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3 (목)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90>-나주

청출어람 청어람


청출어람 청어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실버맨: 나주는 천년의 역사를 지닌 고장입니다. 미래를 위한 고장이기도 하지요.
돈키: 듣자하니 왕건과 얽힌 샘물 이야기라든가, 영산강변에서 홍어축제가 열린다던데요.
실버맨: 역사가 깊어도 젊은이들이 머물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할 텐데요. -휘릭

호새: 어디 가요?
돈키: 이 고장은 의미로운 발걸음이 될 것 같아. 도로명이 ‘백호로’라잖아. 이름값처럼 고구려대학이나 천연염색박물관, 낭만시인 임제문학관이 있다니 들러야지.
호새: 어찌 고구려 명칭을 이 지방에서 썼을까요?
돈키: 백제, 신라, 가야, 고려, 조선 모두 대학교 이름으로 쓰이나, 이곳에 고구려대학이라. 진취적인 기상을 잇겠다는 뜻 아닐까?
호새: 곤충산업과가 있던데요? 미래 식량원으로 개발된다면요?
돈키: 생소하지만, 친환경 먹거리로 훌륭할거야. 어릴 적엔 메뚜기도 볶아 먹었거든. 그뿐이겠어? 아주 멋진 개그도 곤충과 어울려 친숙한 먹거리가 될거야.
호새: 개그요?
돈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마라”가 “공자 앞에서 문자 쓰지 말라”와 같은 뜻이야. 얼마나 자주 생활 속에서 쓰이는 말인가. 주변을 살피면 세상에 얼굴 내밀 게 많아.
호새: 지방 특산물을 연구한 분이 있다면요?
돈키: 한두 분 이겠냐만, 깊이 공부한 분이 천연염색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니 가봐야지. -휘릭

쪽박사: 기후협약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해야 하는 현실에 천연염색은 제때를 맞았어요. 국내 몇 곳에서 천연염색을 이어가고 있으나, 주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왜 천연염색이 필요하고 사용해야 하는지를요.
일본은 이런 면에서 앞섰어요. 용처가 옷감뿐 아니라 피부미용, 의약 등 다양하지요. 경쟁력 있는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돈키: 설명을 들으니 농특산물의 상품화를 통해 6차 산업의 육성을 기대할 수 있겠네요.
쪽박사: 젊은이들의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있다면 전망이 밝다고 봐요.
돈키: “청출어람 청어람” — ‘쪽빛 동네 백호마을에 가다’ 괜찮네요.
어쩌면 춘향이의 옷맵시가 유독 빛났던 것도 쪽물 덕이었을 겁니다.
“내 고향 남쪽 나주, 그 쪽빛물 눈에 보이네…” 영산강의 황포돛대도 쪽빛 돛대가 되겠어요.

호새: 뭔, 쪽팔리게 개그를 하신대요?
돈키: 쪽을 잘 팔아야 세상 즐겁게 사는 거야. 여기가 ‘백호로’야. 조선 중기의 낭만시인 임제(林悌, 15491567)가 황진이 무덤을 찾아 시 한 수를 남겼어. 한번 읊어 볼까…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홍안을 어듸 두고 백골만 묻혔난다
잔 잡고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호새: 우와, 황진이는 누워서도 ‘쪽’을 높였고, 그 가치를 노래한 백호 선생 ‘쪽’도 전해지니, 쪽빛 잔과 쪽물들인 옷차림새 두 ‘쪽’이 만나 글판을 깔았으면 세기의 명작이 나왔겠어요.
돈키: 아마도 그렇겠지. 허니 훗날 영·정조 시대에 소설 춘향전이 탄생한 게 아닐까?
호새: 이참에 <성주풀이> 한 대목 해보죠.

“낙양성 십리 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 번 가면 저 모양이 될 터이니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돈키: 곤충 먹거리와 영산강의 쪽빛이 백호의 기세로 지구촌에 뻗어나가길 기대하자구.





 


포토뉴스

더보기

섹션별 BEST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