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청년에게 고함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듣기만 해도 설레는 청춘’이라는 말 들어봤니? 호새: 민태원의 <청춘예찬> 첫 구절이잖아요. 돈키: 맞아. 도산 안창호 선생은 청년의 눈빛만 봐도 그 민족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했지. 융건릉 주변에 대학이 몇 개나 있는지 아냐? 호새: 글쎄요… 수원대, 협성대, 장안대, 수원과학대, 수원카톨릭대, 수원여자과학대, … 그리고 오산 쪽 한신대, 오산대까지 합치면… 아홉곱 곳이네요. 돈키: 그렇지. 교수와 교직원만 해도 수천 명, 학생은 수만 명이야. 지성과 젊음이 한데 모여 있는 셈이지. 삼성, 현대, 기아 같은 대기업과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인력까지 생각하면… 그 에너지는 마그마 같다고 봐야 해. 호새: 그럼 그 에너지를 어떻게 분출하면 좋을까요? 돈키: 정조 시대의 어가 행렬을 떠올려봐. 조직문화, 의상, 음악, 미술, 음식, 문학분야까지… 그야말로 당대의 야외 종합 패션쇼였지. 이런 격조 높은 전통문화의 동적 에너지를 지금 시대에 맞게 살려야 해. 호새: 옥토버페스트나 리우 삼바축제처럼요? 돈키: 비슷하지만… 품격과 내용은 다르지. 애민과 경로, 개혁사상이 담긴 왕과 백성이 함께 하는 이야
1위는 품격이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장면: 화성시 반월동과 동탄동 끝자락, 삼성반도체 공장 앞. 간판이 보인다. (드론뷰로 입간판 비추며 시작) 호새: 우와! 저 간판 봐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진짜 화성에 이런 세계적인 기업이 있다는 거, 좀 실감 안 나요. 돈키: 그렇지. 여기가 바로 '세계 1위' 반도체 생산기지가 자리한 곳이야.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호새: 외국 공항에서도 삼성 간판 보이던데, 정작 화성에 사는 친구들은 여기 안 와본 애들도 많아요. 돈키: 그게 참 아이러니지. 화성 시민인데, 삼성 사장이 누군지도 모르고, 화성소재 대학생이 얼마나 입사하는지도 잘 몰라. 현대·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고. 호새: 지역에 그렇게 큰 기업이 있는데, 정작 지역 청년들은 취업문 넘기 어렵다는 게 씁쓸해요. 돈키: 맞아. 그러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해. ‘큰 나무 덕을 본다’는 속담이 있지만 현실에선 꿈을 꿈으로 접는 경우가 많지. 그런 고용 구조도 좀 바뀌어야 하지. 호새: 삼성, 현대, 기아! 다 화성에 있는 기업들이네요. 정말 도시의 자산이자 자부심인데… 돈키: 진정한 지방자치는 그 기업들이 지역민의 자랑이 되어야 가능해. 부모
황구지천변 기행16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입추가 지나서일까. 아침 공기가 한결 서늘하다. 여름의 기세와 가을의 숨결이 맞물린 경계에서, 스물네 절기의 한마디가 왜 그리 지혜로운지 새삼 깨닫는다. 휴일마다 오르던 산행을 잠시 접고, 이른 아침 평생지기와 천변 둑방길을 천천히 달린다. 이미 이 길 위에는 하루를 앞당겨 시작한 발걸음들이 지나갔다. 다릿발 아래 족구장에선 청년들이 날렵한 몸짓으로 공을 차며 기합과 웃음을 터뜨린다. 그 소리에 풀꽃들이 깜짝 놀라, 밤새 맺었던 이슬을 털어내는 듯하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냇물 위로는 청둥오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작은 새들도 나뭇가지에 포롱포롱 날아오르고, 째재재 지저귀며 저마다의 아침을 연다. 길가 무성한 풀잎들은 예초기의 날에 잘려 바닥에 누웠다. 풀향이 아침 공기에 번져 숨결마저 상쾌하다. 보폭은 고르게, 팔은 앞뒤로 부드럽게 흔들며, 약간 기울인 상체로 달린다. 들숨과 날숨이 귓가를 스치고, 온몸이 천천히 깨어난다. 오직 아침 향기와 나만이 있는 둑방길. 오감이 이 길과 하나로 섞여 자연이 된다. 너는 너, 나는 나 경계를 지우지 않아 이미 걷는 사람도 달리는 이도 자연의 일부인게다. 오가며 나눈 몇
떡을 먹어야 나라가 산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필자의 생장지요 권역을 구석구석 걸어본 탓에 타지역에 비해 정감을 갖는 곳이다. 화성.오산.수원 지자체는 이전에 수원군으로 동일 행정권역이었던 탓에 교통, 경제, 문화, 역사, 교육… 제분야에서 문화를 공유한다. 이 권역의 성장 에너지는 광역지자체 수준에 비견되어. 별도 편으로 구성하였다. 수년전 발품을 팔아 쓴 ‘화성소나타’에 실린 내용이나 몇편을 발췌해서 지자체별로 싣는다. (돈키호태와 호새, 병점역 부근을 걸으며) 돈키: "떡을 먹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 들어봤나? 호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떡하고 나라가 무슨 상관이죠? 돈키: 병점 얘기야. 병점역 부근에 '떡전거리'란 곳이 있어. 조선시대, 한양 가는 길목이라 떡을 팔던 거리였대. 그래서 이름이 '떡전거리'가 된 거지. 요즘도 매년 떡전거리 축제를 연단다. 호새: 오, 재밌네요. 요즘엔 도시화돼서 그런 모습 찾기 힘든데. 돈키: 그러게 말이다. 시골정경이 하나둘 사라지니, 사람들 마음에도 옛 추억이 그립나 봐. 떡메로 떡판을 칠 때마다 둥근 보름달이 마음속에 뜨던 그 시절… 아련하지. 호새: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경험 못하죠. 돈키: 그래서 말인데, 병
강화도령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때 되었는데 밥 먹죠. 배에서 북소리가 나요. 돈키: 그래, 제때 먹어야지. 저~기 섬에 가서 한 끼 해볼까? 혹시 아냐, 강화순무에 홍당무까지 나올지. 청무, 왜무는 좀 심심하거든. 근데 강화밴댕이, ‘속알 딱지 없는’ 그놈들은 지금 철이 아니라... 아쉽당. 호새: 근데 웬 섬이에요? 돈키: 섬이 그리운 법이지. “섬에 가고 싶다”고 한 시인도 있잖아. 유네스코 등재된 강화 고인돌, 단군이 제사 올렸다는 마니산 참성단, 고려의 강화천도, 강화도령까지... 섬이라 무시할라치면 큰코다쳐~ 호새: 그냥 바닷가 섬 아닌가요? 돈키: 마니산은 말이다, 높이야 470미터지만, 우리 민족 정신의 봉우리지. 1988년 장애인올림픽 성화도 그 참성단에서 채화했다니까. 그리스 올림푸스만 신전이냐, 우리도 영산은 있다, 이 말이야! 돈키: 그리고 말이지, 이 섬은 "정치는 힘이다!" 이걸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 무대야. 무신정권의 꼭두각시 왕, 몽골과의 전쟁, 강화천도... 왜 그런 일이 생겼냐고? 숲속에선 숲이 안 보이는 법이지. 지금의 눈으로 보면 그때가 보여. 거시적 통찰력, 이게 역사 공부의 맛이라니까. 호새: 무신정권은 왕조를 만
오, 인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등장인물: 돈키, 호새, 영호> 돈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호새야, 저 하늘을 봐! 지구촌 곳곳으로 날아가는 저 비행기들 좀 보렴. 무엇을 싣고 있을까? 사람마다 가슴에 등불 하나쯤은 품고 떠나는 거겠지. 인천대교 너머 신공항과 인천항… 그곳은 꿈을 안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설렘의 쉼터야. 호새: 집 나서면 고생이라지만… 출발할 땐 늘 가슴이 두근거리죠. 돈키: 인천항? 쌩난리 끝에 문을 열었지. 처음엔 시원한 바닷바람을 기대했을 거야. 개화의 바람에 단추만 푼 게 아니라, 상투 자르고 웃통까지 벗었지. 문제는… 스스로 벗은 게 아니라 벗겨졌다는 거야. 호새: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돈키: ‘강화도조약’과 ‘제물포조약’… 그 후 반세기 동안 깜깜한 터널을 지나왔지.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유진영의 승리 덕에 우리도 빛을 본 거야. 그래서 “흙 다시 만져보고, 바닷물도 춤을 췄지.” “…한강물도 다시 흐르고, 선열아 이 나라를 보소서…” 호새: 돈키 형은 일이 터지면 가슴에 담아요, 머리에 담아요? 돈키: 하하, 좋은 질문이다. 그 전에, 국제공인 2단 옆차기의 고수, 맥아더 장군
한강수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오늘은 한강에서 뱃놀이나 할까? 호새> 주인님, 갈 길이 바쁘다면서 또 노는 소리 하시네요? 돈키> 어른들 말씀이 “쉬엄쉬엄 가라”셨다. 노는 게 제일 어려운 공부란다. 호새> 근데요, 왜 ‘한강(韓江)’이 아니라 ‘한강(漢江)’이라고 불러요? 돈키> 그거 아주 좋은 질문이구나. 지명을 안다는 건 그 땅의 정신을 이해한다는 뜻이야. 옛적엔 ‘대수(帶水)’, ‘아리수’라고도 불렀지. ‘큰 물’이라는 뜻에서 ‘한강(一江)’이라 보아야 해. 호새> 오늘은 물결이 잔잔하네요. 돈키> 잔잔할 때 조심해야지. 큰 물결은 조용히 준비되지. 한반도에는 20세기 들어 큰 물결이 네 번이나 일었단다. 호새> 네 번이요? 무슨 파도였죠? 돈키> 첫째는 3.1운동, 만세물결이었고, 둘째는 8.15광복, 태극기 물결. 셋째는 산업화, 새마을운동으로 이어진 ‘한강의 기적’ 넷째는 민주화 물결이지. 호새> 21세기에도 그런 큰 물결이 일고 있나요? 돈키> 일고 있지.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음악, 영화, 게임, 음식, 패션, IT… 산천을 넘어 세계를 뒤흔드는 물결이야. 호
어진왕 산자락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어진왕(仁王) 산자락 밑 음식점에서 군대 동기들이 번개팅을 했지 뭐냐. 호새> 번개팅이요? 예비역들 모임도 번개가 쳐요? 벼락 맞은 동기들인가 보죠? 돈키> 허허, 말조심! 백마, 오뚜기, 열쇠, 낙하산… 부대 마크만큼이나 눈빛도 살아있던 전우들이거든. 나도 맹호부대 출신이니 “호랑이는 굶어도 풀 안 뜯는다”는 자부심 하나는 확실했지. 호새> 그래서 오늘은 무슨 산채정식이요? 호랑이가 시래기 드셨나? 돈키>정확히 찔렀구먼. 오늘 메뉴, ‘시래기’란다. 요즘 말로 웰빙이지. 호새> 전우애로 시래기 드신 건가요? 돈키> ㅎㅎ 웰빙이라니 어쩌겠냐. 몸은 노후된 여섯 마디 기계지만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더라. 분위기 익어가니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 군화끈 조이고 철모 눌러쓰고 낙하산 메는 흉내까지. 호새> 낙하산이요? 요즘 낙하산은 어디 많이 떨어지대요. 방송국, 위원회, 대기업이나 공기업… 뭐 그런 데? 돈키> 요놈, 자꾸 풍자하누나! 그날 점심 후, 미국과 중국이 한판 붙을 거란 얘기까지 나오니 갑자기 전략토론이 시작됐지. 금융, 산업, 바이오, 먹거리… 시래기처럼 줄줄 엮
황구지천변 기행15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팔월 첫 휴일이 슬며시 문을 연다. 달궈진 공기 속에 온몸이 늘어지듯 숨을 돌린다. 사방에서 날아든 동창들의 피서 장면들 — 키르키스탄의 드높은 초원길, 발트 3국 바닷가, 수박화채 한 사발, 벼랑 끝 위태한 AI 이미지 — 그 하나하나가 상상만으로도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하다. 죽장을 손에 쥐고 모자를 눌러쓴 채 천변 뚝방길에 올랐다.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내달리는 사람들 사이를 슬며시 걷는다.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小暑 八事)’가 떠오른다. 어찌하여 옛날의 천렵과 복다림은 전래 피서법으로 남았으면서, 이열치열 달리기와 트래킹은 순위에 들지 못했을까. 오늘날 최고의 피서는 방 안 바닥에 납작 엎드려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낮잠을 자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삼복 더위에도 길 위를 걷는 데 익숙해진 터라 마음은 느긋하다. 들판의 벼포기들이 어느새 한 뼘 더 자랐고, 덩굴손은 여린 나무를 휘감으며 허공으로 뻗어 오른다. 땅에서 올라오는 생명의 기운이 나날이 푸르다. 청춘이란 저런 것이리라. 걸음을 멈추고 풀꽃에게 눈길을 준다. 폰에 담긴 이름 모를 생명들을 검색해보니 하늘타리, 쇠무릎, 쉬땅나무, 새팥, 서양민들레… 처
강남제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강남 하면, 우선 뭐가 떠오르냐? 번쩍이는 부자들? 반짝이는 패션? 호새> 저는 강남제비요. 자유롭게 창공을 가르는 한 마리 제비. 처마 밑을 훌쩍 떠나 저 높은 하늘을 날잖아요. 돈키> 그래… 나도 한 번쯤 저 멀리 구구만리 훨훨 날아보고 싶구나. 호새> 지지배배! 근데요, 처마 밑 둥지에 남은 새끼들은 어쩌고요? 돈키> 제비도 제 살길은 알겠지. 강남제비들의 에어쇼 보러 강남으로 Go Go! 휘릭~ ………………………… 돈키> 옛날엔 말이지, 강북 놀부네 집이 워낙 복작복작해서, 흥부 식구들을 강 건너 벌판으로 내보냈다더라. 그리운 형을 자주 보려고 아우는 다리를 놓고, 전철을 잇고, 강변도로 뚫고, 강남대로까지 내달렸지. 그 길 따라 제비들도 삼삼오오 둥지를 옮기더라. 흥부가 심은 박씨 하나가 넝쿨을 틔우더니 고층을 뚫고 하늘에 닿았고, 결국 달덩이 같은 빌딩들이 주렁주렁 열렸더군. ‘강남스타일’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이제는 온 세상이 들썩인다지 뭐냐 …………………………… …………………………. <강남스타일 사이트> 웰컴 투 강남! 웰빙 정주 1위, 신뢰도 97%, 오차범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