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7 (금)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66> – 옥천 정지용 생가

고향으로 갑시다


고향으로 갑시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거두망산월이요 저두사고향이라(擧頭望山月 低頭思故鄕).

호새: 웬 고향 타령이오?

돈키: 날이 차면 고향집 방 아랫목이 그리워져.
엄마 품처럼 따뜻하고, 지친 몸과 마음이 다 풀리지.
톰 존슨의 “Green, Green Grass of Home”을 들어봐.
사람도 연어처럼, 인생의 끝엔 고향으로 돌아가잖아.
태어나 첫 울음 울던 그 자리, 바다뜰처럼 넉넉한 품이야. 그게 고향이지. 네 고향은 어때?

호새: 내 고향은 책 속 이베리아 반도라오.
별이 초롱초롱한 초원 같은 곳이지요.

돈키: 그리운 고향을 노래한 시가 바로 정지용의 <향수>야. 저기 동행한 아저씨 고향도 옥천이라며, 그 노래를 충청민국 애국가처럼 부르신대.

호새: 둥지에 찾아오신 거네요.

돈키: 그래.
엄마나 내 집이란 말만 들어도 마음이 녹듯,
‘고향’이란 말은 솜사탕 같아.
우린 나라를 잃고 허리마저 잘린 세대였잖아.
조국 산천의 흙 한 줌이 얼마나 귀했겠어.
수많은 이들이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지.
옛날엔 돌아와도 ‘환향녀’라 불리며 눈물 삼킨 여인들도 있었고.

호새: 식민시절이나 6·25 때 둥지 잃은 실향민들…
그 마음이 어땠을까요.
요즘도 댐 공사나 신도시 개발로 고향 잃는 사람들이 많아요.

돈키: 그러게 말이다. 정신적 둥지를 잃는 거야.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 그게 고향이지.
디지털 세상이라도, 고향은 비바람 치고 눈보라 쳐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줘.

호새: 시인의 생가 주변을 보니 정겨운 시골 풍경이 그대로네요.

돈키: 실개천이 휘돌고, 마을 앞 느티나무가 반기네.
유학 시절 그리움을 시의 병풍 다섯 폭으로 펼쳐놓은 게 <향수>야. 그 속엔 고향의 소리, 냄새, 촉감이 다 들어 있지. 교토 동지상대에 시비까지 세운 이유를 알겠더라구.

호새: 사람의 오감 중 오래 남는 게 뭘까요?

돈키: 글쎄, 뭐가 남을까?

호새: 향수(香水)와 향수(鄕愁)를 비교해 봐요.

돈키: 뭘 바르자고? 하하.
고향이 그리워 향수병 걸리는 거지.
사람이 그리우면 상사병, 고향이 그리우면 향수병이야.

호새: 요즘 그런 병도 있을까요?

돈키: 거리 나가서 물어봐라.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 노래하는 이 많아.
시골은 마을 자체가 놀이터였지. 타향살이에
어릴 적 정감이 몸에 밴 고향 뒷동산 돌멩이라도 그리워져.

호새: 그럼, 그 시절 ‘이쁜이 곱분이’도 그리운가요?

돈키: 하하, 그리움은 원초적 자유야.
사랑도 향수도 부풀면 애국심으로도 변하지.
그리움을 잘 다스리면 삶이 익는 거야.
노자의 무위자연,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처럼. 물길이 나듯, 소리(響)나 향기(香), 고향(鄕)도 결국 그리움으로 이어지지.

호새: 옛 고향을 그리며, 함께 불러요.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이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향수」

돈키: “…정을 잃은 사람아, 고향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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