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3 (화)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411

먼 바다로

 

 

먼 바다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보라빛 꿈을 꾸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아기새 하나가

살포시

나를 깨웠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이름조차 사라진 어둠 속에서

그 새는

먼 바다를 향해 날아간다.

 

동글동글

꽃망울처럼 웃던 꿈을

하늘로

쏘아 올리며.

 

바람에 넘어지고

눈비에 젖어도

나는

오늘을 살아왔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밤,

나 홀로

나를 달래며

쉬지 않고 날아왔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푸르렀던

나의 청춘에게,

말없이 견뎌온

나의 삶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작은 숨결 하나로

온 세상을 사랑할 수 있었던 날들.

 

오늘도 나는

먼 바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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