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줄과 정신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전 나절의 양산봉 둘레길에서 한담이다. 숨을 고르느라 점심 식사전 산길을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다. 코코넛 열매로 만든 길에 씌운 매트위를 걷는 동안 베트남 다낭에서 수년간 머물다 돌아온 고교동창이 들려준 말을 옮겨본다. 우리말과의 연관성과 무심히 사용하던 말의 연원인 듯해 흥미롭다. 우선, ‘짜옹(웅)’이다. 베트남에선 상대방에 친근어이자 배려한 겸양어이나 우리에겐 금전이 오가는 거래란 뜻이 함의된 부정함이 깃들었단다. 우리에겐 ‘때때옷’은 설날에 아이가 입는 옷이다. ‘땟’은 베트남어로 설이란 뜻이니 우리말과도 상관있단다. ‘알랑방구’, 우리가 어렵던 시절 도움받은 안남미는 귀에 익은 말이다. 안남쌀(미)이 끈기가 없어 방귀가 자주 나온단다. 그 까닭에 배고픈 시절, 이는 나 보다 밥을 더 먹었다는 표현이므로, 누군가를 잘 대접해 혜택을 받았다는 뜻이란 게다. 기억난다. 알랑방구는 학교에 드나드는 부모님 치맛바람의 놀림말이기도 했다. ‘껌’은 씹는 껌을 생각하여 흔히 사용하는 껌값의 의미가 이해되나, 공기밥 값은 받고 반찬값은 안받는 우리식문화와는 달리 베트남에선 2-3모작으로 쌀이 남아돌아 밥은 공짜이며 반찬값을
황구지천변 기행6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양산봉이다. 매일 저녁나절에 창밖으로 눈길이 머물던 곳이다. 마라톤 삼총사 동료들이 행선지를 바꿔 독산성 둘레길에서 몸을 푼다기에 함께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았다. 친구들이 양산봉 둘레길로 바로 떠났다. 바람결에 시끌한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7년여 땅속에 애벌레로 머물다가 유체이탈한 환희려나? 청량한 소리가 감미롭다. 한달여간 여름의 운치를 돋우는 매미다. 쉼터 평상에 앉아 시원한 오전나기에 옛 피서법이 생각난다. ‘다산’선생이 ‘여유당전서’에 남긴 <소서팔사>(消暑八事)중 한 방법으로 동림청선‘(東林聽蟬)-동쪽 숲에서 매미우는 소리를 듣는 것-을 꼽았다. 숲속 평상에서 매미소리를 듣자니 여섯마디 넘어선 필자에겐 참 어울리는 피서란 생각이다. 이즘에 ‘소서팔사’는 어떠려나? 에어컨 팡팡 돌아가는 시원한 곳에서 영화감상일까나? 낮잠이나 독서도 좋은 방편일테요 시원한 화채.팥빙수와의 입맞춤도 좋은 피서 방편이겠다. 지난시절 돌아보니 어릴적 동네 뒷동산에서 또래들의 야단스런 천렵도 멋진 피서요, 이어지는 한바탕 두레놀이도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뉘였던 기억이다. 생각하면 어찌 ‘소서팔사’의 피서법을 ‘다산’선생만 즐
79주년 광복절을 맞으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광복절은 영예롭게 회복한 날이란 뜻으로,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날”을 의미한다. 노랫말을 나름 새김질해본다. [흙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꿈엔들 잊을건가 지난 날을 잊을건가 다같이 복을 심어 잘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에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함께 힘써 나가세 함께 힘써 나가세] ………..광복절 노래(작사 정인보 작곡 윤용하) 빛이 돌아왔다. 35년간 어둠속에 꽁꽁 잠겼던 빛이다. 이름해 ‘광복’이다. 심봉사가 보게된 빛일까나! 당시 유행한 애절한 <귀국선> 노랫말을 새김한다. [돌아오네 돌아오네 고국산천 찾아서 얼마나 그렸던가 무궁화꽃을 얼마나 외쳤던가 태극깃발을 갈매기야 웃어라 파도야 춤춰라 귀국선 뱃머리에 희망도 크다] —---작사 손로원 작곡 이재호 노래 이인권 어디보자! 잃었던 손주 새끼 35년만에 돌아온 그 기쁨이야! 바닷물도 덩실덩실이다. 어쩔거나, 이 기쁜 날에
당근(홍당무) 시인/ 영화감독 우호태 아침마다 야채 접시를 마주한다. 어린시절 당근을 가까이 하지않았던 탓에 밀어내니 “왜 몸에 좋다는데 안먹느냐”는 아내의 핀잔이다. 요놈 때문에 한소리 들어 뭐가 좋다는 건지 자료를 뒤적이니 “당근(carrot)은 쌍떡잎식물 미나리목 미나리과 당근속에 속하는 식물로, 각종 요리에서 널리 섭취되는 채소로 원산지가 아프가니스탄”이란다. 필자에겐 당근이 먹거리보다는 얘기 소재로서 우선한다. 5년여전 지역역사.문화 등의 국토기행글인 <한반도소나타>를 집필하느라 전국팔도를 돌아다녔다. 필자는 돈키호태로 분하고, 대서양을 건너온 로시난테의 화신인 ‘호새’를 동반해 대화체로 엮은 글이다. 경기북부지역 임진각에 도착해 장교의 안내를 따라 북한지역을 바라보니 팽팽한 철조망을 경계지었으나 겉으로 보기엔 참 한가로웠다. ‘호새’는 이 가시울안(DMZ)에 멈춰버린 ‘철마(鐵馬)는 달리고 싶다’는 동족의 소원과 잃어버린 70년 세월의 이산가족의 한맺힌 아픔을 치유하는 방안으로, 서해에서 동해에 이르는 그 피어린 지대에 말테마촌 조성을 제안한다. 물론 지도 ‘말(馬)’이니 좋아하는 ‘홍당무’도 심고 말이다. 기억하리라. “제1차 세계대전
황구지천 천변기행5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저녁식사를 마친 후, 36년지기와 함께 산책이다. 둑방아래 어슴푸레한 물길에 원앙인지 물오리인지 한쌍이 다리께로 유유히 헤엄쳐간다. 며칠전, 경보까지 울렸던 냇물이 줄어들어 물길이 싱겁다. 교각아래 마련된 쌈지공원에서 팔회전, 다리뻗기, 허리돌리기로 몸을 푼 후에 뜰길로 들었다. 길다란 밭두덕에 비 오는 날에 지글지글대며 군침돌게 할 재료인 ‘녹두’가 죽 늘어섰다. 들판길에 들어서니 하얀 초승달이 하늘에 떠 있고, 아파트 숲사이에 붉은 해가 곧 어둠속으로 자맥질하려한다. ‘석양에 총잡이’ 분위기 내어 한번 불러 볼까나? 길가 양옆에서 바람결 따라 살살대는 수수, 수국, 토란, 벼, 콩 방동사니 댄서들의 유혹이다. 앞서가는 지기 외엔 보는 이 듣는 이 없어, 글래머 여가수를 흉내내며 목청돋워 부른다.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엔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랜동안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 길로]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작사 백창우 노래 임희숙 도중에 스친 유독 덩치가 수국(사발꽃)에 그새 갈색 반
커피 한잔/찻잔 시인/영화감독 배드민턴을 치는 젊은 부부와 자녀들의 목소리가 들려 창밖을 내다보니 하루가 저물어간다. 커피 한잔! 멀리 안녕뜰을 바라본다. 푸르름속으로 눈길이 나니 내안에 나를 만나는 고독의 시간이다. 오직 나만을 위한 일용할 시간이다. 꽤나 강물이 깊어간다. ‘고독한 행복이다’. 어린날 허리굽혀 내려본 돌우물에 비친 그 ‘나’와의 만남의 시간이다. 오전부터 오후에 걸친 번잡스런 손.발짓이 멎었다. 오전에 고교동창의 때이른 우주유영을 배웅하러 도심을 배회(?)하고, 오후엔 연례 행사인 동창회 삼계탕 파티에 발길한 탓에 적잖이 휘둘리던 심신이 제집에 찾아들었다. 시간이 강물따라 흐르더니 심해에 이르른다. 한낮을 지내고 한밤을 마중할 경계인 어스름이다. 시(詩) 공부하느라 깨인 눈으로 곱씹던 노래다. <낮과 밤> [햇살 붉은 한낮과 안식의 푸른 밤이 맞물려 낮 기울면 밤 밤 다하면 낮인 거 지극 호사여라 더 하여 그 심오한 갈피에는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구만리 강물] …..김남조, [심장이 아프다]에서 한때, <커피 한잔>에 그대 올때를 기다리는 푸릇푸릇한 시간을 담았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싶다.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와
황구지천 천변기행4 시인/ 영화감독 우호태 저녁나절 천변으로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기승을 부리던 낮더위가 한풀 꺾여 선선하다. 황구지천 건너편 네온 불빛이 하나 둘 피어난다. 잔잔한 수면에 아파트, 상가, 가로등이 통째로 물속에 거꾸로 세워져,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이 즐겨쓴 찬란한 데칼코마니다. 이따금 바람에 물결이 일어 에펙 빛 번짐 효과도 연출되고, 둑방 풀벌레와 물방개 같은 자동차들이 도로위에 달리며 음향을 곁들인다. 상가불빛, 가로등, 아파트, 바람, 하천, 자동차 들이 어울린 예술작품이겠다 산책은 사유의 시간이다. 재미있는 <수궁가>의 굼뜬 별주부와 잰 토선생의 눈길처럼 저 멀리 양산봉 마루턱과 곁에 흐르는 황구지천 수중의 용궁을 왔다리 갔다리다. 죽장에 삿갓 쓴 방랑거사 ‘난고’ 선생은 이 풍경을 어찌 표현하려나? ‘송강’선생이 붓길을 낸다면 ‘황구지천별곡’이라도 탄생할거나? 이백은 강서성 ‘여산’의 폭포수를 바라보며 그 비경을 1km 남짓한 길이의 “비류직하삼천척”이라 과장해 읊었겠다, 허면 양산봉과 독산성에서 바라본 굽이굽이 유유히 흐르는 “황구지천이백리” 물길은 어떻게 묘사하려나! 젊은이들이 다릿발 아래 마련된 족구장에서 환한
에듀플러스미래교육박람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제15회를 맞는 미래교육박람회 개막일이다. ‘새로운 교육콘텐츠 체험과 미래교육방향 제안’이 개최 목적이란다. 박람회는 열린 커다란 교육공간이다. 필자는 어느 분야이건 박람회에 종종 발길을 한다. 더구나 교육분야에 미래란 수식어가 앞머리에 붙어 이번 박람회에 더욱 끌림이 컸다. 혹여 하고 있는 일인 영상제작(영화)과 운영하는 폰영화아카데미, 폰영화제에 보탬이 있을까도 싶어 눈.귀에는 더듬이를 발에는 터보 엔진을 달고 중학교 동창과 함께 전시장의 이곳저곳을 찰칵하며 휘익 둘러봤다. [미래를 품다-IB교육에서의 인공지능의 역할] 세미나룸에 들어섰다. 나름 인공지능에 대하여 유튜브 강의를 통해 상당시간을 투자해 학습한 덕택에 교육현장에서 경험한 바를 설명하는 선생님들의 발표와 참관한 분들의 질의 내용에 대해서도 이해와 공감을 한다. 교육이란 ‘생각하고 말하는 생명체 인간이 지닌 호기심을 돋우는 일’이 아닌가? 이는 필연 뇌세포의 활성화에 닿을테요, 인력과 척력을 심화시키니 AI발달은 무한한 게다. 얼마전 참관한 눈높이 마춤형 공교육을 위한 ‘경기미래교육’의 심포지엄에서도 궁극의 주제였기에 교육현장에 기대되는 바 크다. 박
AI 인공지능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최근들어 매스컴이나 전문가들에 의해 세간에 요란해진 화두가 AI다. 인류문명사에 퀀텀인 PC,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어 Chat 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가 세상을 놀래키고 있다. “인공지능(人工智能, 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추리.적응.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이목을 끈 것은 2016년에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대결 일게다. 그로부터 10여년에 이른 시점에 인공지능은 과연 얼마나 발전했을까? 인간의 의도에 따라 수행하는 인공지능(AI) 단계를 시작으로 인간의 것과 동일한 수준의 지성을 구현하는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2단계에도 거의 이르렀으며, 이제 챗GPT의 등장을 계기로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지능을 강화하는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출연도 머지않다 한다. Chat GPT는 <Open A
황구지천 천변기행3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어제 오후나절 독산성에 올랐다. 비가 한바탕 쏟아져 내린 후라 주변경관이 산뜻하다. 코앞이 양산봉이요, 그 오른편 뒤켠에 동탄에 메타폴리스가 여타 아파트보다 높이 솟아 우뚝하다. 전국에 제일 젊은 도시의 위세답다. 왼편 멀리에 노블카운티, 광교산, 정북방에 나즈막한 팔달산이다. 그 앞면에 가까이에 동문굿모닝힐, 안용중학교, 화산, 그 옆으로 안녕초등학교, 태안3지구내 아파트, 봉담와우리 아파트단지, 중외제약, 수원대, 일진전기, 정남괘랑리, …, 등 비개인 짙푸른 산들과 뜰에 어우러져 멀리에 가까이에 제모습들이 선연하다. 수원지단에서 흘러내리는 황구지천이 세로질러 송산뜰을 가르고 안녕뜰을 감아돌며 서해로 이백리길을 유유히 흘러간다. 서랑리 방죽 곁 무인카페에서 저출산에 대한 목사님 장로님과의 흐뜨린 얘기가 저 물길처럼 술술 풀려가면 좋으련만… 이곳은 오산 세마대(洗馬臺)다. 서북편 산너머에 백제 고분이 발견된 봉담 마하리(馬霞里-말무덤)와 임란시 삼천병마골(三千兵馬谷)이 모두 말과 상관되어, 불현듯 휘모리 장단의 <장기타령>이 생각난다. [...이포 저포 여포 로다. 코끼리상자 조자룡이요 말마(馬)자 마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