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에버뉴스 김경순 기자 ]
대한민국 도예명장 단아 박광천 명장이 여주 아트뮤지엄 려에서 열린 ‘조선백자와 한국화의 만남展’을 통해 50여 년 도자 인생과 작품 철학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후원으로 3월 1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 박 명장을 만나 전시 의미와 작품 세계를 들어봤다.
■ 이번 전시를 열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50여 년을 흙과 싸우며 살아왔습니다. 긴 세월 끝에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이제야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 저를 있게 해 준 사람들과 지역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웠던 시절부터 묵묵히 지켜봐 준 분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명장이라는 칭호보다 더 귀한 것은 그분들의 믿음입니다.
■ 전시 성과는 어떻습니까.
대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작품을 아는 분들과 인연으로 약 13점 정도 판매가 됐습니다. 고가 작품도 있고 소품도 판매됐습니다.
여기서는 아주 고가 작품이 쉽게 나가지는 않지만, 작품을 알아봐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입니다.
■ 이번 전시에서 황금 도자 작품이 눈에 띄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금값이 오르기 전부터 미래를 보고 황금 작업을 해왔습니다. 작품을 위해 금을 사들이느라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카드 빚까지 질 정도로 투자했지만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했습니다.
금을 가루가 아니라 액체 형태로 만들어 도자에 입히는 방식입니다. 시간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작품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 도자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는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부터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50년 넘게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공장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습니다. 흙 나르고, 그림 그리고, 기술을 배우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작품에서 조선백자와 한국화를 함께 표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합니다. 조선백자의 정신에 한국화의 느낌을 더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황금 작업이나 특허 기법도 같은 이유입니다. 도자는 계속 발전해야 합니다.
■ 전복 껍데기를 사용한 기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전복 껍데기 같은 자연 소재를 이용한 기법입니다.
전복 껍데기는 수억 년 동안 자연에서 만들어진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도자기에 접목해서 열처리를 하면 아주 독특한 색감이 나옵니다.
여러 번 굽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온도도 아주 중요합니다.
정확한 온도나 방법은 특허가 있어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보통 900도 이상, 많게는 1300도 가까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작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 작품에 들어간 문양과 기법이 독특합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우리 도자 문양을 보면 한국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는 점이 작품에도 들어갑니다. 사군자나 당초문 같은 전통 문양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문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초문은 한 줄로 계속 이어지는 무늬인데, 끊어지지 않는 생명과 장수를 뜻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무병장수, 길상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저는 이런 전통 문양을 도자기에 새롭게 접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닭 그림 작품도 인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닭 그림은 제가 오래전부터 많이 그려온 소재입니다.
청화로 그린 작품도 있고, 색을 넣은 작품도 있습니다.
동물 그림은 의미가 있습니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상징이라서 좋은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시 때마다 관심을 많이 받습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작품 하나하나에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만 고르기 어렵습니다.
호랑이 작품도 그렇고, 황금 도자도 그렇고 다 제 삶의 기록입니다. 한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생명의 근원 ‘진사 쌍태동호’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번 전시는 저를 있게 해 준 분들에게 드리는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후계자와 함께 한국 도자의 가치를 알리고, 여주 도자 발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생각입니다. 도자는 제 인생이고 운명입니다.
■ 작가 약력
단아 박광천 명장은 경기도 여주 출생으로, 전통 도자와 회화 분야에서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이어온 도예가다.
문화재 화공 제164호 인두 이인호 선생의 제자로 사사받았다.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화 최고위 과정을 수료하고 명지대학교 도자기 기술학과에서 수학하며 전통 도예 기법을 체계적으로 익혔다.
그는 여주시 도예명장 제3호로 선정됐으며, 2009년 황실문화재단으로부터 명인증서를 수여받았다. 또한 2018년 여주시 도예명장 심사위원을 맡아 지역 도예 발전에 기여했으며, 2021년에는 우수숙련기술자(도자공예)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과 함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인문학을 품은 도자기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후학 양성과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2024년 대한민국 명장 제709호(도자공예)로 선정되며 작품성과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현재는 전원도예연구소를 운영하며 전통 도자 계승과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