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왜, 왜 – 홀릭큐브53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쉼 없이 이어온 홀릭큐브 이야기를 이제 매듭지으려 한다.
수십 회에 걸친 질문과 사유의 여정은 결국 하나의 물음으로 모인다.
우리는 왜 묻는가.
안동 동남쪽, 고요한 산자락 아래 자리한 정정(鼎井)재를 다녀왔다.
퇴계의 스승, 역동 우탁 선생의 숨결이 깃든 그곳.
화성에서 천 리 길을 건너 도착한 뜨락에는, 말보다 깊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바람은 눈 녹은 흙내음을 실어 나르고, 손끝에 닿는 흙의 감촉은 묵직하게 살아 있었다.
그 자리에서 문득 깨닫는다.
배움이란 멀리서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서 움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는 묻는다. “이게 뭐야?”
철인은 묻는다. “삶이란 무엇인가?”
질문의 깊이는 다르나, 그 뿌리는 하나다.
‘왜’라는 물음.
이는 지식 이전의 본능이며, 존재를 밀어 올리는 생명의 힘이다.
우리는 묻기에 살아 있고, 묻기에 나아간다.
그러나 삶은 늘 순탄치 않다.
신체와 환경, 경제의 무게는 저마다의 꽃을 더디게 피운다.
그럼에도 내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작은 ‘왜’ 하나가
다시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돌이켜보면, 인류의 모든 진보 또한 그러했다.
불을 다루고, 하늘을 읽고, 바다를 건넌 것—
그 시작에는 언제나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새
질문보다 정답에 익숙해졌다.
과정보다 결과를 좇으며
‘왜’를 잃어가고 있다.
홀릭큐브 놀이는 그 잃어버린 ‘왜’를 되돌리는 작은 장치였다.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낳는 놀이,
형태 속에서 스스로 원리를 찾아가는 체험.
나는 그 작은 큐브 속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다시 배웠다.
예측과 패턴이 지배하는 시대,
정답을 아는 능력보다
질문을 만들어내는 힘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다시 묻기로 한다.
왜?
그 물음이 멈추지 않는 한,
나의 사유도, 나의 삶도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