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연결하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동서를 잇는 영동고속도로! 참 감회가 새롭네요. 돈키: 그래, 고갯마루 정상에 세워진 개통 기념비가 백두대간의 기상처럼 우뚝 서 있지. 수도권과 강원도의 생활경제를 완전히 바꿔놓았어. 호새: 길이 길을 열어간다는 말이 딱 맞아요. 가지가 뻗고, 줄기가 이어질 듯 강원도의 척박한 땅도 관광, 레저, 힐링의 공간으로 변했잖아요. 돈키: 맞아. 고랭지 채소, 수산물, 특산물이 수도권으로 공급되니 농민 삶도 달라지고. 이제는 지인들도 강원도에 농가나 세컨하우스를 두고 있더라고. 호새: 그러고 보니 대학생 시절이 생각나요.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어깨동무하고 부르던 ‘고래사냥’!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그 흥겨움이 강원도 여행의 시작이었죠. 돈키: 그 청년들이 어느덧 중년 고개를 넘어, 이제는 쉼터를 찾아 강원도로 발길을 돌리지. 봄맞이, 피서, 단풍놀이, 스키… 사시사철 즐기는 레저 공간이 됐으니. 호새: 예전엔 “이래요” 같은 방언과 옥수수, 감자 같은 구황식품이 먼저 떠오르던 강원도였는데, 영동고속도로가 열리자 국민 관광지가 되어버렸어요. 돈키: 그렇지. ‘팔도사투리 경연대회’도
가을을 보내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가을이 깊어가니 맘이 서늘하네요. 강원도에 산이 많아 곧 울긋불긋한 단풍이 번지겠네요. 돈키: 그래, 9월이 오는 소리려더니 어느새 10월이 성큼 다가섰구나. 호새: 이제 산중으로 들어서니, 그간 유람하며 묻어둔 마음자락 시 한 수 읊어보면시면 어떨까요? 돈키: 중장년에 접어든 인생길의 감회가 이 가을에 제격이지. 앞이 캄캄하던 시절에 끄적이며 다듬었던 글, 오늘은 그 시를 내어 놓을까. <가을을 보내며> 노란 국화이고 싶다. 놓을 수 없는 정에 살을 에인 오래된 상처, 햇살에 온몸 드러낸 채 거친 바다에서 돌아온 노인처럼, 가슴에 쌓인 말로는 다 못할 노래들. 만날 날, 노란 국화이고 싶다. 세월의 제 모습 이려니, 봄날 두 손 모은 기도는 물결 따라 멀어져 가는데, 내 안에 든 너는 아슴한 향기의 가을을 남긴다. —— 시집 그대가 향기로울 때 中 호새: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중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라는 구절이 떠오르네요. 돈키: 그렇지. 저 높푸른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참 곱구나.
칙칙폭폭이 날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눈 내리는 날에 차창 밖 풍경,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돈키: 겨울방학전 흥부전 연극무대가 기억이 나네. “눈 내리는 겨울밤에 어디로 가나 형님께서 저러시니 애달프고나”… 초등학교 때 불렀던 노래야. 휘익― 호새: 저 레일바이크도 눈 덮인 채 멈춰 있네요. 호수마저 적막하니, 오늘은 관람이 어렵겠어요. 지난번엔 공사 중이라서 못 타봤는데… 돈키: 그래도 왔으니 주변은 둘러봐야지. 호새: 철도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고 싶어요. 돈키: 웹서핑을 해보니, 최초 철도 부설에서 지금까지의 역사와 미래까지 잘 정리되어 있더군. 호새: 결국, 달리는 말이 기차로 발전한 셈인가요? 돈키: 꼭 그렇진 않지만, 편리한 이동수단이 된 건 사실이지. 옛날 ‘역참(驛站)’이란 통신제도가 있었는데, 거기에 쓰인 역말을 기차가 대신한 거야. 1899년 종로통 전차와 경인선, 1900년 한강철교,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 이렇게 연달아 개통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지. 다만 일제강점기엔 물자 공출에 악용된 아픈 역사가 있어. 여기까지 왔으니 인근 물류기지도 한번 살펴볼까? 호새: 칙칙폭폭 기차에서, 이제는 쌩 달리는 KTX와
큰바위 얼굴 우리가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 실린 큰바위 얼굴 문득 오늘 비가 점심쯤 한두방울 내리기에 엄마 걱정이 되어 찾아보니 허리는 꼬부라져 지팡이 의지 한채 불과 5분이면 들어오실 거리를 쉬엄 쉬엄 족히 1시간 걸처 오신다. 그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뜨겁고 빗줄기는 쏟아붇고 도저히 부추전에 진도 울금막걸리 한잔에 달래본다. 큰바위얼굴 너새니얼 호손이 미국 정착한 새로운 미국정착민들을 위한 낭만 계몽 단편 작품이다. 이민자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마을 어귀 인간의 형상을 닮은 큰 바위를 바라보며 삶의 의미와 관대함을 주인공 어니스트를 통해서 어릴적 어머니를 통해 전설을 들으면서 다양한 꿈을 이루면서 삶을 뒤돌아 보고 결국은 작가는 동요같은 보이지 않는 큰바위 얼굴을 통해 미국 이민자들께 이야기 하고픈게 아닌가 싶다. 문득 옛생각이 난다 늘 시골 어귀엔 큰 느티나무가 있고 또 모여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그 모습 오랜 느티나무가큰 바위 얼굴 우리네 풍습도 같다. 저 꼬부랑 할머니가 쉬엄쉬엄 오는 내 엄마 문득 그 모습에 당당하고 모질고 힘든 묻어 나는 온갖 세월에 큰바위 얼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육십 나이 중반에 다 내려 놓고 오랜 친구들
시화호 방조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어른들 말씀에 집에만 있으면 병난다 했어. 코로나는 염기엔 약하다니 바닷가로 Go! 호새: 쏴아아~ 파도소리 들리네요. 노을에 갈매기, 폼나는 댄싱만 하면 되는 거죠? 돈키: 그렇다고 길가며 눈감고 귀막으면 안 되지. 닿는 대로 가보자구. 호새: 지난 여름엔 심훈의 상록수 관련해 둘러봤으니, 이번엔요? 돈키: 안산엔 성호 이익 선생의 발자취가 있어. 조선시대는 성리학이 치세의 바탕이었지만, 명분에 치우치다 보니 중기 들어 실용사상, 곧 실학이 기호학파를 중심으로 번졌지. 영·정조·순조 시대의 개혁에도 큰 영향을 주었어. 특히 유형원(1622)을 비롯해 이익(1681), 유수원(1694), 안정복(1712), 위백규(1727), 홍대용(1731), 이긍익(1736), 박지원(1737), 우하영(1741), 이덕무(1741), 유득공(1748), 박제가(1750), 정약용(1762), 이규경(1788), 최한기(1801), … 등 많은 실학자들이 농업·상공업·역사·과학에 두드러진 저술을 남겼어. 지금 읽어도 눈길을 끌지. 토지개혁과 농업을 중시한 중농학파, 상공업과 유통을 중시한 중상학파, 두 흐름이 큰 줄기야. 호새:
꿈을 실은 작은 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당진 송악과 평택 포승을 잇는, 무려 7km의 서해대교가 도시의 위세를 더해 주는구나. 호새: 예전에 안개로 29중 추돌사고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괜찮겠죠? 돈키: 선배 말씀에 따르면, 드론으로 안개를 제거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더라. 호새: 오늘 점심은 송탄 부대찌개인가요? 돈키: 그래, ‘최네집’이라 불리는 곳이 유명하지.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그곳 친구들은 미군부대 영향인지 영어도 잘하고 옷차림도 세련돼 보였어. 호새: ‘평택이 부른다’는 홍보도 하던데요. 돈키: 송탄과 평택군이 통합되고, 대기업 공단과 정주단지가 들어서며 도시 규모가 커졌지. 송탄 미군부대 덕에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군사도시의 모델이 되었고. 길이 부르니 가는 거야. 길 따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돈이 돌고, 돈이 흐르니 세상이 도는 거지. 경부·서해안 고속도로, 1번 국도, 전철, SRT, 그리고 바닷길 평택항까지. 중국과 오가는 물길, 하늘길이 함께 열린 교통·군사 거점 도시야. 호새: 황구지천 물길이 닿는 평택호에도 가보죠. 돈키: 근세 들어 내륙 물길도 큰 변화를 맞았지. 간척과 방조제로 바다가 호수로 바뀌며 지도가 새로
맞춤랜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안성하면 ‘안성맞춤’ 인가요? 돈키: 그래. 유기전(鍮器展)에서 비롯된 ‘안성맞춤’도 이름났지만, 시민의 발길을 붙잡는 남사당놀이와 전국 3대 장터로 꼽히던 안성장도 빼놓을 수 없지. 삼남지방의 길목이라 역사와 문화가 두텁게 스며 있단다. 원곡만세고개, 그리고 교과서에서 만난 시인 조병화, 박두진의 작품세계도 안성 땅과 깊이 맞닿아 있지. 호새: 남사당놀이요? 돈키: 풍물놀이, 버나, 살판, 어름, 덧뵈기, 덜미라 부르는 여섯 마당으로 펼쳐지는 놀이야. 북 가락 울리면 대접이 돌고, 땅재주·줄재주·탈놀이·인형극이 어우러져 한바탕 흥겨워지지. 그중에서도 줄타기는 백미야. 어름산이가 줄 위에서 재주부리며 던지는 재담이 관객의 배꼽을 쥐게 하지. 안성 태생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가 전국적 명성을 얻은 것도 그 덕분이야. 호새: 외줄타는 기분이 어떨까요? 돈키: 아슬아슬 줄 위에서 중심을 잡는 건 삶 그 자체지. 보는 이는 두근두근, 타는 이는 출렁출렁… 위태로움과 흥겨움이 함께 어울려야 신명이 나. 꼭 우리네 인생 같지 않니? 호새: 부채 흔들며 사위질하는 동작이 재미있겠어요. 돈키: 폴짝폴짝, 사사삭, 휘청휘청… 금세 떨어질
오래된 미래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왜 그리 자주 박물관에 발길 하나요? 돈키: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살펴 내일을 밝혀가는게 인생일지니, 그 요체는 나를 안다는 것이겠지. 바로 그 지혜의 보고가 박물관이거든. 호새: <오래된 미래>의 학습센터란 말처럼 들려요. 여기가 경기도박물관인가요? 입구에 “국가 근본의 땅, 경기”라는 문구가 보이네요. 돈키: 그래. 이 말은 조선 중종이 경기관찰사를 임명하며 했던 말이지. 경기는 나라의 뿌리라는 뜻이야. 호새: ‘경기’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쓰였나요? 돈키: 고려 때부터야. 천 년 넘게 이어진 지명이니 역사가 깊지. 당시 동아시아에는 송, 요, 서하, 금나라가 각자 세계관을 세우고 있었고, 고려도 몽고나 아랍권과 교류하며 천하의 중심에 있었어. 호새: 그러고 보니 고려의 수도 개경, 조선의 수도 한양이 모두 경기 땅이었군요. 돈키: 맞아. 그래서 경기도는 천년을 이어온 역사문화의 중심지야. 학문과 사상, 예술과 경제가 오가는 길목이었고, 그 속에서 실학이 꽃피었지. 사회의 모순을 풀 사유가 바로 이 땅에서 태어났단다. 문화의 원형이 만들어진 곳이라 해서 ‘문화의 원천지’라 불릴 만하지. 호새: 옛날의 영
환상의 나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와, 에버랜드! 진짜 환상의 나라인가요? 돈키: 글쎄, 이름을 보면 그렇다고 해야지. 뉴질랜드, 디즈니랜드, 드림랜드, 그린랜드… 땅과 꿈을 붙여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 이름이잖아. 호새: 원래는 자연농원이었는데 지금은 에버랜드로 바뀌었네요. 돈키: 그래. 이름만 들어도 상상이 열리잖아. 용인에는 에버랜드뿐 아니라 백남준아트센터, 도립박물관, 민속촌, 국악당, 호암미술관, 이영미술관, 등잔박물관… 볼 곳이 참 많아. 호새: 둘러보니 느낌이 어떠세요? 돈키: 이름이 아무리 좋아도 공간과 어울려야 발길이 잦아. 큰 사업비를 들였는데도 찾는 이 없어 울상인 곳도 있지. 하지만 여기저기 다녀보니 미술사, 비디오 아트, 경기도의 정체성, 옛 생활 모습, 작가의 미술세계… 배울 게 많더라. 한 자리에서 귀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야. 호새: 아이들은 벌써 신이 났어요. 돈키: 아이들뿐 아니라 청년들도 즐겨 찾지. 테마별로 발길을 끄니까. 마치 백화점이 계절 따라 구색이 바뀌듯, 이곳도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는 셈이야. 자녀 교육이나 정서에도 도움이 되고, 창의적 공간은 호기심을 자극하지. 그러니 국내는 물
세종대왕마라톤대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달려라! 달려! 힘차게 달려! 오늘 아침부터 분위기가 뜨겁네요. 돈키: 그러게. 이른 아침 문을 나섰지. 친구 두 명이 참가했거든. 응원하러 온 거야. 아침 공기가 상쾌하지 않니? 문을 나서는 건 늘 설레. 누군가와 만나는 일이고, 만남은 사랑이니까. 호새: 위대한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기리는 마라톤대회인가봐요? 돈키: 아무렴, 한글은 위대한 지구촌에 으뜸 문자지. IT시대에 더욱 그 우수성이 입증돼 곧 세계 공용어가 될거야. 호새: 와, 하프코스 선수들이 벌써 출발했네요. 응원가도 흥겹고요. “오, 필승 코리아!”에다 “뛰어라 내 다리야~” 노랫소리까지! 기분나게 생일 맞은 참가자를 위해 생일 축하곡도 울리네요. 돈키: 이어서 10km 코스도 출발했구나. 여주답게 참 풍성하지 않니? 남한강, 도자기 축제, 세종대왕의 영릉, 신륵사 같은 고찰들…. “여주를 새롭게! 시민을 힘나게!”라는 슬로건 아래 아침을 힘차게 달려가네. 호새: 드디어 5km 코스도 출발했어요! 뒤이어 휠체어 선수들이 운동장을 돌며 본부석 앞에서 기념촬영도 하고요. 돈키: 현장 크로키 같지 않니? 알록달록한 모자, 제각각의 달리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