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궐 차린 동네–천변기행 26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고향의 봄> 노랫말처럼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다.
황구지천을 따라
송산교를 건너 왼편으로 접어들면
아파트 담장을 따라 늘어선 벚꽃들이
하얀 숨결로 길을 덮는다.
그 길은 어느새
발걸음마저 머뭇거리게 하는
봄의 궁궐이 된다.
입구에 노란 개나리가 먼저 웃고,
탐스럽게 부푼 목련 봉오리는
하얀 속살을 열 준비로 설렌다.
그 곁을 스치는 마음 또한
어지러워, 그만 환해진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흘러간 노래 한 줄이
꽃잎 사이로 다시 피어난다.
귀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듣는다.
때가 되면
제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들처럼
우리의 마음도
제 철을 잊지 않는다.
산수유에서 매화로,
벚꽃에서 진달래로 이어지는 봄의 행렬—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자연의 약속 앞에
나 또한 한 떨기 꽃이 된다.
가슴 한켠이 저릿해지고
온몸의 세포가 조용히 흔들린다.
이 감정, 이 떨림—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 이 땅, 이 봄
꽃으로 숨 쉬는 이 계절 속에서
나는 잠시
나로서 피어 있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