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핑 빙빙거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광화문 네거리에 사람들은 분주히 오가고, 자동차 소리와 전광판 불빛이 얽혀 있다. 그 중심에서 바람이 휘돌고,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이름은… 홍길동. ……………………………………………….. 돈키> (나직이): 광화문 네거리… 시간의 층이 겹쳐진 이 자리, 어딘가선 고요히 속삭이고 어딘가선 핑핑, 머리가 빙빙 도는 곳이네. 호새> 삿갓은 썬캡으로, 맞절은 악수로, 짚신은 구두로… 조선이 코리아로 리폼된 자리지. 돈키>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저기는… 저 이름 높은 길동이 아니신가? …………………………… 기자> (조심스레 다가가며): 실례합니다… 혹시 홍… 홍길동 선생님 맞으신지요? 길동 (웃으며) 그런 셈이지요. 한때는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한 자였소. 기자> 요즘엔 율도국에 계신다는 말도 돌았는데, 어쩐 일로 광화문을 찾으셨는지요? 길동> 피서를 좀 왔소이다. 전우치도 보고 싶고, 오공이랑 지니, 해리포터까지 모인다니 겸사겸사 들렀지요. …………………… 기자> 지금의 세상, 어떻게 보이시나요? 길동:(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며) 예나 지금이나… 싸움은 그대로구려. 붓으로 하
너도 섬이냐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인간은 수십 조에 이르는 체세포를 지닌 신비한 존재지. 생로병사의 파도 위를 항해하면서, 희노애락이란 '미리보기'를 맛보며 사는 거야. 코로나라는 외부 변수 덕에, 문득, 염천에 상상의 날개를 달고 떠나본다. 나의 별호, '돈키호태' — 어쩌면 ‘나’라는 존재가 세상과 싸우기보다, 세상 속으로 뛰어들며 노래하려는 자인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이 긴 유람길, 서울부터 한 번 예행연습해볼까. 여의도와 광화문, 그리고 강남…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슈퍼보드 대신 구름위성 타고 ‘코리아’에 착륙한다. ………………………………………………. 법사 오정아, 저기 어렴풋한 저 땅이 어디냐? 사오정 네, 법사님. 웹서핑 결과 ‘여의도(汝矣島)’라고 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소속으로, 옛날엔 땅콩밭이던 섬이었답니다. 그러다 방송, 금융, 정치가 들어서며 팔도의 타짜들이 몰려든 땅이 되었어요. ‘너도 섬이냐’는 듯, 제 몸 하나로 큰 판을 벌인 곳이지요. 법사 타짜라니… 흥미롭군. 오늘은 그곳에 머물며 세속의 풍경을 살펴보자꾸나. 저팔계 삼겹살 같은 저팔계, 빠르게 다녀오겠습니다! — 휘리릭—. …………………………………………………
길을 나서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막막한 우주 바다에 푸른 점 하나 지구, 그곳에 70만년전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으니, 한반도엔 과연 언제 발길을 드리웠을까? 한탄강 유역의 아슐리안 돌도끼는 30만년전 호모에렉투스의 발길이라 추정하는데… 단군조선을 시작으로 옛나라 고조선, 부여와 고구려.백제.가야.신라가 형성한 4국시대, 이어 신라.발해의 남북시대가 흐르고, 고려.조선. 대한제국을 이어서 현재에 이른 장엄한 역사의 숨결, 대양과 대륙이 맞닿은 지구촌 아침 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이다. 보라! 동.남해에 태양이 환히 비추고 백두대간 푸른 정기와 한라의 기상이 서려있음을. 5대양 6대주에 일렁이는 한류의 물결을… 보고자 하니 보이고 듣고자하니 들리지 않는가. 이땅에 선인들이 남긴 노래들이여! 팔도강산을 유람하니 그 이름 ‘한반도소나타’라 부르리... ] 아득한 시.공간에 머무는 생각들, 마치 흐르는 강의 발원지를 향한 호기심이다. 둑방을 걷던 발걸음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너른 바다에 이른다. 고갯마루 정자에도 앉아보고, 길게 늘어맨 채 쌩하니 달리는 열차도, 뿌웅~ 유람선도, 파란 하늘에 둥실 떠가는 날트리도 타
책장 정리와 마음의 무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세상 소식이 들려올수록, 내 마음도 함께 흐트러진다. 고지서, 우편물, 팜플렛, 오래된 신문, 빼곡한 노트와 도서들… 어느새 방 안은 시간의 퇴적층처럼 쌓여 있다. 뒤엉킨 것들 속에서 문득 마음도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책장을 정리하려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다. ‘읽어야지’ 하고 꽂아둔 책들이 어느새 두어 칸을 채웠다. 각종 시사잡지, 이름 모를 작은 모임에서, 먼 바다 건너 문인의 손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보내온 이야기들이 내 책장을 채웠다. 문경새재를 닮은 노년의 평온함, 전선에서 청춘을 다 바친 흔적, 아침 창가에 들리던 새소리,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삶의 기록들… 책등을 훑으며 펼쳐본 그 순간, 정리는 뒷전이 되고 나는 다시 독서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내 현실을 깨운다. “정리한다더니, 그대로네.” 방 안을 휘이 둘러본 아내는 말을 보탠다. “이 칸에서 저 칸으로 옮기지만 말고, 과감히 버려요.” 몇 번이고 반복된 상황, 나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버리지 못하는 건, 단순한 미련이 아니라 어쩌면 지난 삶을 놓기 어려운 마음의 끈일지도 모른
맨발 산행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아침 이른, 먹거리를 챙겨 평생지기와 함께 양산봉으로 향했다.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길, 발끝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신을 벗었다. 맨발 산행. 문명의 단단한 껍질을 잠시 벗어던지고 원초적인 나를 마주해본다. 여린 발바닥에 전해지는 흙의 숨결, 나뭇잎과 자갈의 울퉁불퉁한 촉감이 발끝에 말을 건넨다. 눈길은 자연스레 발밑에 머문다.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작은 것들이 시야 속으로 들어온다. 무심코 지나쳤던 풀잎 하나, 이름도 모르는 생명들, 구불구불한 나무뿌리까지도 모두 새롭게 다가온다. 마치 셜록 홈즈처럼, 나는 풍경을 스캔하며 걷는다. 느린 걸음은 느림의 선물을 안겨준다. 황갈색의 대벌레 한 마리가 조용히 오솔길을 건넌다. 낡은 솔가래와 어우러져 눈에 띄지 않았다면, 등산화는 그 생을 무심히 덮고 갔을 것이다. 맨발 덕에 그 존재를 알아보았다. 곁길에 눈을 돌리자 노란 망태버섯이 시야에 들어온다. 갓 아래 퍼지는 섬세한 망사, 생애 두 시간만 펼쳐진다는 황홀한 자태. 이 작은 만남이 어쩌면 오늘 산행의 가장 귀한 복일지도 모른다. 산세가 그리 높지 않아 참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밑둥을 어루만지니, 마치 평생 농사일에 손이
[ 포에버뉴스 김경순 기자 ] 취임 1주년을 맞이한 김귀근 제9대 군포시의회 후반기 의장은 본지(포에버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남은 1년도 '시민의 바람을 정책으로 실현한다'는 초심을 유지하며 금정역 통합 역사 개발을 비롯해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기존 도심 재개발을 통한 균형 발전 등 시정 현안의 성공적인 추진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시민 속의 민생의회! 시민 속으로 찾아가는 민생 우선 의회!를 만드는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군포시민 여러분! 사랑하고 존경하며 그동안 응원과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민생 의원’으로 활동할 것을 굳게 약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임기 동안 김 의장은 그동안 열악했던 의회 홍보예산을 크게 늘려 앞으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시민들에게 다양하게 홍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다음은 김귀근 의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1주년 소감은...“‘시민에게 신뢰받는 의회’라는 존재 가치 확립” -제9대 군포시의회 후반기 의장 취임 1주년을 맞이한 7월 “시민의 뜻을 정확하게 의정에 반영한다”라는 초심을 되새겨본다. 지난 1년간 군포시의회는 의원 발의로 시민
황구지천변 기행 14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하늘을 보면 흰 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 잠자리” 조용필의 노랫말이 문득 떠오른다. 1980년대 초, 뜨거운 여름을 식히던 노래다. 오늘도 그 더위가 한낮을 집어삼켰다. 저녁 어스름을 틈타 둑방길로 나섰다. 슬리퍼에 헐렁한 반바지, 마음도, 발길도 이따금 허술한 차림으로 밖으로 나도는 때가 있다. 몇 마장 떨어진 하늘 위, 고추잠자리들이 맴을 그린다. 그 날갯짓 따라 시선도 빙그르르 돌고, 그 맴도는 허공에 문득 반세기 전, 잠자리채 들고 들판을 뛰던 어린 소년이 깃든다. 그때의 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쏜살처럼 흘렀다. 냇물 옆, 백로들이 고요를 깨운다. 천둥오리 무리 대신 찾아든 이 하얀 새들이 천변 풍경에 또 다른 운치를 드리운다. 그러나, 평소보다 좁아진 물길 폭은 왠지 내 안의 무언가를 바삭바삭 부서지게 만든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문명의 큰 그림자를 걸머진 성현들도 그 시간의 수레바퀴를 피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나라를 살리고, 또 어떤 이는 나라를 송두리째 삼켰다.그 모든 흐름은 결국, 한 마리의 산달팽이가 천만 년 전 대륙에서 상륙하여 지금 이 길섶을 느릿느릿 걷는 그
남길 거야, 내 환한 얼굴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2022년 제1회, 2회, 3회에 이어 금년 9월 13일에 제4회'청소년국제폰영화제(공모전)'를 개최한다. 국제폰영화제라 이름을 지었으니 규모가 큰 대회라 생각하나 실제 모습은 년륜에 비례해 알뜰살뜰한 대회다. 생활 기기인 핸드폰에 내 얼굴은 물론 저 하늘 반짝이는 별나라 심지어 섬세한 꽃술의 영상을 담아낼 수 있고 지구촌 학생들 모두가 대상이니 ‘국제대회'라 불러도 그리 부풀은 이름은 아닐게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해마다 성장해가는 대회에 정성을 보태시는 분들의 보람이 매우 크단다. 폰영화제는 청소년들의 창의적인 영상 놀이마당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자녀들의 생활기기, 핸드폰을 활용해 체험하는 영상제작의 의미는 매우 크다. 주제도 자유롭게 꿈, 우정, 안전, 취미, 놀이, …등 제 것으로 만들수 있으니 말이다. 곧 여름방학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벗어나 그 기분 하늘을 날을까? 지역내 놀이터인 자연환경과 또래들과의 다양한 어울림은 필연이니 밑줄을 그어 학교밖 시간을 알뜰히 계획할게다. 학부모들에게 제안한다. 몇 십분 아니 몇 시간이라도 시간을 내 자녀들과 어울려 보시길 기대한다. 이왕이
황구지천 둑방길 소풍5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우보천리’라더니 그새 200리길의 여정의 끝마당이다. 13~14여년전 서너 차례 걸었던 둑방길, 청소년들에게 야외 체험학습 장으로 훌륭한 코스다. 중장년들에게도 일상에 매몰된 자신을 돌아볼 사색의 길이요 지친 심신을 어르는 힐링의 코스다. 제철에 제모습을 피어내는 풀꽃처럼 둑방길에 소풍하는 내 모습도 그런대로 의미있는 시간이겠다. 17: 진위천 – 물놀이와 별이 있는 밤 장면: 오토캠핑장 밤 풍경, 별자리 찾기와 텐트, 모닥불, 별자리 돌이: "저기 큰 물줄기가 흘러드는데요?" 돈키: "진위천이란다”. 오산천이 합류해 큰 물줄기지. 황구지천과 만나는 곳이야." 순이: 저곳에 야영하면 "밤하늘 별이 쏟아지겠네요. 북두칠성, 은하수…" 돈키: "어릴적 별을 세며 여름밤을 보냈단다, 지금껏 생생해. 옛 추억도 살아나 참 즐거운 소풍을 하네." *삽화 .텐트촌 .별자리판 .진위천 하천 흐름 18: 안성천 – 성장의 시간 장면: 넓어진 하천을 따라 걷는 아이들 배경: 강가 바람, 푸른 하늘, 갈대숲 순이: "물이 정말 많아졌어요!" 돈키: "안성천을 비롯해 많은 세천이 모였어. 너희도 경험이 쌓여 생각이 자라잖니?" 돌이
황구지천 둑방길 소풍4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길을 나서 들판과 산길을 걷다보면 탁트인 전망에 가슴이 시원해 종종 산자락에 차를 세워둔 채 걷기도 한다. 스스로 들숨과 날숨을 느끼니 자연스레 자신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맞는다. 꽉 짜여진 시간의 허리를 베어낸 맛이 마치 박하향 사탕 맛이다. 13: 안녕뜰 – 땅과 벼, 품종의 뿌리 장면: 넓은 둑방길 걷는 아이들 뽕나무, 경지정리된 논, 누에와 구슬 일화 배경 돌이: "바둑판처럼 논이 정리됐네요. 돈키: "기계화에 어울린 농촌 현대화 모습이야. 황구지천 물 덕분이지. 과거 식량증산에서 이젠 맛좋은 벼품종 개발이 한창이란다." 순이: "뽕나무를 보니 공자와 아낙의 구슬 꿰기 이야기가 생각나요" 돈키: "맞아, 공자천주! 배움엔 부끄러움이 없어야 해." *삽화 논밭 위 풍경 뽕나무 공자와 아낙의 구슬 꿰기 일러스트 14: 둑방길 – 생명의 다양성 장면: 둑방을 걷는 아이들, 식물과 새들을 알아보는 모습에 들꽃, 새들, 하천 배경 순이: "저건 망초꽃, 저건 애기똥풀!" 돌이: "새들도 많네요. 가마우지, 백로, 종달새..." 돈키: "풀과 새도 제 모습으로 피어나고 노래하듯, 너희도 세상에 둘도없는 귀한 존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