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여, 피어나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휴게소에 닿았구나. 둔내… 오후 네 시. 늦은 점심 치곤 배가 너무 비어 있네.”
호새:
“입술이 짜릿하지 않아요?”
돈키:
“준비한 소금통을 잃어버렸지. 물만 들이켰더니 속이 밍밍해 세상 맛도 밋밋해졌어.”
호새:
“그럼 뭘 드셨어요?”
돈키:
“강된장으로 끓였다는 된장백반.
찬물에 밥을 말아 풋고추 하나 툭 얹고 된장을 찍어 입에 넣었지.
여름엔 말이다, 고추 하나가 보약이야. 오이 하나가 약이고.”
(문이 열리며 헬멧을 든 청년이 들어온다.)
청년:
“안녕하세요.”
돈키(속으로):
“헬멧… 배낭… 깃발.
그래, 저 친구도 길 위의 사람이네.”
돈키:
“동해 쪽으로 가나요?”
청년:
“네. 강릉이요.”
돈키:
“그래? 나도 그쪽인데.”
청년:
“저는 파주에서 출발했어요. 강릉 들러 여기저기 더 돌아 볼려고요.”
(잠시 머뭇거리다)
“아저씨…걸어서… 대단하세요.”
돈키:
“이 더위에 오토바이도 만만치 않을 텐데?”
청년:
“힘들죠. 그래도… 가야 하잖아요.”
호새(속말):
“둘은 묻지 않았지요. ‘왜 가느냐’는 질문을.”
돈키(속으로):
“그래.
걷는 이유, 달리는 이유… 그건 각자의 가슴에만 있는 법이지.
- 이심전심, 말 없는 대화.”
(청년과 사진 한 장을 함께 찍는다.)
호새:
“길은 같네요.”
돈키:
“그래도 속도는 다르지.
하지만 인생은… 아마 비슷할 거야.”
호새:
“그런데 왜 도보가 제일 빠르다고 생각하세요?”
돈키:
“내 의지로 가니까.
엔진도, 기름도 필요 없잖아.
몸 하나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밖에서 오토바이 시동 소리.)
청년(밖에서 외치며):
“아저씨! 파이팅!!”
(질주 소리 멀어진다.)
호새:
“젊네요.”
돈키:
“스물다섯, 전국일주.
저 용기… 저 깃발…
꿈은 지금 피고 있겠지.
<둔내의 저녁>
호새:
“면사무소에 도착했네요. 아직 해도 안 졌어요.”
돈키:
“이른 저녁이야. 이런 날은… 고기를 먹어야지.”
(식당 안.)
주인:
“1인분은 안 돼요.”
돈키:
“그럼… 2인분 주세요.”
호새:
“배부르니 어때요?”
돈키:
“생각이 단순해지지.
걱정보다 숨이 먼저 쉬어져.”
<밤의 독백>
(숙소 방 안, 불을 낮춘다.)
호새:
“뭘 적고 계세요?”
돈키:
“고마운 사람들,
아쉬웠던 순간들,
빠뜨린 준비물들…”
호새:
“많네요.”
돈키:
“대충 떠났으니까, 그래서 배운 것도 많지.”
호새:
“잘 수 있겠어요?”
돈키:
“배가 불러야 잠이 오더라.”
(불을 끈다.)
돈키(속삭이며):
“오늘은… 편하게 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