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어떤 규칙이 있어? – 홀릭큐브37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아이는 비로소 ‘세상의 질서’를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과 방과 후,
소풍과 방학까지—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반복되는 흐름을 몸으로 익힌다.
이때부터 아이는 단순히 따르는 존재를 넘어
묻는 존재로 바뀐다.
“왜 이건 다르지?”
“이건 어떤 규칙이 있어?”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보이는 현상 뒤에 숨은 패턴과 구조를 찾아내려는 시도의 시작이다.
이전까지가 ‘점’에 대한 인식이었다면,
이 시기부터는 점과 점을 잇는 ‘선’을 본다.
그리고 그 선들이 만들어내는 흐름,
곧 규칙을 읽어내기 시작한다.
학습 또한 달라진다.
주어진 내용을 외우는 데서 벗어나
스스로 규칙을 찾고,
패턴을 헤아리며
자신만의 이해의 틀을 만들어간다.
이는 곧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
내면에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옛적 천자문 속에 담긴 질서와 이치,
숫자와 관계의 구조 또한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제 앎은 단순한 축적이 아니라
방향을 가진 의지로 나아간다.
규칙과 패턴을 묻는다는 것은
관계 속에서 ‘나’의 자리를 찾는 일이다.
“왜 다를까?”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길이 되어
자신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시기.
비로소 아이는
주어진 길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인식하는 존재로 서게 된다.
그 시작에 서 있는 질문,
“이건 어떤 규칙이 있어?”
그 물음 속에
이미 ‘나’는 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