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지천변기행12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물리학 강의에 꽤나 귀기울인 탓에 나름 흥미골을 이뤄‘ 초끈이론’ 주위에 맴맴이다. 일상의 번잡스런 생각을 벗어나는데는 그만이라 챙겨들어 흩날리는 눈발속에 천변 산책길에 나섰다. 매번 독산을 전망으로 황구지천을 왼편에 두고 걸었으나 오늘은 반대방향의 수원비행장 지단의 상류로 향한다. 송산교를 지나서 작현(까치고개)마을 앞 둑방길을 걸어가니 하수종말처리장에서 흘러내린 허연 포말이 조용한 물흐름을 흐트린다. 조금 떨어진 모래톱에 물오리떼의 쑥덕공론이다. 여느 때와 다른 물 색깔과 짙은 냄새란다. 아예 둑방비탈에 나선 녀석들도 있다. 다가가는 발길에 퍼드득 천내 놀이터로 날아들간다. 왼편 둑방아래길 한켠에 덤프트럭들이 점잔하게 늘어서서 출장을 대기중이다. 황계교에 이르러 발길을 돌려서니 용주사 방면 언덕에 (주)한국에스비 식품과 엔젤악기(주)가 자리잡아 있고 인근 곁에 신현대아파트단지가 눈길에 든다. 300여보를 더해 존슨동산으로 올랐다. 나지막한 동산이다. 6.25전쟁 참전용사, 무공수훈자, 월남참전용사들을 기린 기념비와 추모탑이 건립된 추모공원이다. 무공수훈자회가 마련한 조화가 추모탑 앞단에 찬바람을 맞고 있다. 잠시 추
님은 먼곳에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경계의 머무름은 늘 사유를 동반한다. 경기도 전직 기초자치단체장 모임에 큰 기둥이신 어른이신게다. 한세기의 대한의 역사를 소장한 분이다. 몸이 편치않아 모임에 오시지 못한다는 이따금 소식에도 찾아뵈야지 차일 피일 미룬 아쉬움이 깊은 골을 이룬다. 젊은 시절 공인생활을 한 탓에 종종 미수나 구순에 이른 분들의 대문 밖 나들이 소식을 접한다. 떠나신 분들에의 추모와 어울린 자성이 의정부로 발길을 재촉한다. 반년전 어느날 저녁 나절 전화를 주셨다. 고관절 고장으로 지팡이 든 젊은 필자의 모습이 한심하였는지 남대문 시장에서 000 약을 직접 구하셔서 택배로 부치셨단 말씀에 띵~ 어미 닭 쫓아 쪼르르 달려가는 봄날 병아리가 언뜻언뜻하다. 실향지에 대한 향수와 포천, 화성,.., 의정부 살림을 지휘하신 깊은 년륜이 어울려 늘 뒤켠에 물러서셔 좌중의 말씀을 경청하는 조용한 분이시기에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던터다. 수 많은 세상 길에 “겨레를 위해 봉사한다”는 윤리강령을 평생 부른 공직자 이셨으니 그 품새는 늘 도봉산 계곡에 흐르는 정갈한 골물이신게다. 모임시마다 모시고 오는 주변 단체장님과 재직시 상사로 모셨던 분들의 말씀에도 다정이 물씬
고맙고 고마워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설레는 발길이다. 낙생초등학교 <어린이 작가 프로젝트>인 4학년 학생들 170여명의 합동출판기념회 참관을 위해서다. 교사들의 지도아래 1년간 노력의 결실이란다. 전시 작품들을 살피니 오감과 생각이 어우러진 심상을 그리고 썼다. 살살한 고양이와 강아지를 비롯 환상의 우주선까지 제멋으로 그려낸 시화집이다. 아이들의 아롱다롱한 창작품을 감상하니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필자도 어린시절로 돌아가 둑방길을 내닫나 싶다. 학교가 즐거운 놀이터인 듯, 저마다 차오른 기쁨에 환한 얼굴들이다. 어린이 작가들로부터 세밀한 관찰내용과 자유자재한 상상력을 듣노라니 걸리버여행기나 해리 포터도 넘어설 창작품도 머지않아 탄생하겠다 싶다. 어린이 작가 자신은 물론이요, 학부모의 흐뭇한 맘이 하늘에 닿았을게다. 얼마나 그렸던가! 호기심을 돋워 제때에 제모습 피워내는 인성교육을. 얼마나 외쳤던가! 시대적 흐름에 상응할 미래교육을. 보이는 면상이 아닌 오감을 깨워 내면의 심상을 그려내는 저마다의 소질을 일렀다. 어린시절에 체험한 순백의 자화상이니 삶에 소중한 자산이지 않은가? 즐거운 삶이라는 교명의 ‘낙생’, 100년 역사의 년륜에 걸맞는 지역
28, 272, 393 1204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행운 또는 운명을 기원하는 로또 복권 숫자가 아니다. 28은 1446년 세종대왕이 어린 백성을 위해 반포한 우리의 고유한 문자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의 글자수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으며 배우기 쉽고 과학적, 철학적, 인문적 의도가 스민 지구촌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272는 1863년 미국 링컨 대통령의 케디즈버그 연설문의 글자수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하여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 이념으로 우리나라도 헌법 제1조에 명시하였다. 393은 1968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한 국민교육헌장 글자수다. 70년대의 초등학생들은 수업시 암송해야 했던 헌장에는 개척정신, 협동정신, 봉사정신, 창조정신을 담아 국민이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았었다. 탄생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나 기본정신은 국민과 나라를 위한 마음이 깃들어 미래로 나가기 위한 것이다. 1204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이다. <성불사의 밤>(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의 노래말을 빌자면 중생의 무명을 깨울 풍경소리려나? 땡땡땡 소리가 아닌 뎅그렁~
<다시 그린 수채화> 출판기념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산수’에 이른 인생길 소회를 담은 시집출판회다. 부르시던 <숨어 우는 바람소리>는 심상에 그린 늦가을의 멋이요 열두 자락 수채화는 시인의 ‘인생소나타’란 생각이다. 무엇을 그리셨을까? 이른 아침 시인의 시집을 펼치니 아버지 밀짚모자, 엄마의 솜 이불, 지게, 진달래, 찔레꽃, 복순 언니, 벌새, 매미, 우물, ...자락마다 어린시절 동네 정경이 눈에 선하다. 유초시댁 딸이 긴머리 나풀대며 징검다리 뛰어건너나도 싶다. 또 한자락 펼치니 오월 봄바람에 잊지못할 연가려나! 휘날리는 연분홍 치마에 시도 때도 없이 민들레 홀씨 날아든 청춘시절의 숨은 그림이다. ‘님과 함께’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밤하늘 빛나는 영원을 약속하며 반짝이는 두 별을 바라보시더이다. 파란 가을 하늘에 흰구름만 흘러가네. 그 사람 이름을 불러볼까?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어리는 그 얼굴, “우리의 만남이 인연이었다면 그 인연 또 한 번 너였으면 좋겠어”.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났으면 “긴 밤 한 허리 베어내 서리서리” 쟁여 다시 만날 봄날에 “구비구비 펴보련만”. 노랫말처럼 짙은 물감
유네스코 미래 교육 국제포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인류사회를 위한 행동과 지적.도덕적 연대, 지도력 강화를 위해 유네스코 국가위원회가 마련한 3일간 펼친 담론의 장이다. ‘미래’ 교육을 논하려면 과거의 성찰과 현재의 상황 진단이 우선이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 말씀 잘들어 공부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잘놀아라”, 어린시절 주위 어른들이 하시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정성과 뜨거운 교육열 탓에 요즘의 코리아 면모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전자를 파구(破句)해 헤아리면 호기심을 돋워 가르칠 학교교사의 역량에 닿는 말이요, 후자는 이웃과의 상생을 통한 행복의 씨앗인 어울림이겠다. 이는 공공재로서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는 미래를 헤아리는 국제포럼의 주제와 같은 맥락이지 않은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제때에 제모습을 피워내는 생명력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지닌 호기심으로 제모습을 이뤄가는 삶의 결이다. 오감을 깨워 호기심을 돋우는 일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할 궁극의 목표인게다. 허나 개인이 이를 추구하기엔 품성을 비롯해 가정환경, 지역환경 등등 장애를 극복해야하며, 국가별 정책도 재정, 자원, 지리, 시스템, …등에 따라 차이가 크기에 여간
다시 깨어나소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너 자신을 알라”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는 글귀 였는지, 철인 소크라테스의 명언이었는지 깊은 뜻이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꼬라지 하고는” 대화에 비틀리는 감정이 인다. 한편 “일어나라 아이야/다시 한 번 걸어라/뛰어라 젊음이여/꿈을 안고 뛰어라…” <날개>를 듣노라면 가슴이 설레인다. 두 경우 모두 자신을 깨우는 말이다. 19세기말(1894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행가 마르케는 조선을 방문해 여기저기를 둘러본 후 “천성이 착해 현명한 지도층(정부)을 만나면 세계를 놀라게 할 백성”이라 표현했으며, 20세기초(1928년)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일즉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는 등촉의 하나인 조선/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빛이 되리라”며 암울한 당시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얘기를 통털면 훌륭한 민족으로 우리의 품성과 잠재력을 일깨운 글말이니 엄지척이다. 주지하는 바 처럼 천문, 활자, 도예, 건축, 세공, 문자 등 여러분야에서 동방을 넘어선 선조들의 발자취였다. 또한 문명비평가 토인비를 비롯해 저명한 철인들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 경로효친 사상이 인류문명사에
고맙소 정말 고맙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인연 가운데 군대 인연이가장 맘이 끌릴게다. 2024년 00장교단 3맥 종기총회 및 송년회다. 사방이 눈밭인데 전국 각지에서 힘차게 모여 들었다. 공병 병과 출신 동기의 익은 색소폰 연주가 장내를 어루는 동안 후보생 때 맺은 중대와 병과별로 반가운 인사다. 이어 격식에 맞춰 오래전 풀어놓은 용기로 태극기를 향해 거수 경례를 하니 심신이 바로선다. 병기 병과 출신 이임 회장의 아쉬움이 다정한 노래 <고맙소>에 담겨 흐르니 모두들 박수로 화답이다. 너희가 있어 헌신한 보람이 있다지만 전국을 돌며 동기회를 이끈 정성에 임원진에게도 감사의 박수다. 이어 특전사 출신 신임 회장의 우렁찬 ‘단결’ 구호로 절도있는 취임 신고가 장내에 울리고, 젊은 날 부른 <전우>, <검은 베레>를 다짐하니 근무중 ‘이상무’ 일게다. 풍악이 없으랴! 1중대 My way를 시작으로 2중대, 3중대, 특전사, 공병, 통신, 4중대. 5중대, 기갑, 병기, 병참, 6중대, 7중대 순으로 무대에 올라 어우러져 노래부르니 휘이익~ 40여년전 청춘이 네박자에 스쳐간다. 영천, 고경, 화산,...상무대, DMZ,.. “그곳이
오빠와 구슬치기 어렸을 적 집 뒤꼍으로 가려면 수돗가를 지나서 가는 방법도 있었으나 반대편 좁은 골목을 지나 가는 방법도 있었다. 수돗가를 지나 가는 편이 훨씬 편하고 넓었으나 가끔 왼쪽의 좁은 길로 가기도 하였는데 , 이는 건넌방의 뒷문에 신발을 갖다놓으면 거리가 짧아 바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곳에 여기저기 구멍이 패였다. 구멍이 패였다고 지나갈 수 없는 길이 된건 아니지만 어쩐지 신경이 쓰였다. 골목의 구멍은 오빠가 혼자 구슬치기를 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놀이감도 없던 시대였고 눈이 휙휙 돌아갈만큼 빠른 인터넷은 꿈도 꿀 수 없는 시절이었기에 구슬치기는 남자 아이들의 최고의 놀이감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전용 게임장이 집안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또 동그랗고 투명한 구슬은 얼마나 이쁘고 탐이 나는지... 동네의 아이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두 깡통에 자신의 구슬을 보물단지처럼 끼고 살았다. 오빠 또한 깡통에 구슬을 보관하고 동네 아이들과 집앞 골목에서 구슬치기를 하고는 하였다. 그러나 뒤꼍으로 가는 골목에서 구슬치기를 혼자 하곤 했는데 이는 동네에 동갑내기가 없었고 게다가 내성적인 성격
눈이 내리네 (Tombe La Neige)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첫눈이 내린다. 첫눈의 매력인가? 백설을 감상하기 위해 1km거리에 위치한 융.건릉 산책길에 나섰다. 도착하니 정문에 임시휴무 팻말이 있어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모습들이다. 인근 <바링고카페>에 들어 따뜻한 커피잔을 들고 창밖 멀리에 벌거벗은 솔숲을 바라본다. 두어 시간여 내리는 눈발이 어수선한 주변 모습들을 하얗게 덮어, 흰눈밭을 걷는 상상여행이 참 아늑하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하며 눈사람 만들던 그 시절의 감성은 아닌게다. 분분히 날리는 허공의 눈발속에 눈길을 멀리 내어가니, 지난날의 실연의 쓰라림도, 실언의 후회도, 낯뜨건 부끄럼도 사라지고 오롯한 고독의 시간이다. 자장가를 부르며 토닥토닥 어르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이에 미칠까! 장맛비에 쓸려 시원스런 천변 모습이 이에 견줄까! 두세달여 우둘투둘하니 주름진 마음내 이랑도 고요하다. ‘고요’, 이말을 장대에 달아매면 생명체의 존재 그 본연에 닿는 머무름일지니 인간사 모든 게 자연인게다. 어찌 본연에 이르러 너와 나의 분별이 있으랴만 머리 달린 검은 짐승이라니… 달아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