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에버뉴스 김경순 기자 ] 서울 도심의 가을밤이 빛의 예술로 다시 깨어난다. 오는 8월28일부터 9월7일까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환상적인 빛의 예술로 물들이는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이 열린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222m DDP 외벽 전체를 초대형 미디어아트 캔버스로 변모시켜 빛과 예술, 그리고 기술이 결합한 장관을 연출한다.
지난 2019년 시작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서울라이트 DDP'는 2023년 'Red Dot' 본상, 'IDEA' 동상에 이어 2025년 'iF 디자인 어워드' 위너로 선정되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석권, 글로벌 미디어아트 페스티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지난 8월 25일에는 “세계 최대 비정형 건축물 3D 맵핑 디스플레이”로 '서울라이트DDP'가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올해 가을 시즌은 “EVERFLOW: 움직이는 장(場)”을 주제로, 관객과 공간이 공명하며 상호 작용하는 경계 없는 시선의 순간을 표현한다. 특히 이번에는 기존 외벽 미디어파사드 외에도 DDP 미래로 다리 하부 공간에서 레이저 빛을 활용한 설치 작품이 최초로 공개된다.
또한 이번 가을에는 최근 한국 지사를 설립한 OpenAI와 협력해 한국의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 지원에 나선다.
영상 생성 플랫폼 ‘소라(Sora)’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야간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며, 한층 확장된 예술적 몰입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행사의 참여 작가들 또한 화려하다. 프랑스 대표 개념 미술가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국내 대표 디지털 디자인&아트 컴퍼니 ‘디스트릭트(d’strict)’의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작품은 서울의 가을밤을 빛의 향연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로랑 그라소는 이번 전시에서 솔라윈드(Solar Wind, 태양풍)과 파노프테스(Panoptes, 모든 눈들) 두 작품을 공개한다.
로랑 그라소의 솔라윈드는 태양풍, 자기 폭풍, 코로나 질량 방출 등 우주 데이터를 기반으로, CNES(프랑스국립우주연구센터)·NASA(미국항공우주국)·ESA(유럽우주국)와 협력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컬러 파동으로 시각화한 작품이다. DDP의 곡면 파사드를 거대한 우주 스크린으로 변모시켜 관람객에게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로랑 그라소의 또 다른 작품 파노프테스는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신작으로 그리스 신화 속 아르고스 파노프테스에서 영감을 얻은 대형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DDP의 파사드 위에 수많은 눈을 투사해 신비로운 장관을 펼친다. 관람객은 수많은 시선 속에서 관찰자이자 동시에 관찰당하는 존재로 전환되며, 건축과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는 몰입적 경험을 하게 된다.
디스트릭트의 Eternal Nature(이터널 네이쳐)는 자연의 물성과 에너지를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해, 빛에서 생명, 그리고 인간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서사를 구현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거대한 빛의 흐름과 유기적 움직임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자연의 생명력이 디지털 세계에서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진다.
또한, 대만 미디어 아티스트 ‘아카 창(Aka Chang)’이 함께해 ‘서울라이트 DDP’ 최초로 미래로 다리 하부에서 레이저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인다.
아카 창의 Multimmersion_DDP25(멀티멀젼_디디피25)은 레이저 인스톨레이션 작품으로, 빛과 공간을 매개로 신체와 환경의 관계를 탐구한다. 수평의 빛줄기가 연기와 바람에 반응하며 건축과 어우러지는 이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걸어 들어가며 체험하는 몰입적 ‘빛의 구조’를 구현한다.
특히, 8월 28일 개막식에서는 Multimmersion_DDP25와 연계한 스페셜 퍼포먼스가 진행돼, 작품의 몰입적 경험을 한층 확장할 예정이다.
참여한 두 작가는 “평소 DDP가 주목할 만한 창의적 문화예술의 랜드마크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로랑 그라소는 “DDP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일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며 국내외 다양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카창은 “이러한 대규모 장소에서 작품의 크기를 확대하여 전시하는 것이 아티스트로서 도전해 보고 싶은 무대였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번 가을 시즌에는 글로벌 아티스트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K-팝 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정원은 국문, 제이크는 영문 오디오 가이드 내레이션에 참여해 관람객들이 작품과 주제를 더욱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글로벌 스타의 참여로 국내외 관람객 모두가 몰입감 있는 체험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서울디자인재단과 OpenAI가 공동 후원하는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 2인의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들은 OpenAI의 영상 생성 플랫폼 ‘소라(Sora)’를 활용해 제작됐으며,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창작의 파트너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첫 번째 작가 최세훈은 The Valley and the Light(더 밸리 앤 더 라이트)를 통해 기억과 몽환, 기술과 감성이 교차하는 풍경을 빛과 이미지로 구현하며, 잊고 있던 감각과 인간다움을 환기한다.
이어서, 독일의 ‘Timo Helgert(티모 헬거트)’는 Moon Cycle(문 싸이클)을 통해 수백 개의 달을 파사드 위에 연출해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시적인 장면으로 변모시킨다. 관람객은 이 작품들을 통해 인공지능과 예술의 협업이 창조하는 새로운 형태의 몰입적 경험을 체험하게 된다.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에서는 미디어파사드와 설치작품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9월 2일에는 참여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포럼이 진행된다.
이번 포럼은 “AI 예술이 열어 보일 시각적·철학적 신세계”를 주제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낼 새로운 가능성을 조망한다. 정성갑 아트디렉터의 사회로 프랑스 개념 미술가 로랑 그라소, d’strict 이상진 부사장, OpenAI의 음성원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연사로 참여해 각자의 시각을 공유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과 사전예약 방법은 DDP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가을은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시도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몰입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최근 서울라이트DDP가 기네스 세계기록을 달성한 만큼 디자인과 AI 등 기술과의 융합과 혁신을 주도해 미래형 플랫폼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DP는 가을 낮과 밤이 디자인 예술로 가득찬다. '서울라이트DDP 가을'을 시작으로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디자인 마이애미'의 아시아 첫 전시, 국내외 아티스트가 선보이는 초대형 설치 작품 '디자인&아트' 등이 도심 한가운데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