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8 (목)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43>- 평택항

꿈을 실은 작은 배


꿈을 실은 작은 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당진 송악과 평택 포승을 잇는, 무려 7km의 서해대교가 도시의 위세를 더해 주는구나.

호새: 예전에 안개로 29중 추돌사고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괜찮겠죠?
돈키: 선배 말씀에 따르면, 드론으로 안개를 제거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더라.

호새: 오늘 점심은 송탄 부대찌개인가요?
돈키: 그래, ‘최네집’이라 불리는 곳이 유명하지.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그곳 친구들은 미군부대 영향인지 영어도 잘하고 옷차림도 세련돼 보였어.

호새: ‘평택이 부른다’는 홍보도 하던데요.
돈키: 송탄과 평택군이 통합되고, 대기업 공단과 정주단지가 들어서며 도시 규모가 커졌지. 송탄 미군부대 덕에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군사도시의 모델이 되었고.
길이 부르니 가는 거야. 길 따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돈이 돌고, 돈이 흐르니 세상이 도는 거지.
경부·서해안 고속도로, 1번 국도, 전철, SRT, 그리고 바닷길 평택항까지. 중국과 오가는 물길, 하늘길이 함께 열린 교통·군사 거점 도시야.

호새: 황구지천 물길이 닿는 평택호에도 가보죠.
돈키: 근세 들어 내륙 물길도 큰 변화를 맞았지. 간척과 방조제로 바다가 호수로 바뀌며 지도가 새로이 그려졌어.
시화호, 화성호, 남양호, 평택·아산호, 삽교호, 새만금호… 농업·공업용수와 조력발전 등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자연생태의 대가는 크다네. 이제는 획기적인 활용 방안이 필요하지.

호새: 백사장을 걷는 사람이 많고, 하이킹하는 모습도 보이네요.
돈키: 수원까지 이어지는 200여 리 황구지천 수변길, 참 멋지지 않나. 잘 다듬으면 교통·물류 도로로도 훌륭할 거야. 길에는 사람 마음을 끄는 힘이 있어.
실크로드, 차마고도, 백두대간, 올레길… 사람들은 언제나 길을 따라 걷고 싶어 하지.

호새: 세종로, 원효로, 을지로, 충무로, 삼성로, 효행로, 만세로… 길마다 사연과 뜻이 담겨 있네요.
돈키: 길뿐이겠어? 동네, 강, 산도 마찬가지지. 평택은 아예 중심대로를 ‘평택로’라 이름 붙였더군.

호새: 호수에서 길타령이라니요.
돈키: 길 따라 와서 길 따라 가는 거지. 인생도 내 길 따라 걷다 가는 거야. 왔다가 그냥 간다는 노래도 있잖아.
하지만 그 ‘그냥’ 속엔 동방길, 남극길, 우주로 향한 길, 돈키호태 유람길도 함께 담겨 있지.

호새: 평택 만호리 둑방길에도 무수한 발걸음이 이어지겠군요.

호새: 항만과 비행장이 있으니 마치 외국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에요.
돈키: 기분만은 아니지. 옛날엔 학승들이, 근래엔 보따리상들이 이곳에서 바다를 건너 중국을 다녀왔거든. 왜, 바다로 나가보고 싶나? 이곳에서 표주박을 띄우면 당진 국화도에 닿는다더라.
호새: 지금은 날이 추워 무리죠. 여름에 밀짚모자 쓰고 다녀와야겠어요.

돈키: 부두에 떠 있는 배들을 보니 생각이 나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아마 황진이의 노래일 거야. 결국 꿈길을 걸어야지. 쉼 없이 걸으면 언젠가 다다르겠지.

호새: 뿌~우웅! 꿈을 실은 작은 배, 대양으로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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