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1 (목)

오피니언

<한번도소나타122>-봉평/평창

메밀꽃-한우마을


메밀꽃-한우마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둔내에서 진부로 가려면 봉평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긴 한데, 이번엔 6번 국도를 택했어. 그냥 상상으로만 들르고 가는 거지.

호새: 바로 안 가고요?

돈키: 돌아오는 길에 들르려고. 봉평이라는 이름만 봐도 마음이 먼저 움직여.

호새: 거기 이효석 작가의「메밀꽃 필 무렵」 배경이잖아요?

돈키: 그래. 허생원이랑 동이가 나오고, 물레방아 소리랑 시골 장터 냄새가 살아 있는 이야기지.

호새: 상상만 해도 분위기가 좋아요.

돈키: 여름에는 특히 메밀국수랑 메밀전병이 최고야. 더위에 달아오른 속을 부드럽게 눌러주지.

호새: 메밀 막걸리까지 곁들이면요?

돈키: 흐드러진 메밀꽃밭을 걷다가 한 사발 들이키면… 그게 바로 봉평 여행이야.

호새: 요즘은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잖아요.

돈키: 그렇다해도, 별빛 아래 물레방아 도는 풍경은 옛 이야기가 더 잘 어울려.
LED 불빛 대신 초롱초롱한 별빛 말이야.

호새: 물소리, 산새소리 들으면서요.

돈키: 그리고 하얀 메밀꽃밭에 벌렁 눕는 거지. 그게 진짜 러브스토리야.

호새: 봉평에는 오일장도 서죠?

돈키: 그래, 재래장은 그냥 장이 아니라 이야기가 모이는 마당이야.
먹거리, 풍물, 사람 냄새… 다 뒤섞여 있는 곳.

호새: 물레방아도 지금도 돌아가고 있을까요?

돈키: 그럼. 물은 흐르고, 물레방아는 오늘도 돌아.
보름달 같이 밝은 날엔 말이지…

호새: 왜요?

돈키: 거울 보고 흰머리 뽑는 아내 손 잡고 메밀밭에 가보고 싶거든.
이팔청춘 봄기운 좀 다시 불어넣고 말이야.

호새: 하하, 로맨틱하시네요.

돈키: 언젠가는 ‘물레방아 축제’도 생기겠지.
나는 벌써 상상해봤어.

호새: 그럼 한마디 해주세요.

돈키: 청춘들이여, 봉평으로 가자.
물레방아 도는 산마을로.
거기엔 나무꾼도, 선녀도 만날 수 있을게다.

<한우마을>

호새: 저기 한우 간판이 보이네요?

돈키: 눈에 확 들어오지. 근데 막상 둘러보면 소가 한 마리도 없네.

호새: 진짜 ‘벌거숭이 임금님’ 같네요.

돈키: 보이지 않는 한우가 오히려 침샘을 자극하지.

호새: 예전엔 소가 농사일에 전부였겠죠?

돈키: 그럼. 황소는 부지런함의 상징이었어.
“이랴! 이랴! 소 몰고 밭갈이 가자!”
이 소리가 온 들판을 울리곤했어.

호새: 요즘은 기계가 다 대신하잖아요.

돈키: 그래서 더 그리워.
소꼴 베고, 여물 썰고, 쇠죽 쑤고, 마차 몰던 그 시절 말이야.

호새: 돈키 형은 요즘 상상 많이 하네요.

돈키: 이번엔 ‘한우 테마촌’이야.
잿마당에 놀이터 만들고, 소 몰이 체험하는 마당을 여는 거야.

호새: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돈키: 사이버에 갇힌 ‘초식남’들이
거기선 땀 흘리며 ‘짐승남’으로 태어나는 거지.

호새: 상상만 해도 웃기고멋 재미있네요.

돈키: 머지않아 평창 들판에 그런 장면이 펼쳐질 거야.
할배, 아비가 일구던 땅이 문화마당이 되는 거지.

호새: 세상이 많이 변했네요.

돈키: 변했지. 길도 많아졌고, 방식도 달라졌고.

호새: 마지막 한마디요.

돈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것을 품어야 새 길이 보인다.
그리고 결국, 상상력이 세상을 바꾸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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