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430

  • 등록 2026.03.19 22: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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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무궁화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우리나라 꽃이다.
노랫말처럼 삼천리 강산에 피어나는, 우리 민족의 꽃이다.

그제 이른 아침, 무궁화나무 보급에 평생을 바친 원로 사학자께서 전화를 주셨다.
겨우내 땅속에 묻어둔 배추를 캐야 한다며, 맛이 좋으니 가져가라 하신다.
봄기운을 머금은 밭으로 달려가니
정성스레 다듬은 날배추가 한 상자 가득 담겨 있다.

그 넉넉한 손길 뒤로, 마당 둔덕에 줄지어 선 무궁화 군락이 눈에 들어온다.
돌아서려는 순간,
그분은 어린 묘목 몇 그루를 골라 캐어 건네신다.

“울타리 주변에 심어보게.”
식목일이 가까운 봄비 젖은 땅,
생명의 뿌리가 내리기 더없이 좋은 때,
이른 아침, 동문굿모닝힐단지 봉사단, 관리소 직원이 함께 모여
아파트 울타리 따라 묘목을 심는다.
삽끝에 묻은 흙냄새 속에
이웃의 손길과 마음이 함께 묻힌다.

시간을 건너
이년 뒤의 풍경을 그려본다.
하양, 보라, 분홍…
무궁화 꽃이 이어져 피어나
울타리가 환하게 숨을 쉬는 날.

백 일 가까이 피고 또 피어나는 꽃,
그 끈질긴 생명력은
우리 민족의 시간을 닮았다.

어린 시절, 숨바꼭질 놀이 속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우며
눈을 가린 채 세상을 기다리던 날들.
그 말 한마디가
놀이였고, 노래였고,
한 권의 이야기였다.

나라를 위해 산 이들은
결국 무궁화로 피어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여섯 마디 인생을 지나오며
내 안의 나를 다잡던 의지 또한
이 꽃과 닮아 있다.

제복의 견장 위에도,
휘장 속 문양에도 새겨진 무궁화.

오늘 아침,
남은 삶을 위해
나는 내 가슴 깊은 곳에
한 그루 무궁화를 심는다.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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