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4 (목)

<한반도소나타13>–기아자동차

준마는 달리고 싶다

 

준마는 달리고 싶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프라이드’라는 자동차 알아?
호새: 음… 예전에 기아에서 나온 소형차 아닌가요?
돈키: 맞아. 자동차 산업합리화 정책으로 꽉 막혔던 승용차 시장에 기아가 첫 모델로 내놓은 게 바로 ‘프라이드’야.
호새: 이름부터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돈키: 그게 단순한 차 이름이 아니라, 사람 마음속 ‘정신 에너지’ 같은 거였어. 내 인생에서 버팀목이었고, 누구나 그걸 품고 살아가는 거야.

호새: 그래서 기아자동차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시는 거군요.
돈키: 그렇지. 현대자동차와 합병 전 창업주 김철호 회장의 열정을 담은 ‘수레바퀴 한평생’을 읽으면 가슴이 뜨거워져. 화성공장 정문 앞, 거대한 두 바퀴 조형물을 봤니?
호새: 본 적 있어요. 무슨 의미인가 했는데…
돈키: 마치 구도자의 길 같아. 쉼 없이 나아가는 인간의 집념 말이야. “어디로 가는 것인가?” 스스로 묻게 돼.

호새: 기아자동차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어요?
돈키: 군 제대한 뒤, 80년대 중반에 입사했지. 당시 취업이 쉽지 않았거든. 해외지사관리·국내마케팅, 복지, 지역관리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어. 그게 지금껏 살아오며 다 큰 자산이 됐지.
호새: 그래서 지금도 기아동차만 고집하시는군요.
돈키: 그래. 청년 시절의 나침반이었으니까. 안양 매플하우스, 여의도 본사, 화성공장, 병점영업소, 경기지역본부… 아침마다 사가를 합창했어. “우리는 이 나라의 산업의 역군…” 부르면 힘이 솟았지.

호새: 90년대 초 화성공장은 지금 같지 않았겠네요.
돈키: 맞아. 바닷바람 맞으며 건물 짓던 시절이었어. 생산차종이 프라이드 하나 뿐이었으지만 일본 마쯔다의 기술, 미국 포드 판매망이 어울린 글로벌 프로젝트였어. 미국에선 ‘페스티바’라고 불렀어.
호새: 자동차 이름들이 다 이미지가 있네요.
돈키: 그렇지. 모닝, 스포티지, 세피아, 카렌스, 캐피탈, 콩코드, 포텐샤, 오피러스, K3… 이름만 들어도 성격이 보이지 않니?

호새: 3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정문에 서니 어떤 기분이에요?
돈키: 감회가 새롭지. 예전 상사와 동료들, 점심시간 프라이드 타고 자장면 먹으러 가던 기억들… 다 포도송이처럼 그리움이 몽글몽글 피어나지.
호새: 해안도로 풍경도 그때랑 달라졌겠네요.
돈키: 철조망 너머 수평선을 보면, 다가갈 수 없는 지난 세월 같아. 갯바람이 그리움을 실어오고 말이야.

호새: 그때 사가를 다시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돈키: 30년 전 회사 유니폼 입은 청년으로 돌아가는 거지. 호새야, 사회에서 합창할 때는 어깨 펴고 힘차게 부르렴. 노래도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운동이거든.
호새: 네, 이렇게 배에 힘을 주고요!
돈키: 맞아. ‘프라이드’도 결국 뱃심이야. 나폴레옹, 박정희, 덩샤오핑처럼 작은 체구라도 뱃심의 자양분으로 세상을 이끌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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