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소 보이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800명이 사전 예약돼서 오늘 관람이 안 된다네요.
돈키: 왔으니 팸플릿이나 얻어 가야지. ‘불교의 바닷길’ 기획전이 열리나 보네. 볼만 할텐데... 어여 돌아나가서 자갈치·국제시장이나 둘러봐야겠어.
와인맨: 선배님, 저편 오륙도와 해양대학교를 배경으로 찰칵하시죠. 뒤편은 해양 관련 공공기관들입니다. 바다에 오면 가슴이 탁 트여 좋다 아닙니까?
돈키: 마침 화물선도 지나가니 잘됐네. -휘릭
호새: 바다 물길을 건너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면서요?
돈키: 그러니 배 타고 바다로 나서는 거야. 중세 해양사를 살피면 미지의 세상에 상상이 보태지고, 무역상뿐 아니라 과학자, 나라도 힘을 얹었어.
호새: 고대엔 항해가 어려웠겠어요? 지도도 변변하지 않았을 텐데...
돈키: 탐험가들에겐 특별한 유전자가 있을 거야. 기원전으로 연원이 거슬러 올라가지만, 바닷길이 개척되고 점차 메르카토르 도법이나 피터스 구스 도법의 지도도 발달해 지구촌 해상무역이 발전하게 됐지. 나는 초등학교 겨울방학 숙제로 세계지도를 그리며 스친 생각이 고작 대륙에 여러 나라가 있다는 정도였는데…
호새: 바다에 인접한 나라들은 일찍이 바다로 나섰겠어요?
돈키: 르네상스 시대의 상상력이 15세기 콜럼버스를 비롯한 해양 탐험가들에게 바다길을 나서게 해 항로가 개척되었어.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미국... 바닷길을 열어 강국이 되었잖아.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지.
1세기 인도 공주 허황옥의 가야 도래, 9세기 해상왕 장보고의 서·남방해 활약, 15세기 초 명나라 정화의 아프리카 진출, 16~17세기 일본 주인선 교류들이 우리 주변의 바닷길 해양사지. 한반도에 머무는 사관을 벗어야지. 고대의 황해·남해사를 살피면 한반도의 실제 모습이 새로울 거야. 부풀리면 이즘 국제정치도 바닷길 싸움이거든...
호새: 수족관에서 바다 고기 구경보다 자갈치시장 가서 소주 한잔 어때요?
돈키: 자갈치 파는 시장인 줄 알았는데…
호새: 아이고, 그런 소리 마세요. 자갈이 굴러 몽돌 되고, 광복 후 귀향한 분들과 동란 시 난민들이 어우러져 사고팔며 살아온 생활터랍디다. -휘릭
아주매1: 어서 오이소!
아주매2: 뭐든 물어보이소!
아주매3: 싸게 드릴 테니 골라보이소!
호새: 아주매 웃음이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팔딱팔딱하네요.
돈키: 웃는 얼굴로 싹싹한 인사받으니 왕이 된 기분이네. 심신에 생기 돋우는 기 충전소야.
호새: 공인들이 저랬으면 좋겠어요.
돈키: 몇 번 가게였지? 꼼장어 들고 함박웃음 짓던 아주매네 가서 웃음이나 담아 갈까나.
호새: 길 건너 국제시장이나 둘러보자구요. -휘릭
아주매4: 앉으이소. 국수 한 그릇 하이소.
호새: 저기 씨앗호떡 파는 곳에 줄이 늘어섰네요.
돈키: 저쪽은 깡통시장, 이쪽은 BIFF광장, 책방골목, 용두산공원인데...
호새: 왠 깡통시장이래요?
아저씨1: 캔 종류가 진열되어 그리 불러요.
돈키: 주말이라 그런가, 사람이 흐르네. 용두산 부산타워 높이만큼이나 옛적 이곳 난민들의 시름도 깊었을 거야. 남항의 애수가 담긴 **〈굳세어라 금순아〉**는 현인 선생이 불러 월남한 분들의 가슴을 적셨지. 피눈물 흘리며 흥남부두를 떠나온 분들도 이곳 남항 부두가에 일거리 찾아 살고자며, 자갈치시장서 피눈물 흘리며 오늘을 이룬 거잖아.
호새: 창법이 독특해 흉내 내기 어려워요.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 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길을 잃고 헤매였더냐…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일가친척 없는 몸…
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돈키: 고향이 소중하듯 일가친척이 소중하다네.
호새: 나라가 소중하단 말이네요. 거제도에 간다면요? “부산항아 잘 있으시소.”
돈키: 마도로스 가수 백야성 선생이 부른 노래야.
“아, 잘 있거라 부산항구야
미스 김도 못 잊겠소, 미스 리도 못 잊어…
아, 또다시 찾아오마 부산항구야~”
호새: 주인님! 미스 김, 미스 리 찾다 거제행 버스 놓쳐요.
근데 최고 멋진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이 뭐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