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8 (수)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460

경계는 어디에서 생기는가-홀릭큐브20


경계는 어디에서 생기는가-홀릭큐브20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질서가 형성되면, 우리는 그 안에서 구분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과 저것, 안과 밖, 나와 너를 나누는 선이 그어진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경계’다.

 

경계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질문을 낳는다. 그 경계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겉으로 보기에 경계는 분명한 선처럼 느껴진다. 강은 이쪽과 저쪽을 나누고, 벽은 안과 밖을 구분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은 흐르며 강의 모양을 바꾸고, 벽 역시 시간 속에서 허물어지거나 새롭게 세워진다. 경계는 절대적인 선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약속에 가깝다.

 

더 나아가 경계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해하기 위해 나누고, 구별하기 위해 이름을 붙인다. 그 과정에서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이라는 구분이 생겨난다. 그러나 그 구분이 본질적인 것인지, 아니면 편의를 위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계는 분리를 의미하는 동시에, 관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완전히 섞여 구분이 없다면, 우리는 서로를 인식할 수조차 없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만남이 가능하고, 구분이 있기 때문에 연결이 의미를 갖는다. 경계는 단절의 선이 아니라, 서로를 마주보게 하는 자리다.

 

문제는 우리가 그 경계를 절대적인 것으로 믿을 때 생긴다. 고정된 선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가두고 타인을 밀어낸다. 그러나 경계를 유연하게 바라볼 때, 그것은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된다.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 넘나들 수 있는 문턱이 되는 것이다.

 

결국 경계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속에서 형성된다. 그것은 나누기 위한 도구이면서, 동시에 다시 이어지기 위한 출발점이다.
경계는 나누기 위해 존재하지만, 다시 이어지기 위해 열린다.
 


포토뉴스

더보기

섹션별 BEST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