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횡단편 <한반도소나타109>-화성에서–강릉까지

  • 등록 2025.11.27 21: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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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의 여정


8일간의 여정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선생님, 요즘 마음이 답답하다고 하셨죠?
울고 싶은 날도 있다구요?

돈키: 그럴 땐… 걸어야지. 내게 묻고 내가 내린 처방이야.
부산에서 병점까지 천여 리를 걸었던 그때가 기억나. 김해, 밀양, 대구, 추풍령, 영동, 대전, 천안, 평택, 오산… 그 지명들이 몸에 새겨졌었지.

호새: 1000리 길을요? 그 여정 기록을 잃어버렸다고 늘 아쉬워하셨잖아요.

돈키: 그래도 일부 남아 있더군. 내 심신에 새겨진 애무 같은 시간.
그 뒤로 화성 전역을 걷고, 황구지천을 따라 서해대교까지 물길 여행을 했지. 그 소회를 모아 <화성소나타 >1·2·3권도 출간했어. 가끔 펼쳐보면 생활의 활력소리 돼.

호새: 그래서 이번엔… 한반도 횡단?

돈키: 자꾸 맴돌던는 생각이었어. 서해 화성에서 동해 강릉까지, 700여리길에 8일간의 여정.
한여름, 뜨거울수록 마음이 더 분명해져서 그런지….

호새: 50대에 이런 여정이면 행운이죠.

돈키: 회사원으로, 정치인으로, 교육자로 살아오며 참 많이 미뤄둔 일들이지. 제2의 삶을 살겠다고 변명으로 여기저기 걷고, 마라톤도 뛰게 되었어. 그러다 보니 기행문도 쓰게되고.

호새: 이번 여정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돈키: 글쎄. 걷다 보면 마음이 대답해주겠지. 걷는 동안은… 아마 춤을 출 거야.
많은 분들이 도와줘 더 의미 있는 여정이 됐지. 참 고맙게 생각해. 자, 그럼 조용히 떠나 가볼까?

<도심을 떠나며…>

호새: 그간 복잡해졌던 마음이 채 남아있나요?

돈키: 그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보니 일상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된 탓에 실망이었는지 버석거렸어.
열대야 때문에 잠도 설치고….

호새: 팥빙수도 찾고, 피서도 가고 싶고… 여하튼 마음이 메말랐던 거네요.

돈키: 맞아. 그래서 생각했지. 그래, 걸어보자!
그냥 ‘걷는 게 좋다’는 말이 아니라,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 방전된 심신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

호새: 길을 정하셨나요?

돈키: 정서가 메말라 있어 그런지 상상력이 먼저 새싹을 틔우드만. 조지 버나드 쇼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 문구가 자꾸 떠올라.
박제된 새 한 마리가 훨훨 날아가는 것 같았어. 그래서 결심했어. 고독의 바다로 조용히 떠나자고.
호새: 디지털 문명과 멀어진, 오직 혼자만의 시간?

돈키: 그렇지. 섭씨 35도를 넘는 폭염이지만 배낭에 ‘한반도 횡단’이라는 작은 깃발을 꽂고 걷다보니 출전하는 장수처럼 결기를 선보이고 8월 13일, 아파트 정문을 나섰어.

호새: 출발하니 기분이 어땠나요?

돈키: 발걸음이 열어주는 길. 일상에서 빠져나오니 걸음이 한층 가벼웠지.
스마트폰을 길눈 삼아 자전거도로를 따라서 강릉, 동해로 향했지.
마음은 이미 대관령을 넘어가 푸른 동해를 상상하고 있더군.

호새: 비우고 채우는 여정이군요.

돈키: 그래. 또 다른 세상을 향한 나만의 출정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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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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