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5 (화)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105>-금강산

누구의 주재런가


누구의 주재런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드디어 금강산이야!
호새: 예전엔 남북교류의 상징이라 온 지구촌이 들썩였죠. 그런데 ‘빵!’— 단 한 방에 길이 막혔다면요.
돈키: 이 노래 알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늘 속삭이면서도 사랑한다 말 못하고…”
우리 만남처럼 빙글빙글 도는 세월 속 풍경이야.

호새: 철따라 이름을 달리하는 산이라죠?
돈키: 그래. 봄엔 금강산, 여름엔 봉래산, 가을엔 풍악산, 겨울엔 개골산. 금수강산의 밝은 기운이 솟구치는 천하제일 명산이지.

호새: 이름 따라 찾는 사람도, 머무는 이도 헤아릴 수 없겠네요.
돈키: 셀 수 없지. 그런데 말이야, 코로나 지나고 사고 없이 지능 괜찮은지 테스트나 해볼까? 세 문제당 한 사람 몫!
호새: 하세요.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눈 감고 상상 중입니다.
돈키: 금강산 주봉은?
호새: 비로봉! “그리운 금강산” 가곡 2절에 나오잖아요. 갑자기 웬 퀴즈예요.
돈키: 일만이천봉이라는데 누가 세어봤을까?
호새: 그럴 바엔 단풍나무 몇 그루인지 맞춰야죠.
돈키: 그럼 값은 얼마일까? 영국은 셰익스피어와도 안 바꾼다는데.
호새: 한 봉우리라도 부동산으론 값을 매기기 어렵죠.
돈키: 신선봉에 오르면 진짜 신선이 될까?
호새: 오르겠다는 그 마음이 이미 신선이겠죠.

돈키: 비로봉 올라가면 사람 첫마디가 뭘까?
호새: “아이고…” 그 다음엔 “다 올라왔네.” 너무 쉬워요. 싱겁잖아요. 차라리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와 김홍도의 금강산도 얘기해보세요.
돈키: 겸재가 높이 평가되는 이유, 바로 ‘진경(眞景)’을 그렸기 때문이야. 조선 후기 실학적 정신까지 스며 있지. 직접 가야 화가의 눈과 맞닿고, 박물관에서 캡션이라도 읽으면 감이 살아난다. 유람은 호기심을 깨우는 일이거든.

호새: 호민·호사·호걸.호전… 호호거리던 타짜들까지 다녀가면 좋겠어요.
돈키: 애국가만 제대로 불러도 금강산은 충분히 감동을 주는데…

호새:
“누구의 주재런가 맑고 고운 산…”
가사만으로도 금강산의 위엄과 카리스마가 느껴져요.
돈키: 그래. 가곡의 울림 속에서 사람 마음도 깊어져.
봄날의 초록 향연, 여름 계곡물 소리는 금강 교향곡.
호새: 가을엔 단풍이 온 산을 태우고, 눈에도 붉은 기운이 옮겨붙을 듯해요.
돈키: 겨울이면 온 산이 맨몸으로 하늘을 이고 서 있고...
호새: 변화하는 산의 모습이, 마치 인간의 삶 같아요. 본연의 강함은 금강처럼 변치 않고.

돈키: “동그라미”에서 시작해 “그리운 금강산”까지 왔으니, 부를 차례지.
호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돈키호테답게?
돈키: 금강산 앞에선 덧붙임이 필요 없어. 목청 잘 다듬어야 해. 여긴 ‘야호~’가 아니라 ‘그리운 금강산…’ 마음이 울어야겠지. 바다 건너까지 들릴 수 있게 떨림으로.

(노랫가락이 천천히 흐른다)
“누구의 주재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이천봉…”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금강산은 부른다…”

호새: 해금강 돌아 동해로 흘러나가, 정말 울림이 바다까지 퍼지겠어요.






 


포토뉴스

더보기

섹션별 BEST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