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5 (월)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대규모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전 《근접한 세계》 개최

물리적 경계를 넘어 형성되는 ‘근접한’ 관계 탐구를 통한 글로벌 시대의 문화적 성찰 제시

 

[ 포에버뉴스 김경순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전《근접한 세계》를 12월 16일부터 2026년 3월 29일까지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ADMAF)의 두 번째 협력 프로젝트로, 지난 6월 아부다비에서 성황리에 종료된 한국현대미술전《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에 이어, 양국 작가들과 소장품, 미술 담론을 교류하며 한국과 아랍에미리에트 간 초국적인 미술 담론을 촉진하고 상호 문화적 이해를 심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근접한 세계》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대규모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전으로, 아랍에미리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40여 명(팀)의 작품 110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3세대 작가들의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의 발전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전시 제목인《근접한 세계》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 거리가 압축된 현대 사회를 반영하며, 지리적 경계를 넘어 타자, 사물, 역사, 그리고 개별‘세계’가 ‘근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현상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지리적 경계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관계와 자아의 형성 방식을 제시하며, 문화적·역사적 거리 초월하는 변화를 강조한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지며, 서울시립미술관과 ADMAF의 공동 기획자 이외에도 총 세 명(팀)의 게스트 큐레이터가 작가이자 섹션별 기획자로 참여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지역성과 글로벌 정체성 간의 긴장을 탐색하고, 세계화된 동시대 사회의 복잡성과 유동성을 짚어낸다. 이를 통해 전시의 깊이와 다양성을 더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시대적 배경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섹션 1 '회전의 장소'는 파라 알 카시미(Farah Al Qasimi)가 제안하는‘심장 공간(heartspace)’개념을 중심으로 익숙한 일상의 변형을 탐구한다. 파라 알 카시미는 1990–2000년대 걸프 대중문화의 미학을 통해 익숙한 일상을 낯선 무대로 전환시키는 방식을 선보인다. 집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내면세계와 급변하는 외부 세계가 충돌하며 발생하는 섬뜩함을 드러낸다. 참여작가들은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신화·몽상·스토리텔링을 조합해 자아와 집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며, 말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능동적 예술적 대응을 시도한다.

 

섹션 2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록하기'는 모하메드 카짐(Mohammed Kazem)과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Cristiana De Machi)가 기획한 섹션으로‘통제로서의 지도’가 아닌, 관계와 권력으로 형성되는 공간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이들은‘누가 영토를 명명할 권한을 갖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제 지형이 아닌 사람 간의 감정적·정치적·심리적 간극을 기록한다. 1990년대 아랍에미리트의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직접 겪은 두 큐레이터는 노동,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계층의 흔적을 관찰하며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를 드러낸다. 참여 작가들은 언어의 번역과 이주 서사를 통해 공간의 유동성을 탐구하며, 공간에 새겨진 권력과 역사를 누가 어떻게 기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섹션 3 '그것, 양서류'는 아티스트 트리오 RRH (Artist Trio RRH), 라민 하에리자데(Ramin Haerizadeh), 로크니 하에리자데(Rokni Haerizadeh), 헤삼 라흐마니안(Hesam Rahmanian)이 기획하여, 작업실이자 생활 공간인‘집’을 창작의 중심으로 삼아 끊임없이 진화하는 예술세계를 선보인다. 이들은 아랍에미리트 건국 50주년 이후의 흐름에 주목하며, 삶과 예술이 뒤섞인 에미리트 예술 공동체의 혼종성과 제도 안팎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립적인 ‘양서류적’실천을 탐구한다. 또한, 넬슨 굿맨(Nelson Goodman)의 질문“언제 무엇이 예술이 되는가?”를 바탕으로, 예술이 살아 있는 탐구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아티스트 트리오 RRH는 예술이 삶과 의식, 집단적 상징 속에 자리하며 성찰의 도구로 작동함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에미리트 예술 공동체의 혼종적 감각과 세대 간 연속성을 드러낸다.

 

전시는 관람객이 자신이 마주한 세계를 다르게 인식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을 재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아랍에미리트 동시대 미술이 제안하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이러한 성찰을 심화하고, 우리의 세계를 확장하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ADMAF)이 공동 기획한 전시는 양 기관과 함께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여러 미술 기관 소장품을 폭넓게 활용하여, 기술·미디어의 발전과 급격한 도시 성장 등 동시대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사회 집단의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과 그 경험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두 지역이 지닌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다층적으로 해석하고 예술적·사회적 패러다임을 탐구한다. 양 기관은 국제교류전을 계기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의 예술적 경험을 심화하고,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개막일인 12월 16일에 공동 큐레이터인 마야 엘 칼릴(ADMAF)과 김은주(SeMA)가‘근접한 세계 속 공존’을 주제로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와 비전을 심층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 날, 참여작가이자 게스트 큐레이터인 모하메드 카짐, 크리스타아나 드 마키와 예술평론가 문혜진이 권정현 학예사(모더레이터)와 함께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 비서구적 궤적과 새로운 담론’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 모든 강연은 한국어-영어 통역이 제공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미술관은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근접한 세계》전을 선보이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 전시 중 가장 큰 규모로, ‘근접한 세계’라는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이, 서로 다른 문화권이지만 동시에 동양 문화권에 속하는 두 국가가 문화적·지리적 경계를 초월하여 예술적 연결의 가치를 탐색하고 미래의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교류를 통해 양국 예술계에 새로운 통찰과 영감을 불어넣고, 서울이 국제 예술 담론의 허브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작품 해설은 매일 오후 3시에 제공된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과 블룸버그 커넥츠(Bloomberg Connects) 앱을 통해 다국어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시 관람 일정 및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도슨팅 앱은 구글플레이스토어, 애플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하여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블룸버그 커넥츠 (Bloomberg Connects) 앱을 다운로드하여 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하거나, 전시장에서 제공되는 QR코드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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