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9 (목)

경기도청

경기창작캠퍼스 창작발표 기획지원 사업, 전시 《주름들》 개최

피부를 통해 자아와 사회의 경계를 탐색하는 현대 미술 전시

 

[ 포에버뉴스 김경순 기자 ]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본부 경기창작캠퍼스는 오는 5월 31일부터 7월 27일까지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에서 경기창작캠퍼스 창작발표 기획지원 전시 ‘주름들’을 개최한다. 이번 사업은 기존의 레지던시 입주 예술인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단계별 창작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다 실험적이고 자율적인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주름들’은 지난 2024년 경기창작캠퍼스가 운영한 기획발굴 지원사업 ‘원룸 레지던시’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획된 전시로, 해당 사업의 결과를 공유함과 동시에 창작 지원 방식을 확장하기 위한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의 연장선에서 추진됐다.

 

‘원룸 레지던시’는 지난 2020년 경기창작캠퍼스(경기창작센터) 입주 예술인으로 활동했던 이문석 큐레이터가 자신의 거주 공간을 해외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교류의 거점으로 개방함으로써, 일상의 공간을 예술적 실천의 무대로 전환하고 국제교류의 가능성을 탐색한 실험적 프로그램이다.

 

이문석 큐레이터는 제11회,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각각 프로젝트 매니저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독립 전시공간 미학관의 공동 운영자(2021~2024)로 활동했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매니저이자 독립 큐레이터로서 국내외 현대 미술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피부의 은유, 작품의 표면

 

전시 ‘주름들’은 우리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를 통해 나 자신과 사회를 어떻게 느끼고 연결되는지를 되짚어보며, 그 감각과 경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피부는 단순한 신체 기관을 넘어, 자아의 경계이자 사회적 연대의 감각적 통로이며, 개인이 사회를 감각하는 첫 번째 접촉면이기도 하다. 이 전시는 이러한 피부의 복합적인 의미를 작품의 물성과 다양한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몸과 사회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감각과 해석을 담아낸다.

 

흥미롭게도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는 모두 타이완 출신이다. 타이완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지질학적 위치, 국제사회에서의 국가적 경계, 그리고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한 사회적 변화 등, 국가적 ‘피부’의 다층성을 지닌 공간이다. 세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배경과도 맞물리며, 개인과 국가, 사회와 기술의 접면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피부적 감각을 펼쳐 보인다.

 

감각의 경계에서 ‘몸’을 다시 묻다

 

이번 전시는 누구도 특정한 ‘피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을 하나의 ‘감각적인 피부’로 삼아 각자가 자신의 몸과 감각의 경계를 다시 떠올려보는 기회를 건넨다.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마치 피부의 주름처럼 수축하고 팽창하며, 관객이 자신만의 리듬과 형태를 가진 몸을 상상해보도록 이끈다.

 

니우쥔치앙은 비무장지대(DMZ)의 철조망 무늬, 식사 도중 김칫국물이 묻은 남성의 등, 자신의 피부 중 가장 창백한 부분을 클로즈업한 장면 등을 통해 국가, 사회, 개인의 피부를 교차시킨다. 린이쥔은 타이완 북부 유황 광산의 지층과 냄새를 여성의 체취에 빗대어, 자연과 인간,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냄새’라는 감각으로 연결한다. 왕융안은 ‘인공지능에게도 피부가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손으로 만지고 느끼는 감각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촉각의 의미를 익살스럽게 되묻는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문석 독립 큐레이터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무한히 고립되려는 히키코모리적 자아와 극한으로 확장하려는 인플루언서적 자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한다. 전시 ‘주름들’은 그러한 양가적 자아 사이에서 피부라는 개념을 통해 감각의 적정 온도를 모색하려는 시도”라며, “작품이라는 피부가 자아의 미로를 하나의 감각적 놀이로 바꾸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창작캠퍼스는 2026년 레지던시 재개관을 앞두고, 기존 입주 작가들과의 장기적인 협업 구조를 실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레지던시 출신 예술인이 도내 문화예술 기관과 함께 창작 발표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모사업 '그대만 있다면'을 추진한 바 있으며, 이번 전시는 그에 이어 예술가 주도로 전시를 공동 기획하고 실행한 또 하나의 협업 사례로 볼 수 있다.

 

경기창작캠퍼스 레지던시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지역문화본부 창작지원팀 이상민 학예사는 “이번 사업은 앞서 진행한 창작발표 공모지원과 마찬가지로, 경기창작캠퍼스 레지던시 출신의 예술가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론적 탐구이며, 기존 입주 예술인들과 레지던시의 향후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보는 뜻깊은 과정”이며, “레지던시를 경험한 많은 예술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경기창작캠퍼스의 창작 지원 사업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포토뉴스

더보기

섹션별 BEST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