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테마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여기 어딘지 알아? 북한강이랑 남한강이 한 몸이 되는 곳, 두물머리야. 한자로는 양수리(兩水里)라고 하지.
호새: 두 물이 만나는 자리… 시작과 끝이 겹치는 느낌이네요. 뭔가 에너지가 퐁퐁 솟는 곳 같아요.
돈키: 맞아. 만남은 늘 큰 에너지를 만든단다. 음과 양이 만나 생명이 태어나고, 남과 북이 만나면 통일이 오고, 지구촌이 만나면 평화가 오는 법이지.
호새: 스승님, 여기 와본 적 있다고 하셨죠?
돈키: 그래. 둘째 형님이 이 근처에서 요양하던 시절에 자주 들렀어. 장마 끝무렵이라 물살이 장쾌했지. 물안개 피어오르고, 두 물이 어깨를 맞대던 그 형상… 아직도 기억에 선해.
호새: 두 강의 출발지도 참 극적이에요. 금강산에서 내달리는 북한강, 그리고 강원 금대봉 검룡소에서 솟구친 남한강이 이 자리에서 딱 만나는 거잖아요.
돈키: 그러니 신비롭고 장엄하지. 수도권의 젖줄이라면서도 아침저녁 풍경은 참 한가롭다. 물소리, 물내음, 물안개, 물빛, 일몰… 한마디로 ‘물테마촌’이 따로 없어.
호새: 자연이 주는 밥상 같네요. 산과 물이 다 주니까요.
돈키: 요즘은 오지(奧地)라서가 아니라 자연자원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찾아오지. 겸재 정선도 ‘독백탄’에 이 풍경을 담았다니 말이지.
호새: 가족끼리 와도 좋고, 연인·친구들도 오면 기억에 오래 남겠어요. 소원을 비는 느티나무도 있다면서요?
돈키: 그래, 그 느티나무 아래 서면 마음이 절로 고요해져. 언젠가 긴 시간을 머물며 지내보고 싶은 곳이야. 아침 햇살이 강물에 부딪혀 은비늘처럼 반짝이는 걸 보면… 발길을 떼기 어렵다니까.
호새: 스승님, 또 철학적 모드 들어오시네요?
돈키: 하하. 물을 보다 보면 노자 말씀이 떠오르지.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水善利萬物).”
나이 들수록 ‘물처럼 처세하라’는 말이 왜 그리 가슴에 와닿는지… 아는 것과 사는 건 또 다르더군.
호새: 카페도 들르셨다면서요?
돈키: 그래, 주인장과 차 한 잔 나누는데 이곳 풍경의 뒷이야기들이 아주 흥미롭더구나. 이 강이 품은 사람들의 삶과 마음이 있어 더 아름다운 거야.
호새: 스승님, 이곳은 어떤 사람들이 오면 좋을까요?
돈키:
세상에 들어서려는 자!
만남이 서러운 자!
삶이 권태로운 자!
오라, 보라, 느껴라.
두물머리가 답을 줄 게다.
호새: 결국 이곳은… 마음의 징검다리 같은 곳이네요.
돈키: 맞아. 오늘 우리도 두물머리에서 사유의 징검다리 하나 밟고 가는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