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띄우는 편지476

  • 등록 2026.04.16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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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시선


약자의 시선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세상에 조용한 날이 과연 있기나한가?
머나먼 호르무즈 해협에서 비롯된 국제 정세의 파장이 어느덧 우리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 여파일까. 국내의 경제, 국방, 외교, 사회 전반에 걸쳐 갈등과 충돌의 언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상생’과 ‘공생’은 책 속에 꽂힌 채 꺼내 들기조차 버거운 단어가 되었다. 마치 겨울을 지나 바싹 말라버린 시래기처럼, 존재는 하지만 생기를 잃은 채다.

 

문득 백치 아다다와 벙어리 삼룡이가 떠오른다.
정상이라 불리지 못했던 이들, 그러나 누구보다 순수했던 존재들. 그 순수함은 보호받지 못했고, 오히려 세상의 냉혹함 속에서 더 쉽게 부서졌다.

 

지금 우리의 사회 역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은 점점 사라지고, 시스템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은 분절된다. 조직은 커지고, 개인은 작아지며, 결국 집단의 힘은 개인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만든다.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는 어둠이 깃든다.
말을 업으로 삼아야 할 자리에서조차 사물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권력을 향해 고개를 드는 ‘해바라기’들이 줄지어 선다고 한다.

 

거리에는 사계절 내내 현수막이 나부낀다.
그러나 그 안에는 무엇을 했는지, 왜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질문과 답변이 빠진 채, 주장만이 반복된다. 사회를 움직이는 큰 흐름, 말의 맥락이 사라진 자리에서 공론은 점점 생명력을 잃어간다.

 

닫힌 장독은 오래가지 못한다.
숨 쉬지 못하는 구조는 결국 스스로를 부패시킬 뿐이다.

 

이제,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의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그 권리가 누구의 것인지,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다시 묻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다.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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