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3 (수)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400>(9월 3일)

벌컥과 울컥


벌컥과 울컥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벌컥’은 문을 힘껏 열어젖힐 때, 물을 단숨에 들이킬 때 쓰이는 말입니다.
‘울컥’은 가슴속 깊은 감정이 차올라 목울대를 넘어서는 순간을 수식합니다.

청소년국제폰영화제가 어느덧 제4회를 맞습니다.
돌이켜보면, 무식이 용기를 낳았다 할까요. 선후배, 지인,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분들을 끊임없이 귀찮게 하고 설득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누구나 손에 쥔 생활도구 ‘폰’을 매개로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깨우고, 자기 존재와 정체성을 확인하며, 나아가 진로에 작은 이정표를 세워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습니다.
그 첫걸음은, 아마도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듯 ‘벌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입니다.

올해도 8월 31일, 접수가 마감되었습니다. 한 달여의 분주한 일정이 지나갔지요.
해마다 10여 편씩 늘어나는 출품작, 그리고 높아져가는 작품 수준. 심사위원들의 전언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주변 사물을 향한 눈길, 오감을 깨우는 호기심. “이게 뭐지?”, “한번 해볼까?”라는 물음에서 피어난 첫 생각이 글과 말로 싹을 틔우고, 행동으로 이어져 스스로의 창작품으로 태어났습니다. 그 설렘과 기쁨이야말로 내일을 열어가는 진짜 에너지입니다.

9월 13일 오후 1시, 알록달록한 보물단지가 열립니다.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 송알송알 맺힌 땀방울, 한 뼘 더 깊어진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쌓은 소중한 우정이 그 속에 담겨 있을 겁니다. 함께 고생한 청소년들(초·중·고), 선생님, 학부모, 교육 관계자, 홍보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분들 모두의 결실이니, 그 고마움에 가슴이 ‘울컥’ 뜨거워집니다.

누군가 물었습니다.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그리 애쓰냐고.”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덧붙입니다.
“스스로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길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한 삶의 가치”라는 어느 철인의 말을 빌어 답을 대신 합니다.

돌이켜보면 근세에 헐렁한 우리 민족을 세계 앞에 우뚝 세운 뜨거운  말들이 있습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말들로 이따금 생각합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해봤어?”
“다 바꿔.”
……
그 지혜와 용기가 지금 우리에게도 흐르고 있습니다. 생활폰을 단순한 기기가 아닌 창의적 놀이마당의 도구로 삼아, 우리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소록도에서도, 태평양을 건너온 곳에서도 이 축제에 함께 합니다.

“내 손안에 있소이다.”
바로 그 작은 손에, 작은 생활폰 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그 폰을 쥔 이는 누구입니까? 바로 우리의 아이들, 청소년입니다.
이들이 자기 생각, 자기 빛깔, 자기 모습을 그려낸 자유로운 창의의 장. 그것이 청소년폰영화제입니다.

오시라.
생기발랄한 기운이 팔랑팔랑, 통통 튀는 놀이마당이 열릴 자리, 경기아트센터 컨벤션홀로 발걸음하시라.




 


포토뉴스

더보기

섹션별 BEST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