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2 (토)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3>– 강남유람

강남제비

강남제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강남 하면, 우선 뭐가 떠오르냐? 번쩍이는 부자들? 반짝이는 패션?
호새> 저는 강남제비요. 자유롭게 창공을 가르는 한 마리 제비. 처마 밑을 훌쩍 떠나 저 높은 하늘을 날잖아요.

돈키> 그래… 나도 한 번쯤 저 멀리 구구만리 훨훨 날아보고 싶구나.
호새> 지지배배! 근데요, 처마 밑 둥지에 남은 새끼들은 어쩌고요?
돈키> 제비도 제 살길은 알겠지. 강남제비들의 에어쇼 보러 강남으로 Go Go! 휘릭~
…………………………

돈키> 옛날엔 말이지, 강북 놀부네 집이 워낙 복작복작해서, 흥부 식구들을 강 건너 벌판으로 내보냈다더라.
그리운 형을 자주 보려고 아우는 다리를 놓고, 전철을 잇고, 강변도로 뚫고, 강남대로까지 내달렸지. 그 길 따라 제비들도 삼삼오오 둥지를 옮기더라.
흥부가 심은 박씨 하나가 넝쿨을 틔우더니 고층을 뚫고 하늘에 닿았고, 결국 달덩이 같은 빌딩들이 주렁주렁 열렸더군.
‘강남스타일’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이제는 온 세상이 들썩인다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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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스타일 사이트>
웰컴 투 강남!
웰빙 정주 1위, 신뢰도 97%, 오차범위 ±3%.
휘릭 날아다니는 문구 아래
어디선가 들리는 박 타는 소리—
“슬금슬금~ 시리렁 시리렁~”
쫘아악!
……
첫째 박, ‘입시 대박’
8학군에 에드벌룬이 붕 떠오르니 명문고, 명문학원이 불빛을 받는다.
법조타운, 금융가, 코엑스, 잠실롯데월드…
반짝이는 빌딩숲은 정보가 흐르고, 자산이 튀어 오른다.
현대판 '맹모 삼천지교'의 강남 버전이로다.
‘강남 박씨’가 신흥 문벌로 등극할 날도 머잖았겠어.
……..
둘째 박, ‘쩐의 박’
건물을 올리고 옮기는 큰손들,
부동산 대가를 오가는 VVIP들,
뉴욕 월가도 넘본다더라.
이젠 돈이 사람을 만드는 세상.
로또라도 당첨되어야 겨우 발 붙일 수 있지.
“사람나고 돈났지, 돈나고 사람 났다”는 옛말이 거꾸로 되는 중이라니까.
…….
셋째 박, ‘유행의 박’
압구정 오렌지족이 버스킹을 하고,
청담동 며느리들은 브런치 카페에서 유행을 설계하지.
종로·명동사단 못지않은 강남 패션 페스티벌, 시끌벅적하다.
……………………………
…………………………..

돈키> “오빤 강남스타일!”
싸이의 말춤이 지구촌을 흔들며
강남제비도 말 대신 말을 탔다더라.
호새야, 나도 한 번 무대에 나서볼까?
호새> 괜히 바람이 들까봐요. 그냥 이렇게 말 섞으며 유람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돈키> 그게 제맛이지.
…………………………
호리호리 표주박이 우물가 버들처자에 반하듯,
사람 냄새 나는 ‘비 내리는 영동교’를 하염없이 거닐어보리.
물찬 강남제비는 ‘추억의 테헤란로’를 씽씽 날고,
바람결에 코트깃을 올린 ‘신사동 그 사람’은… 돌아올까.
……………………………

여기는 제비홀.
빙글빙글 도는 오색등 아래, 온 세상이 함께 돈다.
무대 위에 팔랑팔랑 혜은이가 등장한다. 제주산 조랑말을 타고, 제3한강교를 흔들며 노래한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
쉬지 않고, 바다로…
젊음은 피어나는 꽃… 하!”

그 틈에, 물찬 족제비 하나
헐렁맘을 붙잡고 슬쩍 속삭인다.

족제비> 싸모님, 다 잊으세요. 애들 취업도, 나라 살림도. 걱정 마셔요.
파마맘> 진짜?
족제비> 그럼요. 여론조사에선 다 잘 돌아간다잖아요. 그냥 저 리듬에 몸을 맡기세요.
족제비> 싸모님, 한 곡 더 추실까요?
…………………………………..

호새> 흐흐… 물이 좋네요. 마음이 돌아가니, 몸도 절로 돌아가요.
돈키> 강남이여, 보름달처럼 높이높이 떠오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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