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9 (화)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119>-국민간식

안흥찐빵


안흥찐빵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아침 일곱 시… 눈이 먼저 나를 깨우더군.
오늘은 횡성에서 둔내사거리까지, 스물여섯 킬로미터 남짓.
라면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래고 배낭을 둘러맸지.
어제보단 짧은 길이라, 마음도 다소 느슨해졌고.

호새:
발걸음이 가벼웠겠네요?

돈키:
그래… 그때였다.
“안흥”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더군.
그 밑에 더 크게 쓰여 있던 네 글자.
…“안흥찐빵”.

호새:
그 이름 하나로도 군침이 도네요.

돈키:
소문이 맛을 만드는 법이야.
예전에 말이지, 침 맞으러 횡성에 왔다가 아내랑 함께 사 먹은 적이 있어.
그때 알았지. 찐빵도 ‘브랜드’가 되면 추억이 된다는 걸.

호새:
평창 한우, 여주 쌀, 금산 인삼…
이름만 불러도 고향 냄새가 나네요.

돈키:
그래.
충주 사과, 화성 햇살드리…
이제는 맛이 아니라 품격을 사는 시대지.
화성도 그래. 먹거리도 많고, 기업도 있고, 대학도 있고,
바다도 있고… 문화유산도 있는데,
이제는 흩어진 걸 하나로 엮어낼 때야.

호새:
그런데…
‘찐빵’이란 말, 어릴 땐 놀림이 되기도 했잖아요?

돈키:
그래.
“앙꼬 없는 찐빵”이란 말로 헛속을 핀잔 주곤 했지.
그래도 말이다,
그 시절 우리한테 찐빵은… 케이크보다 귀한 간식이었어.

호새:
요즘은 편의점만 나가도 먹거리가 넘치죠.

돈키:
그렇지.
라면, 떡볶이, 오뎅…
하지만 포장마차 김이 모락모락 오를 때,
찐빵 하나 손에 쥐면…
그건 그냥 간식이 아니야. 정(情)이더라.

호새:
양수리 가던 길, 기억나세요?

돈키:
어찌 잊겠냐.
팔당을 벗어나며 옥수수랑 안흥찐빵을 사서
걸으며 베어 물던 그 순간.
허기도 달랬고, 잠들어 있던 입맛도 깨어났지.

호새:
어머님 이야기는요?

돈키:
사랑방 옆에 가마 틀을 세워놓고
가마솥에 찐빵을 찌시던 어머니…
비 오는 날이면 그 김이 마루까지 번졌지.
그걸 하나씩 손에 쥐어 주시던 손의 온기…
그게 아직도 찐빵 속에 남아 있는 거야.

호새:
그래서 찐빵은 단순한 빵이 아니군요.

돈키:
그래.
부모 세대와 나, 그리고 아이들을 이어주는
느린 속도의 모뎀 하나 같은 거지.
아날로그 시간 속에서 ‘뚜–뚜–’ 소리 내며
마음을 연결해 주는…

호새:
그럼 올겨울엔요?

돈키:
많이 사 먹어야지.
많이 나누고,
많이 떠올리고,
많이 그리워하면서.

…올겨울은, 찐빵 냄새 나는 겨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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