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상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점 하나가 길을 내어 선이 되고
선이 서로를 감싸 안아 면이 된다.
그 단순한 이치 하나가
벽에 붙은 작은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고 마음에 매달려
한 달 내내 나를 즐겁게 한다.
면이 숨을 불어넣어 부피를 얻고
정육면체로 일어서는 순간
닫혀 있던 세계가 열리고
공간은 갈라지며
상상은 별들 사이로 번져
다시 하나, 둘, 셋
숫자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수학과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이마를 짚던 소년은
어느새 여섯 마디 세월을 건너와
그 사유 속에서
번잡한 하루를 벗어 던진다.
오래 묵은 책장 속
곰팡내 밴 말들이
봄볕에 눈 뜬 씨앗처럼
유와 무로,
선과 공으로,
이와 기로 되살아나
옛 철인들의 목소리를 데려온다.
전철은 화성시, 고양시, 서울 충무로와 수원을 잇고
나는 눈을 감은 채
흘러가는 하루의 소리를 듣는다.
구순을 넘어 떠난 부모를 말하던 친구의 담담함,
명대사를 되뇌던 배우들의 웃음,
종친 원로들의 낮은 한숨—
“살다 보면 알게 돼”
노랫말 하나가
차창에 기대어 흔들린다.
정육면체에 난 작은 홀,
불쑥 솟은 혹 하나—
그것이 내 삶의 흔적이고
너의 시간이며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하나, 두울, 셋
들꽃 한 송이가 피기까지
얼마나 많은 되뇌임이 있었을까.
둘을 이루지 못한 채
하나로 접어 둔 마음들이
산처럼 쌓였어도
울멍줄멍 흘러온 세월은
어느덧 열두 폭 병풍이 되어
나를 조용히 둘러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