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2 (화)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11>-삼성 이건희 전)회장 타계시

애니콜–노르망디 상륙 컨덕터

 

애니콜–노르망디 상륙 컨덕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오늘은 입 좀 닫고 조용히 생각 좀 정리해야겠다. 특별한 날이거든.
호새: 무슨 날인데요?

돈키: 화성에 큰 변화를 가져온 이건희 회장이 타계했다는 소식이야.

내가 태어나고 자란 화성이야.
고향은 사람한테 기(氣) 충전소 같은 곳이지. 사계절 변함없는 뒷동산처럼 말이야. 나이 먹으니 고향에 높은 산과 흐르는 물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되더라. 게다가 문화유적지나 위인이라도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 영국인이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는 자부심을 갖듯, 삼성은 화성의 자랑이니 말이야.

호새: 고향 자랑이군요.
돈키: 맞아. 요즘은 먹고사는 게 전쟁 같지만, 해외 공항에서 국내 대기업 입간판을 보면 태극기 만난 것처럼 뿌듯해. 삼성, 현대차, 기아, LG, SK, 롯데, 포스코, 한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이잖니. 더구나 그런 일류기업이 내 고향에 있으니 자랑이지. 특히 화성에 소재한 삼성반도체 화성캠퍼스는 보물이야.
호새: 화성식의 재정규모 큰 이유가 다 그런 기업들 덕분이군요.

돈키: 그렇지. 근세사에 우리나라가 겪은 가장 큰 아픔이 식민의 설움이고, 가장 쓰라린 상처가 6.25 전쟁이었잖아. 그런데 그 설움과 상처를 딛고 ‘잘 살아보세’ 하며 5대양 6대주에 태극기를 꽂았지. 반세기 만에 경제대국 10위 깃발을 올렸고. 그 중심엔 정부, 기업, 허리띠 졸라매고 동참한 국민이 있었어.

호새: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큰 역할을 했네요.
돈키: 맞아. 특히 故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도쿄선언’은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처럼 과감한 결단이었지.
뒤를 이은 2세 이건희 회장도 ‘노르망디상륙작전’을 하듯 애니콜을 유럽, 북미, 전 세계에 상륙시켰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신경영 선언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고,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며 세상을 흔들었지.
호새: 정말 큰 별이었네요.

돈키: 나는 AI나 4차 산업 쪽은 잘 모르지만, 그런 흐름을 담는 그릇은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생각해. 태극기에 거수경례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 땅의 경제 거목이 세상을 떠난 걸 가슴 아파해야겠지. 우리네는 작아도 긍정의 힘으로 질곡을 이겨낸 민족이잖아.

호새: 그런데 요즘은 기업 환경이 많이 힘들죠?
돈키: 며칠 전 부동산 사무소 갔더니 중개인이 그러더라. “이제 망했어요. 공장이 돌아가야 뭘 먹고 사는데… 여긴 삼성 덕에 버텨요.” 정치 얘기하면 싸움이 나니 집안에서는 아예 안한다고 하더군. 난 이렇게 생각해.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호새: 그분은 기업가이면서도 애국자였군요.
돈키: 그래. ‘조강지처 버리지 말라’고도 했지. 젊은이들에게 세계를 보게 했고, 나라 번영에 크게 기여했어. 품격이 있는 기업인이었고, 주변을 살피는 마음도 가졌지. 큰 말, 큰 걸음으로 이름을 남긴 경제계의 큰별이었지. 나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추모하지.

호새: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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