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2 (토)

오피니언

<한번도소나타2>-광화문 네거리

핑핑 빙빙거리

핑핑 빙빙거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광화문 네거리에 사람들은 분주히 오가고, 자동차 소리와 전광판 불빛이 얽혀 있다. 그 중심에서 바람이 휘돌고,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이름은…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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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 (나직이):
광화문 네거리… 시간의 층이 겹쳐진 이 자리, 어딘가선 고요히 속삭이고 어딘가선 핑핑, 머리가 빙빙 도는 곳이네.
호새>
삿갓은 썬캡으로, 맞절은 악수로, 짚신은 구두로… 조선이 코리아로 리폼된 자리지.

돈키>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저기는… 저 이름 높은 길동이 아니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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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조심스레 다가가며):
실례합니다… 혹시 홍… 홍길동 선생님 맞으신지요?
길동 (웃으며)
그런 셈이지요. 한때는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한 자였소.
기자>
요즘엔 율도국에 계신다는 말도 돌았는데, 어쩐 일로 광화문을 찾으셨는지요?
길동>
피서를 좀 왔소이다. 전우치도 보고 싶고,
오공이랑 지니, 해리포터까지 모인다니 겸사겸사 들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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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금의 세상, 어떻게 보이시나요?
길동:(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며)
예나 지금이나… 싸움은 그대로구려. 붓으로 하던 싸움이 이제는 댓글로, 호패 대신 명함 들고…
제 잇속 챙기기엔 다들 바쁘구려.
기자>
더 나아졌다고 보시진 않나요?
길동>
말은 많아졌지만, 정작 마음은 닿기 힘들어졌소이다.
옛날엔 한글만 알면 말이 통했소. 지금은 말이 넘쳐도, 통하는 게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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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럼에도 여전히 이 나라를 사랑하시나요?
길동>(조용히 한글로 이름을 쓰며)
이 글씨 보이시오? ‘홍길동’ 내 이름을 내 언어로 쓸 수 있다는 것, 그게 복이요. 세종대왕께서 그리하셨고, 허균 선생은 내 이름을 빚어 주셨지요.
길동>(이어 말하며)
나라가 코리아가 되었든, 내게 이 땅은 조선이고, 내 몸은 한글이지요. 내 말, 내 옷, 내 밥, 내 집… 그 모든 것이 내 것인 나라, 그게 얼마나 귀한 줄 아직도 모르는 이가 많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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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렇다면 나라의 앞날은 어떻게 보십니까?
길동>(고개를 절레절레)
내가 점쟁이요? 그걸 내가 어찌 알겠소? 다만, 정직했으면 좋겠소.사람을 앞세우고, 깃발보다 마음을 먼저 보았으면…
기자>
국제 정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길동>
허세는 낙엽 같소. 한때는 피라미드도, 만리장성도 위대했지. 하지만 지금…그저 스쳐가는 바람일 뿐.
그래도 믿는 것이 있다면, 제2의 한글이라 불리는 이 땅의 IT문자, 그건 짱짱 합니다요.
…………………………
돈키> (조용히)
충무공의 검명 아래, 햇살이 산하를 가르고, 사람들은 오늘도 걷는다.
길동> (관객을 향해 조용히)
내가 내 마음을 내 나라의 글자로 말할 수 있으니…
이곳은, 해피 해피 서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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