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아까워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주말의 수변드라이브는 장년에겐 나름 제멋을 지닌 모양새다. 무엇보다 그리 흔히 만나는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없기에 FM 음악방송에로 귀끌림이다.
오감 중 청각이 깨이자 차안에 들은 따스한 햇살로 전신이 아늑하다. 햇살이 계절따라 변하는가보다. 앞쪽 저멀리에 우뚝 솟아있는 <양산봉>의 총총한 나무들은 겨울채비하느라 제몸을 달구고, 지맥사이 골엔 가을 햇살을 바삐 담고 있다. “이렇게 좋은 날에”는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 자연인이 되어봄도 꽤 운치있을게다. 햇살과 어울려 제 멋을 드러낸 말없는 군상들과의 대화도 의미로운 시간인게다.
엊그제 일이다. 외출했다 돌아온 평생지기가 햇살이 아까우니 천변에 산책을 가잔다. 끄적댐을 멈추고 밖에 나서자 곧 몸이 환해졌다. 저수지둑에 서서 ‘해’를 바라보니 눈이 부시다. 휘릭하면 마치 오랜동안 빛이 차단된 공간에서 ‘빠삐용’이 나와 보았던 그 자유의 ‘해’이며. 휘리릭하면 검정 안경 쓴 늘날씬한 해변가 여인의 구릿빛 몸매를 강렬히 애태우던 ‘해’요, 그리스판 대자연인(?) 디오게네스가 인생에 대해 알렉산더를 깨운 현장학습장에서의 그 햇볕인게다.
해와 달은 대자연을 노래하는데 으뜸이다. 이승의 유한한 인생길에 다정한 벗이요, 나 홀로의 존재도 온전한 자연이니까 말이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최희준’ 선생이 부른 <하숙생>도 기실은 자연의 철학인게다.
이은 “자네도 빈손 나 또한 빈손 돌고 또 도는 세상탓은 말어라 가는 세월에 저가는 청춘에 너나 나나 끌려가는 방랑자(나그네) 빈잔에다 꿈을 채워 마셔버리자”던 한세상 멋진 세상판소리 들려준 사내답던 ‘나훈아’의 <건배>도, “어차피 인생은 빈술잔 들고 취하는 것”이라는 팔각모 해병대 출신 ‘남진’의 <빈잔>도 한세상 인생길을 나그네, 빈손, 빈잔에 비유했을테다.
텅빈 들판이 고요하다. 오리들이 떼지어 물가에 나와 갈 햇살을 받고있다. “구월이 오는 소리” 엊그제더니 “아니 벌써” 10월의 끝자락이다. <내 맘 갈 곳을 잃어> ‘가을에 떠나지 말아요’ 허스키한 목소리로 ‘최백호’가 애절히 노래한다. <상실의 시대>에 가을편지 <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97>을 님에게 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