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죽화(烏竹花)를 그리며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강원도 소풍이 끝나 충청도로 넘어가네요.
내일이 한가위라니, 보름달이 뜨면 좋겠어요.
바닷가 모래밭에도, 오죽헌 대숲에도
은빛 달빛이 고요히 번질 테죠.
돈키: 그래, 보름달이 떠서
마음이라도 환히 밝아지면 좋겠어.
검은 대에 피는 하얀 꽃, 오죽화처럼
세상일도 순한 마음으로 서로를 비추면 얼마나 좋을까.
호새: 멀리 떨어진 벗들도,
오늘 밤 달빛 아래선 다 함께겠죠?
돈키: 그렇지.
오늘은 말보다 마음으로 인사를 전하는 날이야.
지난 날 강릉의 밤, 벗들과 송이주 한잔 나누던 그 정을 달빛에 띄워 보내볼까.
〈오죽화(烏竹花)를 그리며〉
여섯마디 발길들
오고감에 분별 있으리
팔도 벗님네들
아침 햇살에 선연하다
철수와 영희도 반기네
갈매기 날으는 백사장
한잔 송이주 마셔보세
대관령 옛길에 들어서니
낙엽처럼 순결한 마음
달빛에 오죽화가 피겠네
호새: 송이주 맛이 어때요? 동기들과 달을 바라보며
이태백이 처럼 한시름 달래랬나요?
(與爾同銷萬古愁-장진주사)
돈키: 맞아. 달이 차면 마음도 가득 차는 법이지.
우리의 갈길이 달라도, 한가위 달빛 아래선 한 마음인거야.
호새: 다음 다시 올 땐 꼭 송이주 한잔 해야겠어요.
대관령 바람 따라, 경포의 달빛도 함께 보러 가요.
돈키: 좋지.
그때도 오늘처럼,
벗을 향한 감사와 그리움을
다시 시로 피워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