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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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426

자유를 배운다-황구지천변기행19


자유를 배운다-황구지천변기행19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주말 아침, 황구지천 둑방길을 걷는다.
두터운 겨울 재킷을 벗고 나서니 봄이 먼저 와 있다. 까까머리 시절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영어 단어 ‘Spring’. 용수철처럼 솟아오르는 계절이라는 뜻이 실감난다.

 

윤슬 위에서 노니는 청둥오리들. 겨우내 눈길을 위로하던 단골 손님들이다. 물길 위의 진짜 주인은 그들인지도 모른다.

 

맞은편에서 마라토너들이 달려온다.
“화이팅” 짧은 응원에 손을 흔들어 답한다. 말없는 인사지만 마음은 환하다.
한때, 나 역시 소양강변과 한강 둔치를 달리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녹슨 기차처럼 잠시 멈춰 섰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몸속에서 살아 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이 흐른다.
자유란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면의 선택이라고.
노예 출신이었던 그는 자유를 말했고, 절름발이였지만 누구보다 자유로운 정신을 가졌다.
내 안의 나를 지키는 것.
그것이 자유다.

 

문득 물길 위를 나는 청둥오리 십여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자연은 언제나 제철을 안다.
경칩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빛이 깨어난다.
대자연은 누가 지휘하는 것일까.
사유의 공간, 천변에서 걷는 이도 자유를 맞는다.

 

사방을 둘러본다.
봄빛 속에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자유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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