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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69(8월 18일)

황구지천변 기행6

 

황구지천변 기행6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양산봉이다. 매일 저녁나절에 창밖으로 눈길이 머물던 곳이다. 마라톤 삼총사 동료들이 행선지를 바꿔 독산성 둘레길에서 몸을 푼다기에 함께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았다.

 

친구들이 양산봉 둘레길로 바로 떠났다. 바람결에 시끌한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7년여 땅속에 애벌레로 머물다가 유체이탈한 환희려나? 청량한 소리가 감미롭다. 한달여간 여름의 운치를 돋우는 매미다. 쉼터 평상에 앉아 시원한 오전나기에 옛 피서법이 생각난다.

 

‘다산’선생이 ‘여유당전서’에 남긴 <소서팔사>(消暑八事)중 한 방법으로 동림청선‘(東林聽蟬)-동쪽 숲에서 매미우는 소리를 듣는 것-을 꼽았다. 숲속 평상에서 매미소리를 듣자니 여섯마디 넘어선 필자에겐 참 어울리는 피서란 생각이다.

이즘에 ‘소서팔사’는 어떠려나? 에어컨 팡팡 돌아가는 시원한 곳에서 영화감상일까나? 낮잠이나 독서도 좋은 방편일테요 시원한 화채.팥빙수와의 입맞춤도 좋은 피서 방편이겠다. 지난시절 돌아보니 어릴적 동네 뒷동산에서 또래들의 야단스런 천렵도 멋진 피서요, 이어지는 한바탕 두레놀이도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뉘였던 기억이다.

 

생각하면 어찌 ‘소서팔사’의 피서법을 ‘다산’선생만 즐겼으랴? 팔사에 등장한 소나무, 느티나무, 솔바람, 돗자리, 연못, 숲, 비, 달밤 등의 자연을 벗삼아 투호, 청점혁기, 그네, 시운, 탁족 등으로 팔, 허리, 눈, 귀, 입, 손.발이 어울린 놀이니 유유자적의 풍류가 아니던가? 옛 선조들의 피서법이 참 멋스럽단 생각이다.

 

나무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단상을 하며 숲속에 머무르는 이 시간도 나름의 피서가 아닌가? 황구지천이 감아도는 양산봉과 독산성 둘레길에서 뛰고 걸으며 몸풀던 친구들이 온몸이 땀에 젖은 채 돌아왔다. 이열치열로 낮더위를 다스린다 싶다. 더우기 매미소리가 운치를 더한 올 여름나기에 잊지못할 양산봉에서의 머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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