 정말 싫어~오늘도 사랑 갈무리" "나 당신 사랑해도 될까요~하늘이여 저 사람 사랑하게 해줘요" 젊은
구순을 넘겨 100세에 도전하시려 온갖 것에 '큰 말씀(?)' '작은 말씀(?)'을 하시는 시골동네 어머님께로 발길이다. 사람이 그리운 탓일까? 밥상을 당겨 '밥 먹어요', '베개 있어요' 쉴새없는 입말이시다. '한국인의 밥상' 재방영인가보다. 방 한켠에 놓인 TV 화면에는 연예인 최불암 선생을 비롯해 산골마을 농부, 사찰음식 선재스님, '수박무' 농사주부, '무'연구가, 요리지망생까지 등장해 "무에서 유를 낳다"의 '무'에 대한 이야기다. 가을 햇살아래 바람을 쐬다 두어번 서릿발에 거두어야 제맛이 든다는 강원양구에 농부의 소박한 말에 어둑한 저녁 방안이 따스하다. 짝꿍 배추도 곁들여야 김장철 제멋이나 '무(무우, 무수) 소리를 들어도 '왠지 기분이 좋다'. ㅜㅜ 부드러운 양성 받침이 연이은 탓이려나? 밭에 '수박무' 뽑으러 가자면 '왠지 기분이 좋다'며 평택 주부농부의 환한 얼굴에 시골정경이 눈에 선하다. 텃밭으로 발길이다. '무'를 뽑아들고 잎사귀 비틀어 몸통에 흙을 털고 '무머리' 한입 덥석 물어낸 후, 껍질을 돌려 벗겨내 우적거리던 어린시절 내모습이다. 김장철이 되면 그 아이는 어머니가 다듬질한 '무'를 우물가로 나르고 아버지는 집처마 아래 가지런히
"겨울은 아직 남아 있는데…" 짙푸른 깊은 음색의 패티김 선생의 노래에 젖어 가을햇살이 살포시 내리는 창가에서 흥얼거리는데 아내의 목소리다. "여보, 장호원장에 들러서 갈까?" "그러지 뭐" 충주호반 옆동네인 친정 나들이에 도중의 재래 장(5일.9일)이다. 지역 인근에 오산, 발안, 남양, 조암, 사강에도 재래장(5일장)이 서는 까닭에 사람사는 맛의 시골스런 멋이 환히 다가선다. 아침나절, 가을햇살이 도로에 한가롭다. 채 거무티티 가을옷 입은 우둥퉁한 산들이 도로 양편으로 늘어섰다. 시간여만에 장터에 다다르니 초입에 늘어선 차량들에서 장터냄새가 물씬난다. 도로가 방앗간에 두툼한 점퍼차림 주인 아저씨 내외분이 토시 낀 팔로 방앗거리를 연실 안으로 들이고, 두어 걸음 옆에 꽤나 손품을 팔은 알곡들이 입벌은 자루에 수북하니 쌓여 손님 맞을 채비다. 도리깨질에 붉게 멍들었나? 붉스레 팥에다가, 푸른 멍이 채 가시지 않은 녹두, 골방에서 두들겨 맞았나 싶은 검정콩(쥐눈이콩, 서리태, 약콩…), 샐쭉한 강낭콩, 배미콩, 동그르르 그루콩(백태), … 갈무리한 알몸의 제모습들이려. 눈길따라 장터내로 발길을 옮기니 전대를 허리에 찬 아줌마의 "단감이요 단감" 손님맞이둥글둥글
공자는 학문에 뜻을 둔 지학(15세)을 비롯해 이립(30세), 불혹(40세), 지천명(50세), 이순(60세) 그리고 종심(70세)으로 나이별로 별칭했단다. 칠십에 이르면 마음을 쫒으면 걸릴 것이 없으니 세상살이가 여법할테다. 제 삶에 가늠대로 세상길 나선 분들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겠다. 후배사랑이 극진한 칠순을 훌쩍하신 고교선배님 부부(서예가 박옥남 선생과 수필가 박태수 선생)의 서예전시와 북콘서트장 수원문화센터를 찾았다. 수원에서 문경으로 거소를 옮기신 까닭에 생각을 낳은 발길이다. 도잠의 "귀거래사"편의 "책부로이류게"를 읊으시려나? 또 다른 시편의 "유연견남산" 모양새를 선보일까? 입구에 마중하는 '오당' 서예가 선생의 서체와 인사하며 '무애' 수필가 선생의 글제인 '느림의 모놀로그와 새벽의 고요'에로 눈길이다. 15년전 쯤이겠다. 공군사관학교와 대학교에 합격한 두 녀석들과 함께 팔순에 이르신 지역에 어른을 찾아 뵈었다. 고교 수험생활의 빡빡함을 벗어나 나름 세상의 한길을 선택한 젊은이들에게 어른의 새해 덕담을 들려주기 위해서다. "내가 살아보니…" 그분은 말문을 열었다. 조부께서 들려준 말씀과 당신 체험의 말씀이라 시.공간의 길이와 넓이는 무량한
글제는 1박 2일간 들른 여정의 도시들이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더니 수원 동기의 차편으로 "한미동맹협의회" 전국총회가 열리는 "편안과 꿈"의 고장, 안동으로의 여행이다. 6.25전쟁시 흘린 피와 눈물 그리고 산화한 젊은 넋이 이땅에 고결한 '자유'의 가치를 지켜냈다. 유엔군초전지인 오산 죽미령의 스미스부대, 자유대한의 보루였던 워커라인의 낙동강전선, 옆차기 달인 맥아더장군의 인천상륙작전과 유엔군이 잠든 바닷가 부산유엔기념공원은 한번도내 이념전쟁의 처음과 끝이려나! 여러 말가닥이 모여 한.미동맹의 결속을 다진다. 어느 전선이었나? '실탄을 달라'는 한국 병사의 비장함에 맥아더 장군은 승리를 예감했다든가! 사실, 그로인해 허리 풀은 이즘의 경제대국 면모이건만, 젊은이들에게 잊혀지고 있으니 탄도미사일 나는 정국에 걱정이란다. 오후나절이다. 서울로 심부름간 각시탈과 선비, 중, 부네, 할미, 백정, 초랭이(양반의 하인), 이매(선비의 하인), 떡다리, 별체, 총각 등 하회마을의 하회탈 구경을 뒤로한 채 군대동기들 모임 장소인 광주에로 지리산 휴게소를 경유해 훌쩍이다. 영천에 삼사교와 광주 상무대에서 맺은 청춘시절 인연이 40년간 이어지나보다. 전국에서 평생문화탐방
동요 "달"의 첫 소절을 가차한 글제다. '쟁반같이 둥근 달'을 부를라치면 앞산마루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내 가슴에도 뜨곤 한다. 팔월한가위는 두어달이 지났으니 '달타령'은 접고 '발타령'을 해야겠다.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형국의 표현이 "발발거리다"다. 발에 발이 붙어 온동네 싸돌아 다니는 개구쟁이에게도 던지는 어른들의 말품이겠다. '글댓발'을 거두고 '말발(빨)'에 오리를 들이대면 흔히 보게 되는 유명세 인사들의 말품새인 '오리발'이려나. 눈살을 찌부린 시민의 눈길에도 '서릿발' 다그침에도 아랑곳 없이 그네만의 '발발대는' 특기이려. 휘리릭, 오호라 군침이 도는 '발'도 있으렸다! '오리발'의 그 '쪽발'을 질겅질겅 씹어가며 '서너발'의 '말발질'에는 '닭발'이나 '족발'이 제격이겠다. 이쯤되면 어찌 흥 돋는 가락이 없으랴! 봉이 김선달이 뉘시며 김삿갓은 또 뉘시던가? 달빛 아래 이백은 술동이를 끼고 "유유음자유기명"을 노래했다는데… 내 어깨도 절로 까부르는 주현미 "기타부기"다. "인생이란 무엇인지 청춘은 즐거워 피었다가 시들으면 다시 못필 내 청춘 마시고 또 마시어 취하고 또 취해서 이 밤이 새기전에 춤을 춥시다" 두어라. 이태원에 대형사고에다
폰영화제 서신면 행사장에 발길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폰인사를 하며 오전을 보냈다. 오후엔 평택에 소재한 국제대학교에서 열리는 WBA 아시아 타이틀 매치를 관람하러 집을 나섰다. 1960년대 후반 TV가 면사무소나 학교에나 있던 시절이다. 우리 귀에 익은 '김기수'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또래들이 어울려 면소재지로 찾아가곤 했다. 그 아릿한 추억을 반추하며 영화제 준비에의 두달여 스트레스를 소리지르며 풀고자 자동차를 몰았다. 여리한 음색의 가수가 '어니언스 편지'로 장내를 어룬 후에 국민의례가 이어졌다. 두 선수의 전력이 소개되고 10라운드 열전의 1라운드 종이 울리자 관중의 눈길이 링위로 향했다. 초반의 슬슬이 타닥으로, 타닥이 퍼벅, 퍽퍽으로 변해가더니 드뎌 9라운드와 파이널 라운드에 이르자 지친 선수에게 힘내라며 응원의 함성 "대~한민국"도 터져 나왔다. 두 선수의 국적이 한국과 일본이라 그럴까? 초반전엔 주위를 살피니 당연히 한국선수의 승리를 점친다. 회를 거듭하며 "어유어유 어떻게 해" 소리가 자주 들리고, 필자의 까막 눈에도 승패는 준비된 청코너 일본선수의 승리여야 했다. 게임 종료 후, 발표 결과가 엇나오자 장내에 순간 침묵이 흘렀다. 일본선수측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