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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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314(11월 27일)

눈이 내리네 (Tombe La Neige)

 

눈이 내리네 (Tombe La Neige)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첫눈이 내린다. 첫눈의 매력인가? 백설을 감상하기 위해 1km거리에 위치한 융.건릉 산책길에 나섰다. 도착하니 정문에 임시휴무 팻말이 있어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모습들이다. 인근 <바링고카페>에 들어 따뜻한 커피잔을 들고 창밖 멀리에 벌거벗은 솔숲을 바라본다.

 

두어 시간여 내리는 눈발이 어수선한 주변 모습들을 하얗게 덮어, 흰눈밭을 걷는 상상여행이 참 아늑하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하며 눈사람 만들던 그 시절의 감성은 아닌게다. 분분히 날리는 허공의 눈발속에 눈길을 멀리 내어가니, 지난날의 실연의 쓰라림도, 실언의 후회도, 낯뜨건 부끄럼도 사라지고 오롯한 고독의 시간이다.

 

자장가를 부르며 토닥토닥 어르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이에 미칠까! 장맛비에 쓸려 시원스런 천변 모습이 이에 견줄까! 두세달여 우둘투둘하니 주름진 마음내 이랑도 고요하다. ‘고요’, 이말을 장대에 달아매면 생명체의 존재 그 본연에 닿는 머무름일지니 인간사 모든 게 자연인게다. 어찌 본연에 이르러 너와 나의 분별이 있으랴만 머리 달린 검은 짐승이라니…

 

달아맨 장대에 심히 내리는 눈발이 쌓인다. 무엇을 내게 전하려 허공에서 저리도 날춤을 추는지? 소나무는 진즉 그 뜻을 헤아렸을까? 고개를 숙인 채 눈발을 무겁게 받들고 있다. 첫눈이 이리도 심히 내리니 세상이 꽤 흐트러졌나보다. 붕대로 곳곳을 칭칭 처매야하는 삐뚤한 세상을 흰눈발이 깨끗이 지웠으면…

 

가로수들이 하얀 꽃을 피운 채 늘어섰다. 하얀 길가에 하얀 꽃을 피운 채 걷는 목도리 두른 여인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눈이 내리네>, 눈길을 걸으며 제멋으로 불러보고 싶은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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