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여정을 기약하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그려지지 않은 시간을 뭐라 부를 수 있을까?
호새:
저는… 생명이나 희망 같은 말이 떠오르네요.
돈키:
그래, 나도 그래. 결국 사람은 자기 길을 가야 해.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며 몸으로 겪어보니 알겠드만.
호새:
그래서 이 여정이 값졌네요.
돈키: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행동은 세상을 어지럽히지.
온전한 ‘나’를 이뤄야 비로소 깨닫고, 그래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이번 도보여정에서 배웠어.
호새:
길 위에서 선인들의 발자취도 많이 떠올랐겠어요?.
돈키:
실천하지 않는 깨달음은 그저 지식일 뿐이라는 말,
그 경구가 참 마음을 울리더군.
호새:
7박 8일인데 참 많은 길을 걸었네요.
돈키: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작해
팔당대교, 두물머리, 자연휴양림…
횡성, 봉평, 평창을 지나
영동고속도로, 대관령을 넘어
마침내 강릉, 동해까지.
겉으론 이동이었지만, 속으론 내면이 풍요로워진 여행이었지.
호새:
세상엔 아무도 없고, 나 혼자 가득 찬 느낌이었어요.
돈키:
그래. 스며든 생각들은 고이고이 간직할 참이다.
상상의 즐거움, 오감의 자유, 비움의 쾌감.
도보 이동은 나를 찾고, 나를 만들어가는
내 삶의 결을 다듬는 방식이더라.
호새:
한반도 횡단 도보여정… 쉽지 않은 길이었죠.
돈키:
그래도 50대에 맞은 큰 행운이었다.
호새:
쉰아홉 해를 살아오며, 얼마나 걸어오신 걸까요?
돈키:
우리는 생각의 크기만큼 몸을 움직이며 살아간다.
결국 가야 할 건 마음의 길이야.
호새:
누군가 왜 길을 떠나느냐고 묻는다면요?
돈키:
길이 있어서 떠난다고,
그리고 때로는 길을 만들기 위해 떠난다고 답하겠지.
이제, 한반도 횡단은 마쳤어.
호새:
길 위에서 만난 분들도 참 많았죠.
돈키:
그 도움과 인연들, 오래도록 가슴에 여울져 갈 거다.
호새:
그럼, 이제 끝인가요?
돈키:
아니.
이 감동을 이어,
다시 한반도 종단 도보여정에 나설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